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언(眞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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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75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2-10-01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밀교연재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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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2-10-11 15:55 조회 1,662회본문
정신의 동요 가라앉히고 삼매경에 들어가는 수단으로 채택
진언·명주·다라니는 점차 통합됨으로써 더 큰 기능을 갖춰
진언은 글자 그대로 진실한 말을 뜻한다. 산스크리트에서는 ‘만트라’라고 한다. 진언에는 이른바 진언 외에 명주(明呪)와 다라니 두 가지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세 자의 총칭으로 진언 내지 다라니라는 말이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진언을 설명하려면 자연히 진언·명주·다라니의 설명이 필요하다.
고대 인도에서 언어가 지닌 영묘한 힘은 신격화되어 여신 바티(vatī)가 되었으며, 하늘에서 계시의 책으로 간주한 성전 베다에서는 소리야말로 영원하라, 라고 부르짖었다. 학자들도 저마다 독특한 말론을 펴고 성상주론(聲常住論)·성무상론(聲無想論) 등이 주장되면서 영원한 말의 원형을 찾고자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진언도, 이것들을 배경으로 탄생해, 이윽고 심화해 갔던 것이다.
만트라=진언은 원초 성전 베다에 신들에게 바치는 찬가로 등장했다. 물론 일상에 쓰이는 말과는 차원 및 체계를 완전히 달리한다. 말 자체로서의 만트라는 동사 ‘만(생각하다)’에 후접자 ‘트라(그릇)’가 부가된 것으로 전체적으로는 ‘사고의 그릇’이라는 정도의 의미를 지닌다.
이 만트라에는 절대적인 속성이 있었다. 반복이다. 즉, 만트라는 수많은 소리를 들었을 때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한다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그것도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낮게 남들에게 들리지 않게 하면 더욱 큰 효과를 낸다고 한다. 이처럼 특정 말을 낮고 낮게 반복하다 보면 거기에 일종의 특유의 정신상태가 생기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즉 만트라의 저창 반복(低唱反復)으로 인해 종교적 경지인 삼매경에 빠지는 것이 가능해진다.
명주는 원어를 비드야(Vidyā)라고 하고, 한역에서는 그 뜻을 따서 명주(明呪)라고 역출했다.
이 경우 명(明)이란 학문적 과학적 지혜를 말한다. 주(呪)는 주법(呪法)을 가리킨다. 요컨대 비드야=명주(明呪)란 학문적 과학적 지혜+주법이며 고대 인도에서는 학문 과학과 주법이 일체적으로 아직 구분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명주(明呪)에 대해 붓다는 두 가지 다른 태도를 보였다. 주법으로서의 명주는 부정하고 학문적 과학적 지혜로서의 명주는 자기 가르침의 에센스를 표현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인정한 것이다. 학문적 과학적 지혜로서의 명주의 전형 예는 혹은 성음(聖音) 옴(ॐ oṃ)이며, 혹은 반야바라밀이 그러하다.
붓다가 참으로 주법으로서의 명주를 완전히 거부한 것은 아니다. 뱀 제거의 주법 등은 슬그머니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묵인한 듯, 이것이 주법 발전에 길을 터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다라니는 산스크리트어의 발음 다라니를 그대로 한자로 베낀 것으로 의미를 따서 총지(總持)라든지 그냥 간단히 지(持)라 번역되기도 한다. 본래는 요가의 행법 중 하나에서 유래되어 마음을 일정한 장소에 연결하는 것, 즉 정신의 집중 통일을 의미하고 있었다.
불교에서도 정신의 동요를 가라앉히고 삼매경에 들어가는 수단으로 채택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진언과 마찬가지로 특정 구절을 무한 회수에 걸쳐 계속 외우고, 그 행위에 의식을 집중하면서, 마침내 자타의 구별을 초월한 신비의 영역으로 비밀스럽게 들어가게 된다.
진언·명주·다라니는 점차 통합됨으로써 더 큰 기능을 갖게 된다. 그리고 결국 밀교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바뀐다. 비교적 초기 유가유식학파가 저술한 책으로, 요가의 경지와 보살도 실천의 관계를 논한 대저 『유가사지론보살지(瑜伽師地論菩薩地)』(4~5세기경 성립)의 「보리분품(菩提分品)」은 통합 후 진언 내지 다라니의 기능을 네 가지로 나누고 있다. 첫째는 경전의 장구(章句)를 잊지 않는 기능. 둘째는 경전의 내용을 잊지 않는 기능. 셋째, 주술적 기능. 넷째는 ‘공성(空性)’을 체현(體現)하는 기능이다.
첫째와 둘째 기능은 진언과 다라니의 본래 기능이 합쳐진 것이다. 세 번째 기능은 명주에서 비롯된다. 네 번째 기능은 진언 내지 다라니 자체가 공수행자에게 깨달음을 주는 기능이다. 이 경우에는 진언다라니를 무한 횟수 외움으로써 진언의 뜻이 가진 말의 의미의 기능을 진동시켜 마침내 해체로 몰아넣고 그 너머로 ‘공성(空性)’을 실감케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반야심경비건(般若心經秘鍵)』에서 ‘진언은 부사의하다. 관송(觀誦)하면 무명을 제거하고 일자(一字)에 천리(千理)를 포함하여 즉신(卽身)에 법여(法如)를 체득한다’고 하여 진언이란 읽는 글자 그대로 바로 진리를 말하는 말이며 결국 대일여래의 말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여기서부터는 6세기 이후 인도에 꽃핀 밀교가 개발한 영역에 속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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