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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화쟁문화아카데미 종교포럼 제1회 “무엇이 걱정인가 - 한국불교의 ‘깨달음 지상주의’” 현장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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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85호 발행인 법등[구창회] 발간일 2015-04-02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현장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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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5-22 10:15 조회 2,47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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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화쟁문화아카데미 종교포럼 제1회 “무엇이 걱정인가 - 한국불교의 ‘깨달음 지상주의’” 현장 스케치
종교에 흥미를잃고 배타성 커져… 종교에 대한 학자들의 통렬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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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 화쟁문화아카데미(대표:고려대 철학과 조성택 교수)에서 제1회 종교포럼이 열렸다.

종교포럼 ‘종교를 걱정하는 불자와 그리스도인의 대화:경계너머, 지금여기’는 제목만큼이나 각기 몸 담고 있는 종교에 대한 걱정어린 비판들이 쏟아졌다.

백 명이 넘는 청중들이 강당을 꽉 채운 가운데, 종교포럼의 첫 꼭지는 오강남 비교종교학자의 기조연설로 시작되었다. 그는 ‘화쟁을 저해하는 종교, 화쟁을 북돋아주는 종교’라는 제목의 연설문을 통해 표층종교와 심층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오강남 교수는, 한국 갤럽이 조사한〈한국인의 종교: 1984 ~ 2014(2) 종교 의식〉이라는 자료를 근거로 “한국인들이 점차 종교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는 한편, 각 종교간의 배타성은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종교간의 화해와 소통이 약화된 지금, 화쟁문화아카데미의 종교포럼과 같은 행사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하였다.

결론에서 그는 “한국 종교인 절대 다수가 표층 신앙에 머물러 있다. 신앙생활이나 '나 중심' 혹은 '우리 중심' 으로 맴돌고 있다. 이런 개인이나 집단 이기적인 표층 신앙 때문에 현재 종교계에 종교적 배타주의를 비롯해 여러가지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런 표층 신앙에 함몰되어 생기는 여러가지 부작용이 줄어들고, 더욱 많은 사람이 심층 종교가 줄 수 있는 생명력과 시원함을 누리게 되기를, 그리하여 한국 사회가 한층 밝고 아름다워지기를 기원해 본다”고 기조연설을 마무리 지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조성택 교수는 “오만과 편견: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인가”라는 제목의 발제문에서 “깨달음이 불교의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어떠한 궁극적인 하나의 깨달음이 있으며 그것만이 진리라는 입장을 '깨달음 지상주의'라고 비판하였다.

그는 “현대 한국불교의 깨달음 지상주의는 서구적 오리엔탈리즘의 영향이 역으로 수입된 것이다. 특정한 심적 체험으로 국한되어버린 깨달음에 의해서 불교는 점차 세속과 유리되어 '불통' 혹은 '은폐'되어 버린 신비주의적 종교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불교신도들은 낮은 자존감을 가지게 된다”고 비판하였다.

나아가 그는 “깨달음이란 수행의 전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다. 공적이고 제도적인 종교에서 개인의 체험, 특히 궁극적인 깨달음만을 강조하는 것은 독단적인 오만이며, 수행의 일상성과 사회성을 도외시하는 편견”이라고 주장하여 불교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흥미롭게도 그는 오강남 교수와 성해영 교수가 심층종교로서 종교에서 깨달음이 중시되어야 한다는 입장에도 우려의 목소리를 건냈다.

조성택 교수는 “무조건적인 믿음을 강조하는 표층종교와 깨달음을 중요시하는 심층종교를 구별하는 근저에는 ‘체험’, 특히 궁극적 실재에 대한 깨달음의 ‘체험’이 종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하는 것에 대한 두 사람의 합치된 관점이 전제되어 있다”며 “그 맥락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불교의 장래를 염려하는 나의 입장에서 깨달음의 체험이 종교의 가장 본질적 요소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평하였다.

이어 “종교가 과도하게 개인 체험의 영역으로 환원된다면, 제도적인 종교로서의 역할은 무화되어 버릴 것이다”며, “깨달음의 특권화”가 미치는폐단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였다.

이러한 “깨달음”의 문제에 대해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깨달음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깨달음 이 절대화되어 그것으로 위계와 차별이 생기는 것이 문제”라고 하였다.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은 “불교 에서 깨달음 지상주의가 문제라면 가톨릭의 문제는 가톨릭 성직자들의 과도한 권력화에 있다”며 “항상 주류와 영합해왔던 가톨릭은 스스로의 역사를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하였다.

