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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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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63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5-01-01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풍경소리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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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16 12:48 조회 1,41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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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깎는 손톱

개미 몇 마리가 방안을 소리도 없이 기어갑니다. 

한참을 바라보다 어찌할 줄 몰라 

그들이 가는대로 그냥 둡니다.

그 사이 개미가 집안에 들면 살림이 인다는

 엄마의 말을 오랫동안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나왔던 길을 잊지 않고 귀가하는 

개미들 개미의 집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들의 가족사도 내 집처럼 쓸쓸할까 

찬밥을 나눠 먹으며 사랑을 할까 

크고 긴 울음을 삼키며 아이들이 태어날까 

저녁 늦게 손톱을 깍으며

 이런 부질없는 생각도 해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밤늦게 손발톱을 깎으면 복이 나간다는 

나의 가계가 나에게 가르쳐 준 숱한 금기들을 

간신히 대물림 해 봅니다.

김창균/시인


우리절 노 스님

우리절 노스님 작년 꼭 이맘 때 

낙엽지는 가을날 떠나겠다 하시더니 

어젯밤 낙엽지는 소리 온천지에 가득하더니만 

그 시간 맞춰 굴리던 염주 상경위에 올려놓고 

열반에 드시었네 

삶이 그리도 두려웠을까

생전에 신세진 사람 일일이 찾아 뵙고

불전에 하직인사 마치시고

걸망 속 깊이 간직했던 무자 화두

되뇌이며 열반에 드시었네

최지원/시인


물위의 사원

침침한 못물 위로 함초롬히 등불 켠 연들이 

드문드문 서 있다.

바람에 일그러진 산이 정수리 처박고 있는 물 아래, 

고요한….. 그 길을 간 사람이 있었다.

못물 흐려질수록 제 안의 길 희미해져 사천왕상

의 눈은 켜 올라가고

채찍 우레와 번쩍이는 칼날 흉흉한 세월 속으로 

이따금 비파소리가 울렸다.

추억의 징검다리 끊어진 데에서부터 첫걸음을 

다시 내디뎌야 하리

언덕을 오르고 사막을 가로질러 바로 저기, 

너무 작아 안이 없고 너무 커서 밖도 없는 

연분홍 절 한 채.

김미지/시인


벽은 무늬를 가지고 있다.

벽은 보이지 않는 그물을 가지고 있다.

복잡한 선을 감추어 놓은 흠집보다

작은 귀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 욕설을 퍼부으면 녹음해 두었다가

 엔젠간 발설할 것만 같다.

벽속에는 거울이 들어 있다.

외출에서 돌아와 화장 지우면

시간의 그림들이 어른거린다.

그 입체화면속으로 내 마음도 따라 들어가 

저 편의 기억까지 되비춘다.

이동식 점포가 되기도 하고 지친 사람들에게 

한 평 두 평 그늘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

위를 올려다 보면 끝없이 열려 있고 그 아래서 나는 깜빡인다.

누군가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가까이 갈수록 단단해지는 벽

허물어지면서 속에 있는 말들을 토해 낸다.

문수영/시인 〈자료제공 : 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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