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와 뱀의 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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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82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6-09-01 신문면수 5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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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31 18:52 조회 2,388회본문
까마귀와 뱀의 인과
옛 신라시대의 이야기로 당시 강원도 철원땅 보개산 기슭에 큰 배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가지가 휘도록 먹음직스러운 배가 열린 어느 해 여름날, 까마귀 한 마리가 배나무에 앉아 짝을 찾듯 ‘까악까악’ 울어대고 있었다. 배나무 아래에는 포식을 한 독사 한 마리가 여름을 즐기고 있었는데, 이때 까마귀가 다른 나무로 날아가는 바람에 가지가 휘청거리며 커다란 배 한 개가 독사의 머리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느닷없이 날벼락을 맞은 뱀은 화가 나서 독기가 오른 머리를 하늘로 쑥 뽑아 사력을 다해 독을 뿜어내었다. 독기가 살을 파고들면서 순식간에 까마귀는 힘이 쑥 빠진 채 더 이상 날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져 죽고 말았다.
뱀도 너무 세게 얻어맞은 데다 독을 다 뿜어내어 죽고 말 았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더니 어처구니없이 까마귀와 뱀이 함께 죽게 된 것이다.
그러나 까마귀와 뱀은 죽어서까지도 서로 원한이 풀리지 않았고, 뱀은 죽어서 우직한 멧돼지가 되고 까마귀는 암꿩으로 환생하였다.
멧돼지가 된 뱀이 먹이를 찾아' 산을 헤매던 어느 날, 마침 암꿩이 된 까마귀가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멧돼지는 전생의 일 을 기억하며 살며시 등성이로 올라가 발밑에 있는 큰 돌을 힘껏 굴렸고, 암꿩은 미처 피할 겨를 없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까마귀를 죽인 멧돼지는 속이 후련하였다.
그러나 이때 사냥꾼이 그곳을 지나다가 죽은지 '얼마 안된 꿩을 발견하고, 기뻐하며 단걸음에 자신의 오두막집으로 내려가 부인과 함께 요리를 해먹었다.
그런데 그 일이 있은 후, 결혼한 지 오래되었지만 태기가 없던 사냥꾼 아내에게 그달부터 아기가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열 달이 지난 후 사냥꾼의 아내는 옥동자를 분만하였고, 두 내외는 금지옥엽처럼 정성을 다해 아들을 키웠다. 이윽고 아들은 씩씩한 소년이 되어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활쏘기를 익혔다.
그러나 전생의 업보를 통해 태어난 아이는 멧돼지를 잡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고, 그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어느 날 사냥을 허탕치고 두 부자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고 있을 때, 아들이 멧돼지가 달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아버지 ! 저기 멧돼지가 있어요!”
아들의 외침을 들은 사냥꾼은 정신이 번쩍 들어 활시위를 당겼고, 화살은 멧돼지 머리에 정통으로 맞았다. 멧돼지가 죽은 것을 확인한 아들은 기뻐 날뛰며 소리쳤으며, 장성할 수록 더욱 멧돼지를 증오하는 마음이 커져갔다.
세월이 흘러 사냥꾼은 사냥도구를 아들에게 물려준 채 세상을 떠났고, 중년에 이른 아들은 아버지의 뒤를이어 여전히 사냥을 계속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보개산으로 사냥을 나간 아들은 그날따라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이상한 산돼지를 발견했다. 그 산돼지는 우람할 뿐 아니라 온몸에서 금빛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 는데 보는 순간, 있는 힘껏 활시위를 당겨 화살을 적중시켰다.
그러나 금멧돼지는 피를 흘리면서도 여유있게 환희봉을 향해 치닫는 것이었다.
그는 멧돼지가 숨어있는 곳까지 뛰어 올라갔지만, 멧돼지 는 간 곳이 없고 돼지가 있어야 할 장소에 지장보살 석상이 샘 속에 몸을 담근 채 자리하고 있는 것이었 .
금빛으로 빛나는 석상의 몸에는 사냥꾼이 명중시킨 화살이 꽂혀 있었고 사냥꾼은 그 묘한 광경에 고개를 갸우 뚱거릴 뿐이었다.
까마귀와 뱀의 인과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처님께서 멧돼 지로 화현하여 화살을 맞은 까닭을 알리가 없었다.
그는 물 속에 잠긴 작은 석상을 꺼내고자 안간힘을 썼으나 석상 은 보기보다 무거워 끄덕도 하지 않았고 날이 저물자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이튿날 그 자리를 다시 찾은 사냥꾼은 또 한번 놀랐다. 어제 분명히 샘 속에 잠겼던 석불이 어느새 물 밖으로 나와 미소를 짓고 있지 않은가.
이에 크게 깨달은 그는 석불 앞에 합장하고 출가하기를 결심하게 되었으며, 그를 따르는 3백여 무리를 동원하여 절을 짓고 석불을 봉안하였다.
지금도 강원도 철원 보개산에 가면 신라시대 이순석이란 사냥꾼이 지었다는 절 석대암이 있으며, 이 절의 주불인 지장보살은 석자의 키에 왼손에는 구슬을 들고, 왼쪽 어깨에는 사냥꾼의 화살이 박혔던 자리라고 전하는 한치 가량의 금이 뚜렷이 남아 있다.
이후 이 이야기는 살아 있는 지장보살의 가피를 입은 심원사 창건설화로 변용되어 ‘황금멧돼지와 사냥꾼’ 라는 내용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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