특히 깨달음에 관해서 그는 “깨달은 뒤에 행동할 수 있는 것인가? 행동하는 그만큼만 깨달은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항상 수동적이었던 가톨릭은 세상을 바꾸고자하는 행동의 종교로 돌아서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이어지는 논의의 내용은 크게 "깨달 음이 종교의 핵심인가?", "깨달음은 사회참여와 관계가 있는가?", “기성 종교는 실천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 었다.

기조연설자였던 오강남 교수는 “깨달음의 특권화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깨달음은 기본적으로 종교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반박하였고, 이에 대해 조성택 대표는 “오강남 교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종교를 체험만으로 국한시키는 것은 종교의 사회성을 약화시킨다.

종교가 제도로서 중요한 것은 ‘체험하지 않았으나 믿음으로실천하는 것’이다. 체험된 것만이 진리라는 생각은 한국불교의 걸림푸이 될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김진호 연구실장은 “특권화된 깨달음 은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문제제기를 하려는 태도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며 “깨달음은 항상 새로워야 하는 것이다. 어떠한 지식이든 그것이 특권화되어 그 사회를 지배할 때 독선이 되고 아집이 된다”고 지적하였다.

이어진 논의는 “깨달음이 있어야 행동할 수 있는가? 아니면 행동하는 만큼 깨달은 것인가”라는 틀로 진행되었다. 김진호 연구실장은 깨달음을 ‘성찰’이 라는 용어로 환원하여 “조성택 대표는 성찰과 행동을 나누어서 보는 것 같지는 않다. 또한 행동을 동반하지 않은 성찰도 문제이지만, 한국 개신교 전통에서의 문제는 오히려 행동이 성찰을 동반하지 않아 생긴 것들이 많다. 잘못된 행동주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단계이다”라고 평했다.

김근수 소장은 “그리스도교의 입장 에서 체험은 도구나 과정이지 목적이 아니다. 따라서 행동하는 그만큼만 깨달은 것이 아닐까”라고 주장하였다 조성택 대표는 “실천과 행동이 동의어는 아니다. ‘참여’라는 부분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나 실천의 형태는 다양할 수 있다.

또한 오늘날 깨달음과 관련하여 중요하게 여겨져야 하는 것은 깨달음의 혁명성보다는 일상성이다. 특권화된 깨달음으로서는 실천이 어려워진다”고보았다. 

종교와 실천의 문제는 종교포럼의 목적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김근수 소장은 “한국 가톨릭의 모숩은 극소수의 사회참여적인 흐름과 교단 내부에서 권력을 유지시키는 두 가지 흐름이 있다. 후자가 전자를 압도한다”며 “이처 럼 성직자를 중심으로 한 권력화는 가톨릭을 행동하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앞으로 풀어가야할 숙제”임을 지적 하였다.

김진호 연구실장은 “종교권력의 특권화 만으로는 개신교의 다이내미즘을 전부 설명할 수 없다. 한국인의 종교성은 강해졌으나 한국의 기성종교는 그러한 수요를 받아들여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종교는 자기 제도 안의 장치들을 돌리는 데 급급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실에 대해 세 종교의 ‘삐딱한’ 교인들이 발본적으로 비판해보고 고민해보고자 한다”고 평하였다.

조성택 대표는 “이제 어느 하나의 종교만이 주류종교를 외치는 사회는 지나갔다. 우리는 모두 ‘행복’을 외치고 있는데 오늘날 필요한 것은 ‘고통스럽지 않은 것’이 아닐까. ‘사회적 역할’이라는 거창한 말을 차치하고서라도 불교도 우리 사회의 가능한 역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라고 결론내렸다.

각 종교전통에서 오랜 연구와 성찰을 거친 학자들답게, ‘깨달음’이라는 자칫 불교 외의 종교에서는 좁아 보일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도 역사, 교리, 철학과 같은 이론적 영역부터 사회 문제와 사회참여, 제도로서의 종교와 신앙으로서의 종교까지 다양한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대화가 진행되었다.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는 “각 종교에 속한 학자들이 자신의 전통에 대한 자기성찰과 비판을 가감없이 나눌 수 있는 보기 드문 자리가 마련된 것 같다”며 “플로어에서 나왔던 또 다른 비판의 목소리까지 포럼의 일부로 녹여, 앞으로 기성종교가 사회에서 담당해야 할 역할을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라”고소감을 밝혔다.

2015 화쟁문화아카데미 종교포럼은 총 9회에 걸쳐 열리며, 제2회는 김진호 연구실장이 ‘개신교의 배타주의와 타자의 악마화’라는 또 하나의 묵직한 주제를 가지고 대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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