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함께 전래된 천년의 종이 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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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90호 발행인 법등[구창회] 발간일 2015-10-07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박물관 순례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종열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전주 한지박물곤브김종열 기자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5-18 09:26 조회 2,583회본문
한지의 전통과 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는「전주 한지 박물관」
한지는 우수한 품질로 일찍부터 이웃 나라로 수출 되었다. 주 재료를 닥나무를 사용하여 혼히 ‘닥종이’로도 불린다.
종이의 전래는 불교와 같이 한다. 불교의 전래는 경전과 함께한다. 자연스럽게 종이를 만드는 기술도 함께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아쉽게도 정확한 기록은 없다. 일본서기의 내용에 610년 고구려 승려 ‘담징’이 일본에 종이 생산 기술을 전한 것으로 기록되어있어, 이를 근거로 삼국시대에 이미 제지술이 크게 발달하였음을 추정한다.
특히 불국사 석가탑 해체 과정에서 나온 ‘무구정광 대다라니’는 한지를 말아 소탑 속에 봉안한 것이다. 즉 밀교의 다라니를 우리 한지에 기록하여 전해진 최초의 유물이다. 즉 우리 종이의 역사는 밀교의 전래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고려 시대에는 불교를 국교로 삼고 많은 불사들이 행해진다. 특히 11세기에 들어 확대된 불경조판 사업으로 종이 생산기술은 크게 발전한다.
국가에서는 제지기술자를 ‘지장’이라 부르고 이들을 모아 공방을 만들고, 기술 발전을 후원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제지술이 중요한 국가 수공업의 하나로 발전하게 된다. 1415년 국가가 운영하는 조지소를 설치하고, 이를 기반 으로 중앙과 지방의 종이 생산기술이 발달하여 우수한 품질의 종이들이 생산된다. 한지를 주 재료한 다양한 종이공예품들도 생산되 기 시작한다.
전주한지박물관은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 전주페이퍼 농장 내에 위치한다. 신문용지 및 출판용지를 생산하는 ‘전주페이퍼’는 우리 전통 한지 문화와 현대 생활 속에서 사용되고 있는 한지의 모습을 선보이고, 그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자 2007년부터 종이박물관을 전주한지박물관으로 명칭을 변경해 운영 중이다.
한지공예품, 한지 제작도구, 고문서, 고서적 등 한지관련 유물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해마다 다양한 주제로 한지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특별전을 개최하여 한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소개하고 있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안내를 담당하는 직원이 환한 웃음으로 환영한다. 관람순서와 팜플렛 을 주고 전시관、입구로 안내한다. 전시실로는 한지역사관, 한지미래관, 기획 전시실, 한지생활관, 한지재현관 으로 구성되어있다.
한지역사관에는 인류가 기록을 위해 사용한 다양한 재료들이 전시되어있다. 중국의 갑골문, 죽간, 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 이집트의 파피루스, 고대 서양의 양피지, 인도의 패엽경을 통해 기록과 수단에 대한 역사를 먼저 살펴본다. 다음으로 우리 나라 한지의 출발과 무구정광대다라니, 직지심경 등 우리 종이로 기록한 불경과 고문서들을 소개하고, 한지의 제작과정, 재료에 따른 분류 등을 소개한다.
한지미래관은 오늘까지 이어온 우수한 한지를 이용한 따양한 공예품들이 전시되어있다. 특히 한지는 중국의 선지, 일본의 화지에 비해 질김이 우수하여 다양한 공예품으로 활용이 가능한 종이 이다. 특히 한지를 이용한 한복은 종이라는 특성을 이용한 화려한 문양이 눈에 띈다.
기획전시실은 한지 및 종이를 이용한 다양한 주제로 테마전시가 열리는 공간이다. 현대 작가들은 한지의 특성을 이용한 공예. 회화, 조각 및 꼴라쥬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연간 4-5회의 기획전시를 통해 작가들의 전시기회와 후원을 제공하고 있다.
한지생활관은 한지의 다양한 특성을 이용하여 친환경 인테리어 소재로 거듭난 여러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벽지, 장판, 쿠션, 양말, 속옷 등으로 사용이 가능한 한지의 새로운 변신을 볼 수 있다.
백번의손이 가야 만들어지는 한지
일층으로 내려오면 한지의 제작과정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공간이 나온다. 한지는 그 제작과정이 ①거두기 및 닥무지 ②닥 삶기 ③씻기 및 씌우기 ④티 고르기 ⑤두드리기 ⑥원료넣기 (7)종이뜨기 ⑧물빼기 ⑨말리기 ⑩도침(다듬이질) 및 염색 (물들이기) 등 총 10단계로 나누어진다.
