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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아트로 피어난 만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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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84호 발행인 법등[구창회] 발간일 2015-03-03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불교문화산책 서브카테고리 서하보살의 불교문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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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강지연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구성작가 강지연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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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5-22 12:27 조회 2,2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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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아트로 피어난 만다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고 박현기 회고전 6월 25일까지 현대문명의 테두리에 불교 사상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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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무제’ (비디오 돌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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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는 매화가 꽃망울을 틔우며 봄의 소리를 전해온다. 매화 꽃망울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정갈함에 마음 까지도 정화되는 기분이다. 중생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정 결한 백의관음을 보는 기분이랄까.

활짝 핀 매화 한 송이를 들여다볼 때면 같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만다라다. 화려한 꽃처럼 중앙에서부터 펼쳐지는 대칭형 세계가 떠오른다. 활짝 핀 매화 송이처럼 화사한 만다라의 세계. 어쩌면 우리 삶의 모든 것은 만다라 하나에 다 들어있는 것 아닐까?

꽃을 보며 만다라를 떠올리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좌우대칭 사방 고르게 퍼져나가는 삼라만상의 무상심 심 미묘법을 담고 있기 때문에 더욱 자연을 닮아있는지도 모른다. 자연 그 자체가 이미 최상의 진리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으니까. 부처님은 너와 내가 둘이 아닌 불이법을 말씀하셨다. 만다라에 녹아있는 세상 역시 너와 내가 둘이 아닌 세상이다. 그렇기에 더 완벽하고 그렇기에 더 아름다운 것이 바로 만다라의 세계이다.

만다라는 범어로 Mandala라고 한다. 만다라는 ‘진수’ 또는 ‘본질’이라는 뜻이다. 본래 의미는 본질이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해서 변하게 된다는 것인데, 부처님이 법신 화신 보신으로 그 모습을 나투시는 것처럼 만다라 역시 본질은 하나이지만 조건에 따라 여러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 흔히 접하는 만다라는 그런 의미를 담은 불화이다.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펼쳐진 불교사상과 신앙뿐만 아니라 인도 재래의 신들까지 수용하면서 그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진리, 그 원리를 만다라의 형태로 표현했다.

만다라는 밀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밀교는 사회 구제를 표방하며 이전의 불교가 용인하지 않았던 재래신앙의 요소를 불교적으로 수용했다. 거기에 새로운 사상체계까지 탄탄하게 갖춘 밀교는 보다 많은 보살을 출현시키고 인도 재래의 신들까지 포용했다. 때문에 만다라는 관념적인 밀교 미술품인 동시에 밀교의 이론을 체계화하여 설명한 핵심이기도하다.

봄꽃에서 연상한 만다라에 대한 설명이 길어졌지만 하번에 소개하고 싶은 것은 만다라를 만날 수 있는 전시회 소식이다. 그것도 전통 만다라가 아닌 현대적으로 해석한 새로운 만다라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오는 6월 25일까지 기획전 ‘박현기 1942-2000 만다라’전을 연다. 이미 고인이 된 박현기 작가는 비디오 아티스트다. 불교미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박 작가는 비디오 라는 현대적인 매개체에 불교사상을 담아냈다.

비디오 아티스트 하면 백남준 선생을 으레 떠올리지만 박현기 작가는 국내 첫 비디오 아티스트로, 국내에서 비디오를 본격 예술로 도입했던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로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세계적 인 비디오아티스트였던 백남준 선생이 한국에서 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 1984년 즈음이었던 것에 반해, 박 작가는 이미 1970년대 말 국내 미술계에서 영상 매체를 작품에 활용한 독특한 비디오 작업으로 두각을 드러냈으나 국내에서 선구자이자 첫 비디오 아티스트는 박현기 작가라는 것에 이견은 없다. 1990년대 한국에서도 비디오 아트에 대한 열풍이 일어나면서 박 작가의 활동은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7년 이후 ‘만다라’ 시리즈, 현현’ 시리즈 등 불교를 비롯한 동양사상을 담아낸 대표작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국내 비디오아트의 선구자로 각광받으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 갑작스럽게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아 2000년 1월숨을 거두었다.

