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그의 작품에서 불교의 향내를 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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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90호 발행인 법등[구창회] 발간일 2015-10-07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불교문화산책 서브카테고리 서하보살의 불교문화산책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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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5-18 09:34 조회 2,958회본문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건축 전」부산시립미술관 2층서 9월 5일부터 11월 29일까지
알프스 소녀 하이디’ ‘천공의 성 라퓨타’ 울의 움직이는 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바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라% 할 수 있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이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둥지 스튜디오 지브리가 창조해낸 작품들이 부산으로 찾아왔다.
5월 5일부터 11월 29일까지 열리는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건축 전-부분을 보면 전체가 보인다’가 부산시립미술관 2층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총 450점의 원화와 다수의 입체모형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에 리얼리티를 불어 넣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건축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지보드, 미술설정, 미술보드, 배경화 등의귀중한 원화와 입체 모형이 함께 전시되어 스튜디오 지브리가 창조한 세계에 등장하는 건축물의 설계 근원과 상징적 위치를 보다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지금껏 한 번도 해요에서 전시된 적이 없었던, ‘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기획전’을 위해 제작된 입체모형 다섯 점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 ‘천공의 성 라퓨타’의 디오라마(Diorama), 하울의움직이는 성’의 모자 가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포장 마차, ‘귀를 기울이면’의 지구상점 실측 세트가 바로 그것이다. 이 모형들은 일본 장인들의 손을 거쳐 섬세하게 제작된 작품으로 관람객에게 영화에 등장했던 건축물에 보다 사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건축토〉은 총 8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섹션 ‘두 감독’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명감독인 ‘다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근작인 ‘가구야 공주 이야기’, ‘바람이 분다’로 구성된다. 또 해외 수출을 통해 큰 호평을 받은 텔레비전 장편시리즈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주요 배경이 축소 입체 모형인 디오라마로 전시되어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섹션 ‘뜻’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차세대 감독들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미야자키 고로’의 ‘코쿠리코 언덕에서’, ‘게드전기-어스시의 전설’과 ‘요네바야시 히로마사’의 ‘추억의 마니’, ‘마루 밑 아리에티’ 그리고 지브리의 작고한 천재 감독 ‘곤도요시후미’(1959~1998)의 ‘귀를 기울이면’의 각 작품의 원화와 세 점의 모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 번째 섹션 ‘프로듀서’에서는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의 눈으로 본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 속 건축의 비밀을 엿볼 수 있으며, 지브리 미술관의 모형이 전시된다.
네 번째 섹션 ‘서양’은 유럽의 건축으로, 지브리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자 가게 실측 세트, “마녀 배달부 키키’의 구초키 빵집 미니어처, ‘붉은 돼지’의 원화가 전시된다.
다섯 번째 섹션 ‘혼돈’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의 서양과 동양의 건축양식이 혼합된 ‘목욕탕’ 모형이 성인 키를 훌쩍 넘는 압도적인 크기로 전시되어 있다. 모든 일이 일어나는 중심지인 마녀 유바바의 목욕탕은 온갖 신들로 늘 대만원이다. 또한 혼돈의 양식을 대표하는 간판건축을 볼 수 있는 기묘한 거리의 실측 세트가 전시된다. 일본 시코쿠 섬 에히메현의 도시를 본따 만들었다고한다.
여섯 번째 섹션 ‘보이,지 않는 수착업’에서는 영화에는 나오지 않은 일본과 유럽의 건축도구를 볼 수 있으며, 이어지는 일곱 번째 섹션 ‘일본’에는 일본의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는 원화와 모형들이 등장한다. 이 섹션에는 ‘다카하타 이사오’의 ‘이웃집 야마다군’,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추억은 방울방울’의 원화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의 원화 그리고 ‘벼랑위의 포뇨’의 소스케의 집 모형이 전시된다. 그리고 일본 주거 양식의 특징인 다다미 방이 돋보이는' ‘이웃집 토토로’의 사쓰키와 메이의 집 모형도 전시된다'. 여덟 번째 섹션 ‘공상과 예감’에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초기 작품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천공의 성 라퓨타’ 그리고 뮤직비디오 ‘온 유어 마크’의 원화와 모형이 전시된다. 특히 ‘천공의 성 라퓨타’의 주인공 파즈가 일하는 탄광의 모형으 ‘미야자키 하야오’가 동경해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마지막으로 'WORK SHOP'은 관람객이 자신의 이상의 집을 만들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이다.
8개의 섹션을 따라 스튜디오 지브리의 영화 속 건축물의 탄생 과정을 살펴보면, 그 건축물들이 철저한 고증을 통해 완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린 이미지 보드를 통해 그 세계관을 완성하는 컨셉을 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도 얻을수 있을 것이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에 관심이 가고 보면 볼수록 정감 가는 이유는 작품에 흐르는 민속신앙과 절묘하게 버무려진 불교사상 때문이 아닐까. 그의 작품에는 불교적인 소재와 주제가 적절히 아들어있다. 옥수수를 들고 들판을 뛰어가는 메이 뒤로 스치듯 배경에 녹아든 지장보살상이 보이는 ‘이웃집 토토로’나 중도라는 이름의 기차를 타고 유바바의 세상과 제니아의 세상을 연결하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은 언뜻언뜻 불교의 모습을 드러낸다. ‘모노노케 히메’에서는 역사 속에서 일어난 전통 샤머니즘과 불교의 대 격돌을 환경파괴의 대주제 속에서 같이 보여주며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불교적인 센스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더 깊게 드러난다. 배경 중 중심지인 목욕탕은 대만 용산사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웅장하면서도 복층의 섬세한 구조는 목욕탕에서 몸을 써는 행위를 통해 속세의 찌든 번뇌와 무명 업보를 벗어버리는 불교사상을 중첩해낸다.
터널을 지나는 것에서 출발하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장면은 이미 차안과 피안의 세계를 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차안의 세계에서 불렸던 이름도 정체성도 피안의 세계에서는 무용지물. 차안을 살아가는 속세의 인물이 번뇌를 떨치지 못하고 우연히 떨어진 피안의 세계는 완성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할지 깨달음을 전한다.
현실에서 치히로는 터널 너머 세상에서는 센이라고 불린다. 그 세상을 지배하는 마녀 유바바는 치히로의 이름을 센으로 바꾸며 자신의 통제 하에 둔다. 센이 된 치히로에게 이름을 잊어버리면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알려준 하쿠. 소년의 모습이지만 그는 원래 지금은 없어진 강의 신으로 용이다. 하쿠가 치히로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그 근원에는 그 옛날 언젠가 치히로와 함께 했던 업과 인연의 고리가고스란히 담겨있다.
문화평론가 하재봉씨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중도 기차로 대변되는 중도사상을 읽어낸다. 그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에 나타난 불교적 세계관’에서 “온 곳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은, 이름의 소중한 가치와 명예를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보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경종이다.”라고 지적한다.
무명에 휩싸여 참나를 잃고 삶에 매몰된 이들에게 보내는 경종이라면 이제 깨달음의 소리를 들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로 인해 거대한 쓰레기더미가 된 강의 신이 유바바의 목욕탕에서 그 모든 쓰레기를 벗어내고 다시 깨끗한 본 모습을 찾아가는 것처럼, 우리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보내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보자. 번뇌도 집착도 내려놓고 겉모습에 혹하지 말고 참나를 찾아가라는 거장의 엄중한 메시지를.
부대 행사로 부산시 립미술관 야외조각공원에서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중 엄선된 세 편의 작품도 매달 한편씩 상영된다고 하니 놓치지 말자. 9월 5일, 10월 2일, 10월 9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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