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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암스님이 수행했던 암자를 순례하다 〈공부하다 축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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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84호 발행인 법등[구창회] 발간일 2015-03-03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서적 에세이 / 문화재 서브카테고리 불교서적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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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5-22 13:07 조회 2,94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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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암스님이 수행했던 암자를 순례하다 〈공부하다 축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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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대구에 살 때 다니던 절에서 만난 보살님들은 한결같이 혜암스님 얘기를 많이 했었습니다. 혜암스님에게 화두를 받았다는 보살님도 있고, 몇 시간 동안 법문을 들었다는 보살님도 있었습니다.

이 보살님들은 하루 5시간 이상 화두참선을 하는 보살님들로 당시 다녔던 선방에서도 열심히 수행하는 분들이었는데, 이 보살님들이 이렇게 중심을 잡고 열심히 수행할 수 있게 된 힘이 바로 혜암스님과의 만남이라고 말했습니다.

혜암스님을 친견하지는 못했지만 이 보살님들로 인해 나 또한 스님에 대한 깊은 존경심과 신뢰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점에서 혜암스님에 관한 산문집〈공부하다 죽어라〉를 봤을 때 반가웠습니다.

〈공부하다 죽어라〉는〈암자로 가는 길〉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명실공히 암자기행 전문가로 알려진 정찬주씨가 혜암스님이 수행했던 암자를 순례하면서 쓴 산문집입니다.

가야산 원당암은 혜암스님이 종정과 방장을 지내며 마지막 14년을 보냈던 곳입니다. 특히 스님은 원당암에 ‘달마선원’ 이라는 재가선원을 개원해서 불자들을 지도하셨는데, 이 선원이 우리나라 시민선원의 효시라고 합니다. 내가 다녔던 절의 보살님들도 이때 지도를 받았던 것이고, 그 힘으로 스님 못지않은 수행력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혜암스님은 평소 재가 신도가 찾아오면 밤을 새워 법문을 해주실 정도로 대중에 대한 애정이 깊으셨는데 시민선원을 만든 것은 재가 신도에 대한 애정의 다른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대산의 염불암과 사고암, 지리산의 상무주암과 문수암, 그리고 태백산의 동암과 도솔암도 혜암스님과 인연 깊은 암자입니다. 26살 출가해서 82세 열반에 들 때까지 장좌불와, 오후불식, 일일일종식을 지켰던 혜암스님은 이곳에서 낮에는 나무를 하고, 농사를 짓고, 길을 닦고, 그리고 밤에는 주로 수행을 했는데, 밤새 꼿꼿하게 앉아 화두참선을 하셨다고 합니다.

한밤중에 홀로 정진하는 노장님이 내 마음속의 노장님입니다. 출가해서 계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암자에서 노장님과 한방을 쓰던 때입니다. 좁은 방을 이리저리 헤매고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서 새벽에 일어났는데, 노장님께서 앉은 채 정진을 하고 계셨어요. 화두일념, 그게 딱 보였어요. 그때 노장님 모습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같았습니다. 수좌의 생명은 정진이지요. 그게 없으면 수촤라고 할 수 없어요(p138-139)

스님이 열반에 들기 전에 사셨던 원당암 미소굴 앞에는 ‘공부하다 죽어라’라는 스님의 친필이 새겨진 기둥이 서있다고 합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 말은 생전에 후학에게 강조하셨던 말로 가행정진의 삶을 살았던 혜암스님의 가풍을 드러내는 문구입니다. 제자인 정견스님은 특별히 애를 쓰고 정진한 분의 말씀이기 때문에 더 가슴에 와 닿는다고 했습니다.

혜암스님은 본인처럼 열심히 공부하면 깨달음을 얻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처럼 열심히 수행하셨는데, 스님의 수행이력을 찾을 수 있는 암자가 가야산 원당암과 퇴설당, 오대산 염불암과 사고암과 미륵암, 그리고 지리산의 상무주암과 문수암과 도솔암과 칠불사, 태백산의 동암, 영축산의 극락암 등인데 정찬주씨의 맑은 문장을 따라 이 암자를 순례하다보면 혜암스님의 중생에 대한 무한한 자비심과 구도를 향한 치열한 열정과 마주치게 됩니다.

정찬주/열림원/1 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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