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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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65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5-03-02 신문면수 3면 카테고리 아제아제바라아제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윤남진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처장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18 06:46 조회 2,067회본문
설이나 추석 같은 우리 민족의 크고 오래된 명 절 풍습이 어떻게 변하느냐 하는 것은 온 나라 차원에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좁게는 태양, 넓게는 온 우주 기운의 변화가 절기의 변화와 더불어 가는 것이 명절이므로, 이를 맞고 보내는 사람들의 태도나 문화는 자못 중요하다 할 것입 니다. 특히 우리의 명절 풍습은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도 온 가족이 모이는 기본문화는 대체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므로, 명절만큼이나 뚜렷하게 가족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기회는 없을 것입니다.
경전에 따르면, 부처님 재세시에 파사익왕의 아들 유리왕이 카필라국으로 쳐들어온다는 소식 을 들은 부처님께서는 유리왕이 군사를 이끌고 오는 길로 나가 가지도 잎사귀도 없는 한 나무 밑에 앉아 계셨답니다. 이를 유리왕이 보고 “잎이나 가지나 무성한 나무를 두고 어찌하여 여기에 앉으셨나이까?"하자, 부처님께서 “친족의 그늘은시원 하도다, 석가 종족은 부처를 낳았다. 석가족은 모두 나의 가지요 잎이라. 그러므로 나는 이 나무 밑에 앉았노라.”고 말씀하시어 전쟁을 막으 셨다는 일화가 전해옵니다.
명절이 되어 흩어진 가족이 모일 때가 되면 ‘나는 친족의 그늘이 서늘하다고 느끼며, 나 스스 로 가족에게 서늘한 그늘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는가?’ 하고 자문해 보게 됩니다. 이번 설을 보내 면서 명절에 가족, 친척이 다 같이 모였을 때에 더 나은 가족, 친척관계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것과 가려야 할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중 가장 중요하면서도 보편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것 세 가지만 여기 적어봅니다.
먼저, 음식과 관계된 문화를 잘 만들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의 명절은 아직 제사문화가 살아 있습니다. 제사는 형식적인 절차도 중요하지만 제사음식 을 만들고 나누는 과정이 중요한 듯합니다. 식구라는 말이 있듯이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이 가족 관계를 두터이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절 음식을 남녀노소 구분할 것 없이 다 조금씩 역할을 주어 함께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풍성한 음식을 함께 만들면서 얘기를 나누면 마음이 너그러워져서 자연스러운 말들 이 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처음 익혀 나온 음식을 최고 어른께서 먼저 잡수시게 하고 그 런 다음에 어린아이들로 차례가 돌아가게 하면 자연히 예절이 서게 됩니다. 주의 할 것은 음식을 지나치게 박하거나 지나치게 과하게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살림이 넉넉지 않은 경우에는 값싸게 할 수 있는 음식 하나라도 풍부하게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과음과 과식은 경계해야 합니다. 음식이 남아 널려져 있는 것은 복을 깎는 일입니다. 과음은 자칫 지나친 행동을 불러오기도 하여 다툼을 만들거나 예의를 흐트러 뜨리는 나쁜 결과도 만들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덕담을 주로 해야 합니다. 지난 한해 각각의 가족들에게 성취가 있었다면 작은 것 이라도 추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 리고 올 한해 열심히 노력해서 넘어야 할 과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용기를 주는 말을 해주어야 하겠지요. 반면 에 자기자랑이나 남흉보기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 나친 자기자랑은 부족함이 있는 다른 가족, 친척들을 의기소침하게하고 자격지심이나 반발심을 갖게 할 수 있습니다. 남 흉보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셋째는 가족공동체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놀이 를 한 가지 정도는 다 같이 하는 것이 좋습니다. 놀이를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은 젖먹이를 빼놓고 는 남녀노소가 다 같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좋 습니다. 그리고 다 같이 참여할 수 있게 놀이에서 역할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놀이 중에서 윷놀이가 알맞은 것 같습니다.
이밖에도 불교인으로서 이웃과 인사하고 나누는 일이라든가, 사원을 찾아 올해의 서원을 세우고 참배하는 것들을 하면 더더욱 좋지만은 그럴 경우에도 다른 가족구성원들의 처지를 잘 살펴 가면서 무리하게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불교 인은 어느 종교인, 어느 가족구성원보다도 너그럽고 이해심 많은 사람인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윤남진/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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