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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다른 나,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인간의 이중성 파헤쳐, 내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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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85호 발행인 법등[구창회] 발간일 2015-04-02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불교문화산책 서브카테고리 서하보살의 불교문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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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강지연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구성작가 강지연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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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5-22 10:10 조회 3,29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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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다른 나,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인간의 이중성 파헤쳐, 내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
17〜19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24〜26일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 5월 1〜3일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 5월 9〜10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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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우) 드라마 '킬미 힐미'

요즘 문화계 방송계에는 다중인격이 유행(?)이다. 한국 공연 10주년 기념 공연이 한창 진행 중인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그렇고, 최근 종영한 드라마 ‘킬미 힐미’ ‘하이드 지킬, 나’가 그렇다.

왜 사람들은 다중인격에 호응하는 걸까? 요즘 현대인들은 결정장애, 분노조절장애, 우울증과 불안증, 수면장애, 공황장애 등 온갖 정신과적 질환에 노출되어 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 보다 더 과다한 정보의 홍수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체성 혼란을 겪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82%가 스스로를 다중인격인 것처럼 느낀다고 답했다. 다중인격이 먼 나라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한테서도 ‘그런 것 같아’ 동조를 느끼는 현상이기 때문에 더욱 열광하는 것이다.

최근 뉴스를 보면 평범한 사람들의 이중성이 더욱 적나라한 민낯을 드러낸다. 이중성이란 하나의 사물이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성질을 함께 가질 때 쓰는 말이다.

부모 앞에선 천사 선생님 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악마 같았던 어린이 집 교사도 그렇고, 죄인을 벌하고 법을 집행하는 검사가 길에서 음란행위를 한 것도 그렇다. 범죄로 이어지지 않아도 두 얼굴을 지닌 사람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아니, 그러한 이중성을 지니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이 요즘 세태다. 생존을 위해 그때그때 가면을 바꿔 써야 하는 현대인의 삶. 다중인격장애의 다른 모습이 아니고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

이처럼 선악으로 나뉘어 드러나는 ‘내 안의 다른 나’.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만나보자.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원작은 1886년 출간된 소설〈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로 원제는〈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 〉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로 번역 발간됐다. 아마 이들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선과 악을 대표하는 이중인격자의 이야기는 여러 차례 뮤지컬 영화 드라마로 변주됐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비롯해 만화 드라마 영화로 만들어진 ‘헐크’, 만화와 영화로 제작된 ‘젠틀맨 리그’, 영화 ‘아이덴티티’ 등이〈지킬박사와 하이드씨〉를 각색하거나, 모티브로 삼은 작품 들이다. 얼마 전 종영한 우리나라 드라마 ‘킬미 힐미’ 하이드 지킬, 나’ 역시 같은 계열이다. ‘킬미 힐미’는 이중인격을 넘어서 무려 7개의 인격을 다루고 있다. 하이드 지킬, 나’에서도 3개의 인격이 드러난다.

원작 소설은 변호사인 찰스 어터슨이 그의 오랜 친구인 헨리 지킬 박사와 사람을 혐오하는 에드워드 하이드의 괴상한 관계에 대한 조사를 담은 단편소설 이었다.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출간된 일종의 호러 스릴러물이었다. 출간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도 못하고 오히려 선정적인 싸구려 취급을 받았다.

1931년 영화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던 ‘지킬 앤 하이드’가 뮤지컬로 무대에 오른 건 1990년의 일이다. 작곡가인 프랭크 와일드 혼이 1980년 뮤지컬 기획을 시작했다.

당시 역사와 철학을 전공하던 대학생이었지만 인간의 본성과 이중성을 탐구하는〈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에 매료됐던 것. 독학으로 곡을 쓰기 시작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 와일드 혼은 1980년대 후반 작사가이자 대본을 맡은 레슬리 브리쿠스를 민나면서 뮤지컬을 완성해낸다.

1990년 미국 휴스턴의 앨리 극장에서 초연했을 당시 이미 17곡의 노래가 담긴 앨범이 먼저 제작되어 있었고 이후 브로드웨이에 오르기까지 여러 곡이 첨삭되며 운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브로드웨이 플리머스 극장에서 공연한 것은 무려 7년 후다. 1997년 4월 드디어 브로드웨이에서 선을 보였고, 초연의 주인공 로버트 쿠치올리는 드라마 데스크상과 비평가 협회상 남우주연상을 휩쓸고 토니상 후보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류정한, 조승우 등의 공연이 레전드로 불린다. 전 세계를 통틀어 지금은 브로드 웨이 뮤지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릴러로 불리는 작품이 됐다.

뮤지컬 장르에서는 보기 드문 스릴러물이고, 한 사람 안에 존재하는 두 가지 상반된 인격을 지닌 지킬과 하이드, 그를 사랑하는 엠마와 루시가 등장해 아름답지만 슬픈 로맨스를 그려낸다.

영국 런던의 저명한 젊은 의사 헨리 지킬은 정신 분열증을 앓는 아버지를 위해 인간의 본성을 나눌 수 있는 약을 만들고자 한다. 지킬은 성 주드 병원 이사진에게 자신의 약물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피험자를 요구하지만, 반인륜적인 실험이라는 이유로거절당하고, 자신을 피험자로 쓰게 된다.

지킬이 하이드로 변신하는 실험을 계속할수록 주변인들은 지킬을 걱정하며 염려하지만 지킬은 그들을 만나지 않는다. 지킬은 약물로 인해 하이드를 불러냈을 때의 기억을 못한다.

