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신성불' 의 경지 보여준 특별한 수행자 <티벳의 위대한 요기 밀라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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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76호 발행인 법등[구창회] 발간일 2014-07-01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서적에세이 / 기타 서브카테고리 불교서적 에세이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은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자유기고가 김은주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5-24 13:48 조회 2,867회본문
밀라레파의 수행동기와 과정, 그리고 그가 얻은 깨달음의 게송을 전기형식으로 기술한 책〈티벳의 위대한 요기 밀라레파〉는 그의 수제자 레충에 의해 쓰여 졌는데, 티베트 문학사에서〈티벳 사자의 서〉와 함께 가장 유명한 책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밀라레파의 삶이 워낙 드라마틱하기에 독자에게 흥미를 주기에 충분한 것도 이유겠지만 평이하고 단순한 문체로 쓰여 져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이 책이 살아남은 비결이었습니다.
7살 때 부유한 장사꾼이었던 아버지가 돌아 가시면서 밀라레파의 비극은 시작됐습니다. 욕심 많은 당숙과 당숙모에게 재산을 모두 빼앗긴 밀라레파 가족은 비참한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복수심을 품으면서 살아온 어머니는 밀라케파가 성인이 됐을 때 그에게 흑마술을 배우게 하여 당숙과 당숙모, 그리고 그들과 한편이었던 마을 사람들에게 복수하고자 했습니다.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흑마술을 배운 밀라레파는 당숙의 아들 결혼식 날 집이 무너지게 해서 마을 사람들을 몰살시켰습니다.
그러나 이후 살생에 대한 죄책감은 밀라케파를 괴롭혔습니다. 그래서 카귀파의 창시자인 마르파을 찾아 법을 구했습니다. 그런데 마르파는 그에게 쉽게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계속 집만 짓게 했습니다. 집을 다 지으면 허물고 또 짓게 하고, 이런 생활이 반복되자 법을 전수받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이 생에서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지 못한다면 살생의 중업으로 인해 윤회의 수레바퀴에 빠질 게 뻔했기 때문에 밀라레파는 한시 바비 수행을 하고 싶었는데 스승은 그의 마음은 아랑곳 않았습니다.
몇 년 동안 집짓기만 하던 밀라레파는 마침내 스승에게서 법을 전수받고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스승을 떠나 고향에 온 이유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하얀 뼈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고향집은 폐허가 돼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그는 비로소 세상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극복했습니다. 그래서 고향마을에 있는 산속 동굴로 들어가 쐐기풀로 죽을 쑤어 먹으면서 9년 간 명상을 했습니다. 쐐기풀로 연명하다보니 몸은 초록색으로 변하고, 머리는 가발을 쓴 것처럼 산발이고 팔다리는 부셔질 것처럼 가늘어 졌습니다. 이렇게 육체를 잊어버리고 수행에 매달려 마침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밀라레파가 수행을하게 된 동기는, 세상에 대한 미련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으로 인해 죽은 사람들에 대한 엄청난 죄책감도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고향집에서 하얀 뼈로 변한 어머니의 모습 속에서 세상의 허망함을 절감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에 머무는 시간을 오직 명상을 하고 깨달음을 얻는 데 써야 한다고 생각했고, 스승 또한 그에게 동굴에 머물면서 명상에 전념하라고 당부했기에 그는 평생 명상을 했던 것입니다.
밀라레파 전기를 통해 강조하는 것은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에 대한 미련을 말끔하게 청산하는 것입니다. 적당하게 세상과 조화를 이루면서 수행을 하는 게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미련까지도 말끔하게 버리고 오직 수행에만 매달릴 때 다음 생을 기약할 것 없이 바로 지금 이 생에서 완전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밀라레파의 삶은 이 생에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즉신성불’의 가능성을 몸소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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