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총지소식

불교총지종은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표방하고 자리이타의 대승불교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 종단입니다.

구두쇠 영감의 최후

페이지 정보

호수 84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6-11-01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

페이지 정보

필자명 -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페이지 정보

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01 18:44 조회 2,529회

본문

연재글: 불교설화 (4회)

구두쇠 영감의 최후

bb6295469fed1dcb538bfd6903fab9c0_1527846261_0794.jpg


아주 먼 옛날, 황해도 벽성군 동운마을에 곽씨라는 부자 영감이 살고 있었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서 수많은 하인을 거느리고 호의호식 하는 등 세상에 부러울게 없이 사는 곽노인이었으나 웬일인지 그에게는 소생이 없었다. 그래선지 곽영감은 매일 기생들을 불러 마시고 노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았다. 그는 이렇게 돈을 물쓰듯 하면서도 동네 사람이나 일꾼, 그리고 걸인들에게는 어찌나 인색했던지 마을 사람들은 그를 구두쇠라고 불렀다.

김매던 일꾼이 잠시 쉬거나, 머슴이 병들어 누워 일을 못하면 품삯이나 새경을 감할 만큼 곽영감은 박정했다.

그의 집에선 거문고소리와 기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일 사이가 없었다. 인근 고을 걸인들은 이 소리에 솔깃해서 뭘 좀 얻어갈까 해서 매일 곽영감 집 앞에 몰려들었다. 구두쇠 곽영감은 이 걸인들을 제일 골치 아프게 여겼다.

『주인 어른, 한푼 줍쇼.』

『뭐, 한푼 달라구? 한푼은 커녕 반푼도 없다.』

기생들의 가무에 취해 정신이 없던 곽영감은 걸인들의 구걸 소리에 흥을 잃은 듯 버럭 화를 내며 하인을 불렀다.

『이놈들아, 저놈을 썩 내쫓지 못하고 뭣들 하는 거냐?』

분부받은 하인은 걸인의 행색이 하도 초라해 차마 밀어내질 못했다.

『주인 어른, 한푼이 없으시거든 밥 한술을 주시든지 그도 안되면 막걸리나 한사발 줍쇼.』

『여보서라, 저놈의 목이 컬컬한 모양이니 돼지막에 가서 뜨물이나 퍼다 얼굴에 끼얹어 줘라.』

뜨물세례를 받은 걸인은 욕설을 퍼부으며 달아났다. 그 후 곽영감 집에서는 걸인이 오기만 하면 으레 돼지 뜨물을 퍼다가 끼얹었다.

『허허, 다음에는 뜨물도 아까우니 똥물을 퍼다가 안겨 주도록 해라. 하하하.』

곽영감은 날이 갈수록 걸인 박대가 심해졌고 그 소문은 널리 퍼져 걸인들의 내왕이 뜸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왠 탁발승이 곽영감 집 앞에서 목탁을 치며 염불을 하고 있었다. 

『에이, 저 빌어먹을 녀석이 똥물 맛을 보려고 또 왔군.』

곽영감은 걸인이 왔는 줄 알고 소리를 치며 뛰쳐 나갔으나 의젓한 스님의 모습을 보고 주춤했다. 그는 문득 스님을 골려 주고 싶어 나직한 목소리로 하인을 불렀다.

『여봐라, 저 중의 걸망에다 똥 한 사발을 퍼다 부어라.』

『예? 스님 걸망에 똥을요?』

『쉬이, 들을라. 어서 퍼다 주지 뭘 꾸물대고 있느냐?』

하인은 하는 수 없이 똥을 퍼가지고 스님 앞으로 다가갔다. 눈을 감고 열심히 염불삼매에든 스님은 걸망에 똥을 넣어 주자 합장한 채 정중하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주인장, 대단히 고맙소. 걸인들이 자주 찾아와 몹시 귀찮게 구는 모양인데 내 좋은 비법을 알려 주리다.』

곽영감은 귀가 번쩍 뜨였다.

『좋은 비법이라고? 무슨 비법인지 어서 알려 주십시오.』

뒷산에 가보면 용머리처럼 생긴 바위가 있을 것입니다.』

『예, 있지요. 있고 말고요.』

『그 바위 머리 부분을 자르십시오. 그러면 다시는 걸인이 얼씬도 안 할 것입니다.』

곽영감은 기뻐 어쩔 줄 몰랐다. 노발대발 욕이나 퍼부을 줄 알았는데 똥을 받고도 걸인이 찾아오지 않을 비법을 일러주 다니 곽영감은 마치 금을 캔 듯 신바람이 났다. 한시가 급한 곽영감은 즉시 일꾼들을 모아 뒷산으로 올라갔다. 일꾼들은 바위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바위가 워낙 크고 단단해서 작업이 수월치 않자 곽영감은 안달이 났다. 아무리 재촉을 하고 성화를 부려도 좀체로 구멍이 뚫리질 않았다. 한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는 동안 곽영감은 인부를 들볶다가 다시 술과 돈을 주며 달래면서 불철주야 일을 했다. 만 3개월 그렇게 계속 한 끝에 바위가 반쯤 갈라졌다. 곽영감은 더욱 인부를 독촉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인부 한 사람이 허겁지겁 달려와 숨넘어가는 소리를 했다.

『저어 영감님, 크- 크- 큰일났습니다.』 『아니, 웬 수선이냐?』

『반쯤 갈라진 바위 목줄기에서 피가 흘러 내립니다.』

『뭐 피가 흐른다고?』

곽영감은 놀란 인부를 앞세우고 용머리 바위로 달려갔다. 인부들은 놀라서 모두 일 손을 놓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반쯤 갈라진 바위 목줄기에선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곽영감은 왈칵 두려운 생각이 들었으나 스님의 말이 떠올라 길조일 것이라 짐작하고 일을 계속토록 지시했다. 그러나 인부들은 얼른 나서려 하지 않았다.

『영감님, 이는 예삿일이 아닌 듯하옵니다.

곧 산신제를 지내고 공사를 중단함이 좋을 듯합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일을 계속해라.』

『아니옵니다. 소인들은 더이상 일을 못하겠습니다.』

『어허, 어서 저 바위 머리를 싹둑 잘라 내거라. 수고비는 내 두 곱으로 주마.』

인부들은 불길한 징조인 줄 알면서도 곽영감의 고집에 하는 수 없이 다시 바위를 자르기 시작했다.

바위가 피를 흘리기 시작한 지 사흘이 되던 날. 남은 부분에 금이 가면서 피가 철철 흐르더니, 동아줄을 걸어 잡아당기자 바위의 목이 힘없이 뚝 부러졌다. 그때, 하늘이 순식간에 먹구름으로 덮이더니 번개와 벼락이 떨어지면서 불바다를 이루었다.

곽영감은 고래고래 소리치며 하인을 부르다 벼락에 맞아 죽었다.

뿐만 아니라 고래등 같은 곽영감의 집도 씻은듯 불타 없어 졌다.

이 천지개벽이 있은 다음 동네 사람들은 사동리라는 옛마을 이름을 버리고 용의 머리라는 뜻에서「용두리」라고 마을 이름을 고쳐 불렀다. 그 후 이 동네 사람들은 구두쇠 곽영감의 비참한 최후를 교훈삼아 이웃끼리 서로 도우면서 살기 좋은 바을을 이루었다. 또 효자 열녀를 많이 배출했다고 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