58세.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이번 생에 부여받은 고 박현기 작가. 그가 생전에 남긴 작품은 만여 점에 달한다. 국립현대미술 관은 유가족에게서 작품과 자료 2만여 점을 기증받아 2변에 걸쳐 정리했다. 이번 그의 회고전은 방대한 그의 작품이 처음으로 정리가 완료되어 공개되는 전시이 기에 더욱 특별하다.

전시장 입구에는 대형포스터와 함께 박 작가의 마지막 작업이었던 만다라가 영상으로 비춰진다. 전시장은 마치 거대한 도서관에 들어선 기분을 선사한다.

1965년 학창시절 메모부터 2000년 임종 직전의 스케치까지 35년간 그의 인생과 예술을 들여다볼 수 있는 풍부한 자료가 연대별로전시되어 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그의 작품들을 총망라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자료를 토대로 그의 주요 작품을 재현해 냄으로써, 국내 첫 비디오 아티스트 박현기의 ‘거의 모든 것’을 전시에 담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작가의 작품이 특별한 까닭은 당시 가장 현대적이고 새로운 매체인 비디오를 전통의 사고 위에 보여줬다는 점이다. 초기 작업들은 돌과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차곡차곡 쌓인 돌탑 사이로 들어앉은 모니터. 모니터 안에서는 돌 사진을 보여준다. 그 자체로 이미 돌탑을 형상화 해낸 것이다. 그냥 돌도, 모니터 속 돌도 어떤 형태를 했나 만이 다를 분. 정확하게 불이의 세계를 구현해 낸다. 1980년대 박현기가 발표한 비디오 돌탑 시리즈를 모티브로 재구성한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어린 시절 6-25전쟁 피란길에 경험한 돌탑 쌓기의 기억을 미디어 작품 주제로 끌어들였다고 한다.

이번 기획전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만다라다. 도서관처럼 구현된 전시장 자체는 거대한 원을 그리고 있어 전시장 자체가 커다란 만다라를 연상케 한다.

붉게 표현된 박 작가의 만다라는 1997년 6월 26일부터 7월 26일까지 뉴욕 킴포스터갤러리에서 열린 전시에 츨품된 작품이다. 티베트 불교에서 우주의 진러를 상징하는 만다라의 형상이 붉은 색의 의례용 헌화대 위에 투사된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박 작가의 만다라 영상은 얼핏 보면 완벽한 기하학적 도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수한 포르노 사진을 합성한 것이다. 가장 세속적인 욕망의 단편들을 모아 가장 성스러운 만다라를 만들어낸 것이다. 만다라를 정립한 인도 밀교가 8세 기 이후 성 력을 중시하는 탄트라로 이어진 것을 담아낸 것일지도 모른다. 성과 속의 모호한 경계, 아니 성과 속이 따로 있지 않다는 성속일여의 사상을 박 작가는 이렇게 표현해냈다. 이 또한 불이와 무엇이 다를까.

박 작가는 20대 때 전통문화 공부에 매진하면서 자신이 영상 미디어로 이미지를 전하는 본질을 먼저 찾고자 했다. 이번 전시 아카이브에서 보여주는 크의 작품 스케치와 메모들에서도 그의 작품에 녹아든 불교사상이 오롯이 드러난다.  특히 만다라 작품에 대한 스케치와 내용을 담은 메모가 눈길을 끈다. 네모난 공간 피라미드처럼 구상한 만다라는 ‘유아독존의 순간, 유아독존의 공간, 유야독존의 계, 천상, 운상, 수상, 지상, 환상, 영상, 천상은 항공여행 중 공중 촬영한 이미지를, 수상은 파도 동영상 등이 비치는 명상적 구도를 주 컨셉으로 설정하겠다’는 설명이 달려있다.

불교 사상을 고스란히 녹아있는 박 작가의 비디오 아트의 세계. 거대한 도서관을 마주한 것 같은 전시관을거닐다 보면 “같은 시기 활동한백남준만큼 화려한 명성은 얻지 못했지만, 박현기는 서구 미디어 기술에 동양 사상을 녹여내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는 미술관 측의 설명을 체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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