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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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63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5-01-01 신문면수 9면 카테고리 아함경 이야기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이중석 필자법명 화령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법장원 연구원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17 17:44 조회 2,115회본문
부처님께서 왕사성 교외에 있는 죽림정사에 계실 때였습니다. 이 때에는 많은 비구들이 이미 출가해 있 었고 마가다국의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의 명성을 듣고 찾아와 법문을 듣고 출가했습니다.
거기에 바라문 한 사람이 죽림정사에 와서 마구 소 리를 지르며 욕설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기 동족 중에 한 사람이 부처님께 와서 출가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당시만 해도 바라문은 인도의 최고 계급으로서 인도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 하고 있었는데 그 바라문 종족이 부처님의 제자가 되 었다니까 상당히 분했던 모양입니다.
이 바라문이 부처님을 향해서 한참 욕을 하다가 제풀에 잠잠해 졌을때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바라문이여, 그대의 집에도 가끔 손님이 방문할 것 이다.”
“물론이다. 고타마여.”
“그러면 그대는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할 것이다.”
“물론이다. 고타마여.”
“바라문이여, 그때 그 손님이 음식을 들지 않으면 그 음식은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그야 나의 것이 되겠지.”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조용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바라문이여, 그대는 지금 나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 지만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 욕설은 그대의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바라문이여, 주인이 대접했는데도 손님이 식사를 하지 않은 것과 같이 그대의 욕설을 나는 받지 않고 그대에게 되돌려 주었다.”
그리고 나서 부처님께서는 이런 게송을 읊으셨습니다.
화내는 사람에게 화로 되갚음은 어리석은 일이다.
화내는 자에게 화내지 않는 자는 두 가지 승리를 얻게 된다.
타인의 성냄을 알아 자신을 정념으로 가라앉히는 자는 자신에게도 승리하고 남에게도 승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타이르자 그 바라문은 부처님께 감복하고 출가해서 마침내 아라한이 되었다고 합니다.
상대방이 화를 낼 때 화를 내지 않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누가 화를 낸다고 해서 같이 화를 내면 일을 더 그르치게 됩니다. 상대방이 화를 낼 때는 틀림없이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오해 때문에 화를 낼 수도 있겠지요. 누군가가 화를 낼 때는 덩달아서 화를 내기보다 조용 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왜 화를 내는 것일까를 살펴봅니다. 부처님께서 정념으로 자신을 가라앉히라고 하신 것이 이것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그 사람이 화를 내는 원인을 분석해 볼 수 있고 오해가 있다면 쉽게 풀 수 있을 것입니다. 법구경에서도 미움은 미움으로써 풀어지지 않고 미움을 버릴 때에만 풀어진다고 했습니다. 남이 화를 낼 때 화를 내지 않으면 상대에게 도 이기는 것이 되고 자신에게 승리하는 것이 됩니다.
요즘 미국과 이라크가 싸우는 것을 보십시오. 원인 이야 누구한테 있든 저런식의 싸움으로는 절대로 관 계가 개선될 수 없습니다. 결국에야 힘쎈 쪽이 이기 겠지만 둘다 상처만 안게 됩니다.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것은 그러한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움을 버리고 내가 화를 내지 않으면 두 가지 승리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는 어려운 교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생활 에서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이렇게 늘 쉬운 말로 일러주고 계십니다. 불교의 수행이 꼭 좌선하고 앉았거나 염불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에 마음을 잘 살펴서 화가 날 때 자신을 잘 다스리는 것이 수행입니다. 몇 십 년을 수행했다고 해도 자존심 좀 상한다고 날뛰면 그게 수행입니까?
그것보다는 남이 화낼 때에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 사람의 화를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이 더 훌륭 한 수행자입니다. 가장 자비로운 사람이 가장 잘 닦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화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야 말로 자신에게도 승리하고 남에게도 승리하는 진정한 승리자입니다.
〈이중석 (화령)정사/법장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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