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묻고 서암스님이 답하다 〈꿈을 깨면 내가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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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92호 발행인 법등[구창회] 발간일 2015-11-04 신문면수 15면 카테고리 서적에세이 / 공연,문화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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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5-18 07:22 조회 2,883회본문
감정의 구속을 받지 않을 것 같은 눈빛 이었습니다. 좋은 일 있으면 막 기뻐하고, 조금 나쁜 일 있어도 시무룩해 하는 게 중생심인데, 서암스님은 이런 감정의 동요에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눈이었습 니다.
사실 인간살이를 힘들다고 하는 것은 감정 때문입니다. 슬픈 일 생기면 감정이 호들갑을 떨면서 슬픔을 더욱 과장되게 느끼게 해서 고통이 따르게 됩니다. 유치환님의 '바위’라는 시에서처럼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는 바위가 된다면 세상살이가 그렇게 힘들 것도 없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암 스님은 저 앞을 걸어가는 듬직한 선지식 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서암스님의 말씀이라면 무조건 신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서암스님은 조계종의 제8대 종정 이셨 습니다. 퇴락해가던 문경 봉암사를 수좌가 1백 여 명 결제에 드는 조계종 특별종립선원으로 일으켜 세우신 분이 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외형적인 것보다 서암스님이 더욱 특별한 것은 스님은 평생 문중도 자기 절도 없이 수행자로만 살았다는 것이며, 또 아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대중교통을 이용 하면서 말년까지 시자 없이 수행하셨다는 것입니다.
〈꿈을 깨면 내가 부처〉는 열반 12주기 를 맞이하여 정토출판사에서 출간한 서암스님의 두 번째 법어집입니다. 첫 번째 법어집〈그건 내 부처가 아니다〉가 ‘생활선’에 대한 스님의 법문을 엮어놓은 것이었다면, 두 번째 법어집〈꿈을 깨면 내가 부처〉는 참선 수행과 화두, 마음 다스리는 법 등에 대해 대중이 묻고 서암스님이 답하는 대담 형식의 법문집 입니다. 특히 이번 법어집은 불교를 처음 접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소소한 의문점 에서부터 공부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수행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그에 대한 쉽고 명쾌한 스님의 말씀이 담겨있습 니다.
“업장은 글자 그대로 전생, 다생에 지은 습관이에요. 업에는 선업과 악업이 있어요. 선업은 우리 생활에 힘아되고 도움이 되는 길이고, 악업은 그와 반대로 고통과 핍박이 따르지요. 이러한 선업, 악업을 다 녹인 사람이라면 내 뜻을 내 마음대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에요. 업에 꺼둘리면 습관에 꺼둘려서 자유롭게 살지 못하지요. 업장 - 소멸이 다 된 사람은 내 뜻대로 산다는 거지요.” (231p ‘업장소멸이 된 사람과 안 된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중에서)
앞에서 서암스님의 눈빛이 유리구슬 처럼 흔들림 없어 보인다고 했었는데, 그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업장이 소멸된 사람의 눈빛이었던 것입 니다. 중생은 모름지기 업의 지배를 받습 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 처럼 자신이 심어놓은 인연을 받는 것을 업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는데, 좋은 인연을 심으면 더 좋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고, 나쁜 인연을 심어놓으면 미래가 암담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좋은 인연이던 나쁜 인연이던 더 좋은 것은'안연울 만들지 않는 것이고, 그래서 업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서암스님은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노장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해라’는 열반송을 남긴 서암스님은 평생 선 수행을 바탕으로 법문하면서 선에 있어서도 생활 속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아무리 금쪽같은 진리라 하더라도 일상생활을 여의고는 우리 인간에게 하등의 이익이나 상관이 없다. 일상생활에서 손 움직이고 발 움직이고 울고 웃고 이웃 간에 항상 대화하는 그 속에서 24시간 불교를 찾는 생활, 그것이 선”이라는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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