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로 팔려간 조선인 노예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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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73호 발행인 법등[구창회] 발간일 2014-04-03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오피니언 서브카테고리 특별기고페이지 정보
필자명 - 필자법명 백성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백성스님(통도사 재적)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5-25 08:45 조회 2,474회본문
실크로드의 시발지인 이탈리아 로마. 지금부터 4백여년 전에 일본인에 의해 로마까지 팔려간 조선인 노예 안토니오 꼬레아의 실화가 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피렌체출신의 무역상인이자 토스카나 공국의 공직자였던 프란체스코 까를레티가 저술한 [나의 세계일주기]에 기록되어 있다.
1701년에 피렌체에서 발간된 이 책에 의하면, 정유재란이 한창이던 1507년에 부친과 함께 일본 나가사키항에 입항 한 그는 30엔에 해당하는 12 스키우드에 조선인 노예 4명을 매입한다.
그리고 이듬해에 그곳을 출항 한 까를레티는 부친을 여의고 네델란드 해적에게 나포되는 등의 온갖 시련 끝에 1606년 7월 12일에 조선인 노예 1명과 함께 고향인 피렌체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는 조선인 노예에 대해 이러한 기록으로 마무리 짓는다. "한 사람은 지금 로마에 살고 있으며 안토니오 꼬레아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자칫 역사 속에 영원히 묻힐뻔한 이 책의 내용이 우리들에게 알려진 것도 대단히 드라마틱하다.
성공회 제3대 조선교구장인 트롤로프 신부가 동양문화를 연구하기 위해 1만 권의 장서를 소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단히 불행하게도 1930년 11월에 일본 고베항 인근 해상에서 일어난 선박 충돌 사고로 인해 트롤로프 신부가 갑자기 목숨을 잃게 된다. 얼마후 일본 역사학자 야마구치가 경성 정동 교회에 방치되어 있던 방대한 장서를 열람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때 안토니오 꼬레아의 내용이 언급된 까를레티의 저서 [나의 세계일주기]를 발견한 야마구치 박사는 자신의 논문 "임란중 포로의 행방-조선인노예 매매의 예"에서 안토니오 꼬레아의 존재를 최초로 발표한다. 이렇게 해서 초선인 노예무역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금년은 한국-이탈리아 수교 13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 이다. 그래서 5월에 로마심포니가 내한공연을 하고, 가을에는 한식페스티벌이 밀라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또한 경북은 작년에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경주세계 엑스포의 열기를 실크로드의 출발지인 로마까지 전개할 좋은 기회를 맞고있다. 바로 이러한 때, 4백여년 전에 이탈리아 피렌체를 거쳐 로마까지 당도 한 실존인물인 안토니오 꼬레아의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픹요가 있다. 특히 그당시 유럽의 궁중화가였던 루벤스가 그린 초상화의 제목이[코리언맨-안토니오 꼬레아]라는 사실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문화창조를 이루기 위해서는 새로운 스토리텔링과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다양한 문화콘텐츠개 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17C에 루벤스가 그린 채색 드로잉 작품이 1980년 대에 영국 크리스티 경매장에 최초 출품되었을 때, 이 그림의 제목은 중세시대 태국의 관리를 의미하는 "샴대사"였다. 그후 한국 복식전문가의 고증에 의해 "한복 입은 남자"로 바뀌었고, 이 그림을 매입한 미국LA 의 유명한 석유재벌인 폴게티의 재단에서는 제목을 최종적으로 [코리언맨-안토니오 꼬레아]로 확정했다.
이처럼 기구한 스토리를 간직한 놀라운 그림의 주인공이자, 대단히 드라마틱한 책 속에 소개된 유일한 조선인인 안토니오 꼬레아를 통해서 밝혀진 놀라운 사실은 바로 일본인에 의해 자행된 조선인 노예무역의 역사적 진실이다. 이제 날조된 독도의 역사를 주장하고 조선인 위안부의 존재마저 부정하는 일본 아베정부를 향해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 그것은 임진-정유재란 기간 중에 일본인들이 저지른 조선인 노예무역의 만행을 널리 알리는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반드시 국사교과서에 수록해서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을 시켜야 하는 일이다.
또한 4백여년 전에 실크로드의 동쪽 끝인 한반도에서 태어나 실크로드의 서쪽 끝인 로마까지 건너간 역동적인 실화를 감동적인 문화콘텐츠로 개발하는 일도 추진 할 필요가 있다. 그와 아울러 4백여년 전에 안토니오 꼬레아와, 함께 마카오, 인도, 유럽 각국으로 팔려가서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속박 당한 채 짐승 같은 압제와 속박 속에서 살다가 이름도 없이 사라진 수많은 조선인 노예들을 추모하고 기념하는 일도 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3월 27일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PM 2시부터 진행되는 "이탈리아로 팔려간 조선인노예 영령 추모행사"에서 사찰학춤을 통한 천도의식을 치르기로 하였다. 미국 고유돌비극장에서 개최된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수상한 스티브 맥퀸 감독의 영화 "노예 12년"에 등장하는 흑인 노예들 만큼이나 엄청난 폭력과 굴욕의 삶을 살았을 우리 선조들의 사무치는 한과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자 한다. 또한 실크로드의 시대에 경주의 대외무역항이었던 울산도 정유재란 기간 중에 울산왜성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왜군들에 의해 우리의 수많은 선조들이 포로가 되어 일본으로 픝려간 사실도 다시 한번 상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단재 신채호는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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