먼저 매년 12월부터 다음해 상순까지 그 해에 자란 1년생 닥나무 가지를 베어낸다.' 닥무지를 하여 수피를 벗겨내면 흑피가 되고, 다시 껍질을 벗겨내면 백피가된다.(거두기 및 닥무지)
1-2일 동안 충분히 불에 불린 백피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솥에 넣어 2-3시간 정도 삶는다.
이때 삶는 액으로 잿물(볏짚, 메밀대, 콩대를 태운 재를 우려낸 물)을 사용하였다. 요즘은 가성소다, 소다회 등을 사용한다.(닥삶기)
삶아진 백피를 흐르는 물에 담가 잿물기를 빼고, 2-3일 정도 골고루 뒤집으면서 말리면 하얗게 표백이 된다.(씻기 및 씌우기)
세척과 표백이 끝난 백닥을 물 속에서 건져내어 원료에.남아있는 표피, 티꺼리 등의 잡티를 일일이 손으로 골라낸다. 한사람의 작업량이 하루 11으 불과 하므로 한지 제조공정 중에서 가장 시간이 많이 소비된다.(티 고르기)
티를 골라 낸 원료를 물을 짜낸 후 닥돌이나 나무판 같은 평평한 곳에 올려두고, 1-2시간 정도 골고루 두들겨 주면 섬유질이 물에브잘 풀어지는 상태로 된다.(두드리기)
잘 두들겨진 원료를 종이 뜨는 지통에 넣은 후, 막대기로 잘 저어 고르게 분산 시킨다. 이때 섬유 끼리의 분산과 종이를 때 발에서 물 빠짐을 잘 조절 할 수 있도록 닥풀즙을 넣은 후 다시 잘 저어 준다.(원료 넣기)
원료와 닥풀이 잘 혼합되어 있는 지통에 종이 뜨는 발을 담교 전후좌우로 흔들어 종이를 떠낸다. 떠낸 종이 사이사이에는 베게로 왕골을 끼워서 나중에 떼 내기 쉽게 해준다. 전통기법인 외발 뜨기는 하나의 불에 발틀 끝부분을 배단 후, 먼저 앞 물을 떠서 뒤로 버리고, 좌우로 흔들며 떠낸 옆 물을 떠서 반대쪽으로 버리는 동작을 반복하여 종이를 떠낸 후, 2장을 반대방향으로 겹쳐서 1장의 종이로 만들어내는 방법이다.(종이뜨기)
떠낸 종이를 쌓아가다가 일정한 높이가 되면 널빤지 사이에 넣은 후, 무거운 돌을 올려 두거나, 지렛대를 사용해 하룻밤 동안 눌러서 물을 빼준다. (물빼기)
물기를 빼낸 종이는 한 장씩 떼내어 말린다. 옛날에는 방바닥, 흙벽, 목판등에 널어서 말렸우나, 최근에는 대부분 철판을 가열하여 말리는 방식을 사용한다.(말리기)
약간 덜마른 종이를 포개거나 풀칠을 하여 붙여 디딜방아나 방망이로 두들겨서 종이가 치밀하고 매끄러우며 윤기가 나도록 해주는 한지 고유의 과정인 다듬이질을 한다. 현재도 장판지 제조시에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도침)
자연 소재인 식물의부리, 줄기, 잎 등에서 얻는 천연염료를 사용하여 종이에 직접 물들이거나 원료룰 넣어 끓여서 물을 들이기도 한다. 염색한 색지는 책지, 편지지, 봉투 등은 물론 지공예품을 만드는데 널리 사용되었다.(물들이기)
한지는 여러 단계의 과정을 일일이 손으로 하는 100% 수작업의 방식으로 생산된다. 지금은 일부 과정이 기계화되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의 장인들은 전통 방식을 고집한다. 백번의 손길이 가야 만들어진다고 한지를 백지(포째)라고도 부른다. 이런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천년의 종이’ 한지는 두껍고 단단하며, 광택이 나고 수명이 길다.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탄력을 지녀 우리민족의 강인하고 순결한 정 신과도 상통한다.
한동안 서양 종이와 화선지에 그 자리를 내주고 명맥을 잃었던 한지는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상품이다. 천년이상 보존이 가능한 대표적인 중성 지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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