친환경 유기농 공양미 운동에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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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62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4-12-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아제아제바라아제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선미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총무국장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16 09:23 조회 2,094회본문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지만, 어제의 추운 비바람에 비하면 천만다행으로 화창한 날이다. 오늘은 봉은사에서 ‘2004년 인드라망생명공동체 가을 한 마당’ 이 열리는 날이다. 여러 지역에서 각자의 활 동방식으로 살아온 인드라망인들이 1년에 한번 다함께 모여 서로를 확인하고 격려하는 시간이다. 귀농하여 삶의 터전을 먼저 마련한 귀농학교 선배들이 정성껏 준비해온 농작물을 나누기도 하고 자연친화적 삶을 준비할 미래의 후배들을 만나기도 하는 시간이다. 또한, 여러 기관의 교육을 통해 인연이 된 사람들이 서로의 삶에 대해 진지한 담소를 나누는가하면, 그냥 함께 어우러져 대동놀 이 한마당을 신나게 놀아 보는 때이기도 하다.
올 해는 많은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작년 보다 수월하게 행사를 치르게 되는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볍다.
여러 -프로그램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인드라망 봉은사간의 ‘친환경 공양미 협약식’이다. 봉은 사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을 친환경농산물로 바꾸기로 하고, 이와 관련한 여러 가지 제반 여건 마련에 인드라망이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을 약속한 것이다. 봉은사 신도분들이 참석한 가운데 친 환경 공양미 운동을 제안하신 도법스님과 봉은사 주지스님이 협약서에 서명을 하시고 이어 참석하 신 스님들과 신도대표들이 무농약 쌀을 부처님 전에 공양 올리는 것으로 협약식이 마무리되었다. 협약식 자체는 불과 삼십분 남짓 걸렸다. 그러나 이런 결실하나를 이루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사실 협약식의 발단은 작년 시월에 봉은사 마당에서 치러진 인드라망 가을 한마당때 횡성군 농민회와 봉은사가 도농결연식을 맺은 것 으로부터 진행된 셈이다. 자연 친화적인 삶의 방 향을 제시한다는 모토를 가지고 98년부터 시작한 불교귀농학교는 매년 2회씩 그동안 약 500명 정 도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리고 졸업생중 여러분 이 실제로 귀농을 하였다. 그러다보니 그 분들이 생산한 농작물의 판로문제를 고만하게 되었고 그에 대한 해결방법을 모색하던 중 도심 사찰이 특정지역의 생산물을 소비해주는 도농결연식을 구상하여 추진한 결과 작년에 봉은사와 횡성군 농민회사이에 처음으로 도농결연식이 맺어진 것이 었다. 그 후 올초에 열린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총회에서 보다 불교적이면서 파급효과가 더 분명 한 방법으로 각 사찰에서 불단에 올리는 공양미 를 친환경 유기농 쌀로 바꾸어내는 사업을 벌이기로 결의하고 이를 불교계에 적극적으로 홍보해 왔다. 그러나 어느 정도 소비력이 있는 도심의 대 형사찰들은 이 운동의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여러 사정상 곧바로 이 운동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러던 중 서울의 대형사찰 로서는 처음으로 봉은사가 이 운동에 동참하기로 하여 이번 인드라망생명공동체 가을한마당 행사 에 맞춰 협약식을 맺은 것이다.
무농약 쌀을 불단에 공양미로 올리는 일은 당 장 눈에 '보이는 바로는 보시자의 공덕을 높이는 개인신행 행위이지만 한 자락만 헤집고 들여다보면 그 행위 속에 함의 되어있는 다층적인 관계의 사슬을 볼 수 있다. WTO체제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시장개방 문제 때문에 벼랑 끝에 몰려있는 우리 농촌의 급박한 현실을 볼 수 있고, 자연 친화적으로 살아보겠다고 시골로 향한 귀농인들 의 생계문제를 볼 수 있고, 땅과 물에 기대어 살아가는 수많은 뭇 생명들의 위태로운 생존조건을 볼 수 있다. 사실 우리사회가 단기간에 이루어낸 경제적인 성과 뒤에는 황량해진 농촌이 있다. 어 쩌면 농촌의 잠재력을 빌어서 이루어낸 산업화라 고 해야 더 타당한 말인지 모른다. 젊은 인력이 모두 떠난 지금의 농촌은 이미 그 생명력을 잃었 다. 게다가 쌀 시장 개방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 점에서 나이든 농민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말로는 다할 수 없다. 그렇다고 생명의 근간인 농업을 포기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농업 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농업인들의 생계가 보장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유기농으로고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여 제값을 받고 파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인식은 고령에 접어든 시골농부도 이제는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선뜻 관행농법을 버리고 유기농법으로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유기농 인증을 받는데 걸리는 5년 동안의 준비기간 동안 치러야할 비용이 엄두가 나지 않 기 때문이며 또 대형 농장이 아닌 소규모 자영농으로서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생산한 유기농산물을 제때에 판매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 안이 깊기 때문이다. 농산물은 그 자체가 생명체 인지라 시기를 적절히 맞추지 못하면 생산에서 판매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게 없다.
업무 중에 안 사실이지만 봉은사의 연간 쌀 소 비량은 생각보다 많았다. 그 정도라면 대략 7만평 정도의 농토를 유기농 논으로 바꾸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그 수를 전국의 사찰로 확대해보면 우리 불자들의 노력만으로도 적지 않 은 땅이 농약의 시달림에서 벗어나 건강한 옥토로 새로워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땅이 살아나면 그 땅에 의지해 살아가는 농민들과 뭇 생명들의 삶이 안전해지고, 그 땅이 길러낸 농산 물은 다시 깨끗한 먹거리로 돌아와 우리들의 건강을 지켜준다. 이는 인과론에 근거해서 상생의 화합을 강조하는 불교적인 이념과도 잘 들어맞는 다. 다만 희망은 오직 우리의 관심과 실천 속에서 만 현실로 자라나는 것임을 마음 한구석에 새겨 두자.
〈김선미/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총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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