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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에 충실하며 안분지족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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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83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6-10-02 신문면수 5면 카테고리 지상설법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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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선도원 필자법명 - 필자소속 총지사 필자호칭 주교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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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01 07:08 조회 2,25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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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에 충실하며 안분지족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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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원 전수
(총지사 주교)


TV를 보거나 거리를 나가 보면 저 마다 자신의 개성을 뽐내듯 각기 다른 스타일의 머리와 의상, 귀걸이, 목 걸이를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피부 여기저기에 구멍을 뚫어 액세서리 를 매다는 피어싱을 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차별성을 두고 싶은 마음과 색다르지 않으면 남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함께 어우러져 이제는 엽기마저도 일상적인 것쯤으로 받아들여지는 요즘입니다.

획일화되거나 갈등이 없이 서로의 개성들을 마음껏 드러내면서도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사회는 누구나 바라는 바입니다. 그러나 일단 튀어보자는 식으로 외적인 모습에만 연 연해하며 자기다운 면들을 무시한 채 자신의 해야 할 역할을 소홀히 한다면 혼란만 가중되고 말 것입니다.

숲속에 뱀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머리가' 앞서고 꼬리가 뒤따르는 것이 불만이었던 꼬리가 머리에게 말했습니다.

“머리야, 오늘은 내가 앞서 갈 테니 선두를 양보할 수 없겠니?”

뱀의 머리가 말했습니다.

“내가 언제나 앞서 갔는데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는 늘 하던 대로 머리가 앞 서서 갔습니다.

그러나 꼬리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무를 칭칭 감고는 가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하는 수 없이 머리가 꼬리에게 양보하였습니다. 꼬리는 칭칭 감았던 것을 풀고 앞서 갔습니다. 그러나 꼬리에게는 눈이 없어서 뱀은 불구덩이에 떨어져 타죽고 말았습니다.

“소의 꼬리가 되느니 닭의 머리가 되라”는 속담을 빌리지 않더라도 기왕이면 남들이 알아주고 중요한 역할 을 했으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 듯 합니다. 보다 발전적이고 성공한 삶을 꿈꾸는 것은 너무나도 바람직하고 당 연한 욕구겠죠. 누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꼬리의 역할을 좋아하겠습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꼬리의 역할 보다 머리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는 감히 말할 수 없습니다. 머리만 있는 뱀을 생각해 보세요. 꼬리 없는 물고기를 생각해 보세요. 아마도 제대로 움직이지도, 중심을 잡지도 못할 것 입니다. 모든 존재는 상대적이고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머리가 없는 꼬리도 꼬리가 없는 머리 도 존재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 모두 머리가 되기를 원하고, 꽃이 되기를 원하고, 주연이 되기를 원하지만, 그럴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꼬리가 없이는, 뿌리가 없이는, 조연이 없이는 결코 제 빛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머리는 머리로서의 역할이 있고, 꼬리는 꼬리로서 할 일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이 하찮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합니다. 남이 하는 일은 괜히 폼나 보여 부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사회 지도자가 되어야만, 남의 이목을 받는 사람이 되어야만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농부는 농부대로, 환경미화원은 환경미 화원대로, 의사는 의사대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이고,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훌륭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고위 층 인사들이나 유명한 사람을 부러워 하며 한숨 쉴 필요도 없고, 또한 높 은 자리에 있고 유명하다 해서 다른 사람을 깔보아서도 안 됩니다. 자신의 역할을 다함으로써 긍지와 보람을 느낄 때 그는 가장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망각하고 딴 짓만을 해 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살고 있나요? 부모답게, 자식답게, 오빠, 누나, 동생답게, 살아가고 있나요? 혹시 ‘노릇’ 도 제대로 히지 못하 면서 대접만 받으려 하고 있지는 않나요?

