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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아니라면 그 무엇을 바꿀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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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84호 발행인 법등[구창회] 발간일 2015-03-03 신문면수 5면 카테고리 칼럼 / 부처님 이야기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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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시행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김시행 (전 언론인)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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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5-22 12:16 조회 3,14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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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아니라면 그 무엇을 바꿀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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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사랑에는 조건이 따라 붙는다. 부부 사이 나 부모 자식에서도 제 눈에 들면 잘한다고 좋아하 고, 마음에 안 들면 싫다고 미움의 화살을 날린다. 남남끼리는 말할 나위도 없다. 제 마음에 드는 정 도에 딸라 말씨가 부드러워지기도 하고 거칠어지 기도 한다. 벌컥 화를 내는 것도 다반사다. 누군가 듣기 좋은 말로 속삭여 주면 좋아하고, 잘못을 지 적해 주면 금방 싫은 마음을 낸다.

인간의 사랑에는 조건이 따라붙지만 불보살의 사랑은 그렇지 않다. 불보살의 사랑은 워낙 고 넓어서 대자대비요, 일체 만물을 한 몸으로 보기에 동체대비이다.

인간끼리의 사랑 중에서도 그나마 조건이 따라 붙지 않는 것이 어머니의 사랑이다. 어머니의 사 랑은 보답을 바라지 않는다.자식을 탓하지 않고 오로지 인내하며, 목숨조차 아끼지 않는다. 어머니 의 사랑은 아무리 얼어붙은 가슴이라도 봄바람치 럼 녹게 한다. 어머니의 사랑이 있기에 세상은 그 나마견딜 만한 곳이 된다.

모정을 닮은 사랑이 있는 곳에는 위안과 평화가 있고, 삶에 대한 충족감이 있다. 그런 사랑이 있 는 곳에는 미움이나 적의가 발을 붙일 수 없다. 억 압과 공격, 학대와 부정 따위가 따르지 않는다. 비 방이나 질시도 설 자리가 없다. 아니, 저절로 사라 지게 된다. 쌓인 눈이 봄볕에 녹아내리듯이 그렇게 녹아내린다.

사랑이 사랑다우려면 조건을 붙이지 말아야 한 다. 조건을 붙이지 말고 내가 먼저 사랑을 주어야 한다. 내가 사랑을 주지 않으면 그도 사랑을 주지 않는다. 내가 지극하게, 사무치도록 사랑을 주면 그도 내게 사랑으로 화답한다. 화초조차도 정성과 사랑을 받고 자라는 화초가 윤기 나게 아름답다. 사랑은 자석과도 같다.

사랑의 큰 나무 아래에는 사람이 모여든다. 누구 라고 감싸고 안아 들이는 큰 사랑 앞에서는 부조리 와 모순과 갈등이 설 자리가 없다. 사랑이 많은 사 람의 인생은 자석과 자석이 감응하듯이, 물과 우유 가 잘 뒤섞이듯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마음과 마 음이 서로 응하고 화하여 모든 일이 걸림 없이 이루어진다.

물질에 치우치고 자기중심주의에 치우치는 삶 이 당연시되고, 아낌없이 주는 삶, 누구라도 감싸 는 삶은 오히려 푼수 취급을 당하는 것이 요즈음 세상의 풍속도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아낌없이 나누고 베푸는 삶에는 불안이나 근심 걱정이 자리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중심적인 삶에는 늘 스트레스와 고 통이 동전의 양면처럼 따라다닌다. 거기에는 만족 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

경전 말씀에 따르면, 사랑을 베푸는 데에는 열한 가지 복이 따른다고 한다. 사랑은 해탈로 이끄는 바라밀다 수행의 텃밭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사 람들은 왜 만족과 안녕의 길을 버리고 불만과 고통 의 길을 택하는 것인가? 남김없이 베푸는 어머니의 사랑을 타인에게까지 확대할 수 있는 길은 없는가?

부모가 자식에게 한없는 사랑을 베푸는 것은, 자 식의 이익과 행복을 자신의 이익과 행복으로 동일 시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자아의식은 자식의 영역 에까지 확장되어, 자식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고 자식의 이익이 곧 나의 이익이다.

부모 자식 사이처럼 너와 나라는 경계선이 없을 수록 큰 사람이고, 큰 사랑이다. 울타리가 넓어지 는 것에 비례하여 경쟁하거나 다툴 상대가 줄어든 다. 너와 내가 하나라는 사랑의 울타리 안에서는, 다투고 긴장할 까닭이 없다. 내가 너이고 네가 나 인데 다툴 일이 무언가. 그것이 인류 전체로 확대 된 것이 부천님의 사랑이다.

이익을 다투는 일에는 끝이 없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바꾸려면 먼저 사랑을 내야 한다. 사랑이 아니고서는 그 무엇도 정화할 수 없고, 바꿀 수 없 다. 상대도 바꾸지 못할뿐더러 자기 자신 역시 바 꾸지 못한다.

자기만의 기쁨과 편안함, 이익을 넘어서서 모두 가 함께 복될 수 있는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진 정한 수행자는 풀 한 포기까지도 자신의 몸뚱아리 처럼 여긴다. 거대한 섭리의 손바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무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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