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총지소식

불교총지종은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표방하고 자리이타의 대승불교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 종단입니다.

죽음의 준비

페이지 정보

호수 68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5-06-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아제아제바라아제 서브카테고리 -

페이지 정보

필자명 윤남진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참여불교연대 사무국장 리라이터 -

페이지 정보

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23 08:28 조회 2,029회

본문

죽음의 준비

불과 2주 전에 연로하신 아버님을 잃었습니다. 연세가 89세 이신데도 줄곧 진지를 몸소 챙겨 드시다가 갑자기 자리에 누우시고 약 삼칠일 만에 임종 하셨습니다. 이번에 아버님을 간병하 고 장례식을 치르는 한 달여 동안 불자로서 저의 삶에 대해, 그리고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버님은 무학이시고 자식들 이름 석자이외에는 국문을 쓸 줄 모르시는 분이었고, 다른 동시대의 어른들과 마 찬가지로 대한민국에서 열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근면한 농부로 사신 분입니 다. 아버님은 전통적 유교관념을 가지 고 계셨고, 천자문 정도를 배우셨기 때문에 소일거리로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은 하늘이 복을 주고….’하는 명심보감이나 강태공이 지었다는 ‘집안에는 여섯 가지 도둑이 있는데...’라는 글을 가끔 읽곤 하셨습니다.

전통적인 유교관념이 그러하듯이 그 분에게 생사의 문제는 ‘조상과 자손’ 의 문제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러기에 당신의 아버님 산소를 하늘처럼 가꾸 셨고, 아들을 두기 위하여 위로 여섯의

딸들을 두어 길러야 하는 ‘뼈골 빠지는’ 삶도 감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아버님을 간병하고 임종을 지켜보면서 아버님께서 이런 유교관념에 대해 상당히 불안해 하셨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종중이 유명무실화되고 핵가족 화 됨과 동시에 조상을 대하는 현대인 들의 감성과 세태의 변화를 불초한 자 식들과 종중의 여러 사건들을 거치면서 느끼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아버님을 지켜보면서 불교인인 저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무엇 보다 ‘나는 과연 죽음을 생각하며 살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습 니다. 그리고 한국불교가 과연 한국의 불자들에게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에 대비하는 세세한 가르침을 주고 있는 가 하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이런 의문을 갖고 있다가 큰일을 모두 마치고 정신을 수습하고 나서 부산 광성사에서 주석하고 있는 티베트인인 쵸펠스님이 번역한〈람림〉이라는 책을 다시 한 번 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보리도차제론>을 번역한 것인데, 하사도-중사도-상사도의 세 단계로 나뉘어져 단계별로 세세하게 수행방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중 하사도차제(수행을 시작한 초심자를 위한 수행체계) 의 처음에 ‘죽음을 생각하는 수행’이 나오는데 이 부분이 오늘처럼 절실하게 다가온 적이 없습니다.

여기서는 우선 ‘죽음을 생각하지 않아서 생기는 손실’에 대해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아서 생기는 손실은 죽음을 기억하지 않는 손실, 죽음을 기억해도 수행하지 않아서 오는 손실, 죽음과 삶이 항상하지 않음을 기억하더라도 완벽하게 하지 않아  오는 손실, 죽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오는 손실, 죽음을 생각하지 않아서 잘못된 일을 하는 하는 손실, 죽음을 생각하지 않으면 죽을 때 후회 하게 되는 손실‘ 등을 세밀하게 열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죽음의 실체를 생각하는 것’을 죽음의 때가 정해지지 않은 것을 사유하는 것과 죽을 때 수행 외에는 아무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 죽음의 상태를 관상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죽음의 때가 정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사유에는 누구나 반드시 죽는다는 생각,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것에 대한 생각을 수행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 세세한 설명을 달지 않아도 제목 으로만 보아도 너무도 분명한 가르침 이며, 불자들이 절실히 명상해야 할 것 들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명상을 통해 불자들은 각자가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삶을 진실되고 근면하게 살아가고자 결심해야 한다고 저 스스로도 다짐하게 됩니다.

더불어 살아갈 사람을 위해서는 간병의 도움, 장례의 상호부조를 위해 불자들 간의 협동이 간절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 큰일을 당하여 불교장례도움 단체인〈대한불교 연화회〉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평소에 각 사찰이나 단체별로 이런 전문 단체들과 연계한 협동적인 준비도 평소에 잘 해놓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불초한 자식이 결국 자기생각밖에 못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윤남진/참여불교연대 사무국장〉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