우리 사회가 여전히 출세 지향적이 고 목적 지향적이다 보니, 과정으로 서의 역할수행을 충실히 하거나 즐기는 것은 고사하고 성공을 위해 마지 못해 인내해야 하는 것쯤으로 생각하 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어떻게 하 느냐’보다는 ‘무엇을 하느냐’에만 관 심을 둔다는 말이지요. 게다가 자신이 하는 일은 보잘 것 없는 것쯤으로 치부하며 출세하면 결코 이따위 일은 하지 않을 거라고 얘기하곤 합니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자기 의 책임을 방기하거나 마지못해 억지로 하며 다른 사람의 역할에만 눈 돌 린다면, 결코 자기다움과 보람을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사회는 동맥경화에 걸리고 맙니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불평만 늘어놓거나 부끄러워하며 무성의하고 무책임하게 방관만 하는 사람을 사람 답다고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 은 인간된 당연한 도리 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끝나버려 서는 아무래도 부족함을 느낍니다.

어쩔 수 없이 할 때와 주체적인 자 세로 임했을 때는 너무나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삶의 주 인이고, 그 사회의 주인이고, 역사의 주인임을 알고 살아간다면 자기가 맡 은 일을 함부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인된 사람은 애써 지키고 관리하며, 어떻게 하면 발전하고 개선시킬 수 있을지 계획하고 구상하며, 사랑과 정열을 쏟고, 눈물과 땀방울을 흘 리며 노력할지언정 남의 집 불구경하 듯이 방관만 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의 경우는 어떻습니 까? 역할을 다하기는 했으나 무엇인가 개선해야 할 점은 없었습니까? 그 일을 통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까?

사람다움의 의미가 가볍게 여겨지 고 사람 사이의 관계와 역할이 헐거 워지는 오늘날, 그래서 우리는 더욱 각박해지고 혼탁한 사회를 힘들게 살아갑니다. 그 무엇에도 비견할 수 없 이 고귀한 인간의 가치가 돈이나 물 질보다 낮게 취급되는 가치의 전도는 자꾸만 관심의 방향을 바깥으로만 치 달리게 하여 탐욕심을 부채질할 뿐, 시선을 안으로 돌려 반성하며 스스로 해야 할 바와 자신의 가치를 찾도록 놔두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인간성은 메말라 가고 사회는 물질문 명의 어두운 그림자에 지배되어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진흙 뻘과 같은 사회를 살맛나게 만들고 아름답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 불자의 역할이고 사명입니다.

먼저 우리들은〈법구경〉“사람이 만일 법을 듣지 못하면 늙어 가는 소와 다름없다.” 는 부처님의 말씀에 따라 부지런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법회에 자주 모여 진리를 토 론하고 매일 매일의 일과를 정해 단 몇 분이라도 꾸준히 수행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가르쳐줘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잡아함경〉에서 “사람들 중에는 마음에 더러움이 적은 자도 있거니와, 법을 듣지 못한다면 그들도 악에 떨어 지고 말리라. 들으면 법을 깨달을 것이 아닌가.”라고 말씀하십니다. 진리를 모르는 사람을 가엾이 여기고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과 안락을 위해 진리를 설하는 데 주저하지 말 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자비스런 마음을 내어 지금까지 쌓은 모든 선근 공덕을 중생들과 위없는 깨 달음에 회향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나를 비롯한 모든 사 람들이 진리의 동참자가 되어 함께 행진할 때 이 세계는 사람다운 사람 들이 사는 세계, 연꽃 피어나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입니다.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그 주변이 망가지고, 불자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하면 세상은 더욱 혼탁해지고 맙니다. 그러므로 도망치려 하지 말고 자신의 역할 속에서 긍지를 느끼며 보람을 찾아야 합니다. 또한 할 일이 없고 심심할 때라야 비로소 법 회에 참석한다던가, 유람하듯 구경꾼 이 되어 절을 찾고 부처님 보러 다닌 다던가,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어야 부처님께 매달리는 ‘겉모습만 불자’ 가 아닌 참다운 불자로 거듭나서 이 사회의 등불이 되고 길잡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성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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