하이드는 점점 지킬 내면의 억눌린 욕망을 자양분으로 힘을 키우고, 지킬의 실험을 반대했던 배싱 스토크 주교를 살인한다. 지킬은 계속해서 약을 갈구하면서 점차 폐인이 되어 가고, 하이드는 계속해서 지킬의 실험에 반대한 병원 이사진을 모조리 살해한 것으로 모자라 지킬을 사랑했던 루시마저 죽여 버린다.

생체실험의 허가를 받지 못해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쓴 지킬은 자신 안에서 악인 에드워드 하이드를 분리 시키는 데는 성공하지만 그를 없애는 것은 실패한 채 결국은 자신이 사랑했던 엠마를 지키고자 자살을 선택한다.

뮤지컬을 이끌어가는 건 지킬과 하이드이다. 여러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가장 격렬하고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는 건 당연히 남자주인공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초대 지킬 하이드역을 했던 뮤지컬 배우 류정한을 비롯해 조승우, 박은태, 조강현이 지킬 하이드 역을 맡아 열연을 선보인다.

뮤지컬 무대는 화려한 특수효과 대신 감미로운 음악과 감각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가 가득 채운다. ‘지금 이 순간’을 비롯해, 두 인격 사이에서 괴로워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미워하긴 힘들죠’ '대결’등의 노래에서 격렬하게 표현된다.

특히 ‘대결’은 얼굴의 반은 지킬로, 다른 반은 하이드로 분해 목소리의 톤도 조절하며 부르는 주인공의 열연에 넋을 뺏길 수밖에 없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를 쓴 스티븐슨은 장로 교의 관습을 따르는 부모들에게 저항하며 자신은 보헤미안의 삶을 선택 했던 인물이다. 도덕과 종교 안에서 선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도덕과 종교로 억압되어 있던 악이 누구에게나 존재 한다는 것을 인정했던 것. 스티븐슨은 자아 안에 살아 숨 쉬는 절대 선과 악을 구분해 내고자 노력하는 지킬이라는 캐릭터를 창조했다.

하지만 절대 선, 절대 악으로 인성은 구분되어지지 않는다. 선과 악이 혼재하는 것이 인간 본연의 본성 이라는 것을 절대 악인 하이드를 제어할수 없어 자살을 선택하는 지킬의 모습으로 드러낸다.

‘종교에 부리를 둔 가장 심오한 고뇌의 원천인 선과 악의 이중성. 이 가혹한 삶의 법칙에 대해 나는 깊이, 집념을 가지고 천착하게 되었다. 내가 뿌리 깊이 이중적이라 해서 위선적인가 하면 그건 전혀 아니다. 나의 두 가지 모습 모두 진실한 것이다. …인간은 결국 여러 개의 모순되면서도 각기 독립적인 인자들이 모인 집합체에 불과하다는 것이 알려지게 될 것이다.’

-〈지킬 박사와하이드씨〉중에서

선과 악의 이중성. 불교에서는 어떻게 보았을까. 불교는 일찍부터 이중성을 사물의 본질로 보아왔다. ‘범부가 곧 부처’, ‘생사가 곧 열반’, ‘번뇌가 곧 보리’, 물질과 마음이 둘이 아니라는 교리에서 불교의 관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람이 지니는 이중성은 문제의 돌출이 아니라 자연의 본질이자, 사물전체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것을 여여라고 한다. 사람들이 대부분 가지는 이분법적 사고를 떠나 ‘있는 그대로의 것’을 보는 것을 여실지견 이라고 한다. 그대로의 것은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개념을 포함한다. 그것을 흑백논리, 이분법적인 사고로 보는 일반인들은 ‘여여’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킬 앤 하이드’를 봐도 그렇다. 내 안의 선과 악은 공존한다. 여여하다. 하지만 사람은 선과 악으로 양분하려 든다. 선이거나 악이거나 어떻게든 하나의 카테고리에 속하도록 나누려고 하지만, 소설도 뮤지컬도 절대선과 절대악을 구분해내지 못한다.

이 세상에서 절대선과 절대악의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교는 불이로써 이 이중성을 극복해 낸다.

부처님은 “네 안의 불성을 찾으라.”는 말씀을 하셨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니듯이, 내 안의 불성과 무명에 뒤덮인 중생으로서의 나 역시 둘이 아니다. 무명의 업에 두텁게 쌓인 참나, 불성은 깨닫지 못해서 없는 것이 아나라, 내재되어 있는데도 찾아가지 못할 뿐이다.

찾으려는 생각조차 안하고, 내 안에 불성이 있다는 믿음 또한 없기 때문이다.

원작소 설에서부터 드라마건 영화건 다중인격의 이면에는 상처가 존재한다. 하나의 인격으로 존재하던 이들이 마음을 조각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그 상처에서 기인한다는 것. 그 상처는 어떻게 치유해야할까.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하이드를 막을 수 없어 살인을 일삼았던 지킬은 속죄의 길로 하이드와 함께 죽는다.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헐크는 악인을 징벌하고 쓸쓸히 돌아서 스스로의 상처를 보듬는 것으로, ‘킬미힐미’ 하이드 지킬, 나’의 남자주인공들은 연인의 사랑으로 상처를 이겨낸다. 상처를 치료하면 조각났던 마음은 하나가 된다. 그래서 치유의 방법은 조각난 마음의 원인을 인정하고, 치유해서, 사랑으로 극복하는 것이다.

‘지킬 앤 하이드’의 배우들은 이런 말을 한다. “관객들에게 내면의 모습을 보세요라고 하는 것 같지만 무대에 서고 나면 자신의 본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생활에 지쳐 지금 내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 뮤지컬 무대에 마음을 던져보자. 지킬과 하이드가 빚어내는 이중성의 고뇌에서 내 내면을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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