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총지소식

불교총지종은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표방하고 자리이타의 대승불교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 종단입니다.

우리시대 선지식들에 대한 이야기 <인생을 낭비한 죄>

페이지 정보

호수 166호 발행인 법등[구창회] 발간일 2013-09-03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불교서적 에세이 / 인터뷰 서브카테고리 불교서적 에세이

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은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자유기고가 김은주 리라이터 -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5-29 13:49 조회 2,855회

본문

우리시대 선지식들에 대한 이야기 <인생을 낭비한 죄>

42a2299294b0a490cea24a7c18171b78_1527569382_6702.jpg

 

“수행이란 익은 것은 설게 하고 선 것은 익게 하는 것 입니다. 눕고 싶고 편하고 싶고 게으른 것은 푹 익은 습 관이기 때문에 설게 만들어야죠. 새벽 두 시 반에 일어 나서 예불하는 것, 아무리 자고 싶어도 정진 시간을 정 확히 지키는 것, 또는 어떤 사람이 와서 정말 짜증나게 하더라도 잘 들어주는 것은 선 습관이니까 익도록 만드 는게 수행이에요”

충주 석종사 혜국스님의 말씀입니다. 수행을 하려는 사람은 애써 낯선 것을 취해 깨어 있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스님은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표적 선지식 중 한 분인 혜국스님이 말씀하셔서인지 더욱 와 닿는 설법이었습니다. 

선지식이 하는 말은 모두 마음에 아로새겨집니다. 보 통 사람이 말하면 의례 하는 말로 들리는데 선지식이 하면 정말 중요한 말처럼 여겨지면서 실천해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됩니다. 선지식은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들 이기 때문에 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허투루 들리 지 않는것입니다.

〈인생을 낭비한 죄〉는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선지 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분들의 말씀을 그대로 옮겨 놓기도 했고, 일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혹은 라이프 스 토리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저자는 불교 책 전문작가 박원자님입니다. 박원자님 은 월간〈해인〉에서 오랫동안 글을 써왔으며 전 종정인 법전 스님의 수행기와 비구니의 지표 인홍 스님의 일대기〈길 찾아 길 떠나다〉를 집필했습니다. 이 책〈인생을 낭비한 죄〉에는 성철스님 청화스님 숭산스님 등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수행자를 비롯해 이 책이 아니라면 만 나기 어려운 수행자에 대한 얘기도 있습니다.

원중스님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분입니다. 산중에 서 오직 수행에만 몰두하고 있는 스님으로 나도 이 책 을 통해 처음 알게 됐는데 무척 존경스러웠습니다. 치 열하게 수행을 하고 있는 모습에 불자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추운 겨울 한 철 한데에 비닐 천막을 치고 주먹밥을 먹으며 잠을 자지 않고 수행을 했고, 불령산 낭떠러지 위에 좌복 하나 가져다 놓고 삼 년 결사를 나기도 했으 며, 지금도 결제와 해제를 가리지 않고 하루 스물한 시 간 가행정진 중인데, 그렇게 산 세월이 스물여섯 해나 됐다고 합니다.

대단한 구도심입니다. 수행은 모름지기 이렇게 평생 을 바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는 만남이었습니다.

숭산스님의 근면함 또한 누구도 따를 수 없을 만큼 대단했습니다. 스님은 전날 아무리 늦게 주무셔도 다음 날 새벽 한 시면 일어나 천팔십 배를 하는 게 하루 일과 였다고 합니다. 기차만 며칠 타고 가는 중에는 열차 통 로에 담요를 깔아놓고 천팔십 배를 하셨다고 하니 앞에 서 혜국스님께서 수행자는 선 것을 익히는 사람들이라 고 했는데 그 말에 꼭 들어맞는 수행자였습니다.

청화스님의 자비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청화스님이 태안사에서 계실 때 어떤 보살이 지아비를 잃고는 그 상심이 컸는지 보는 사람마다 붙잡고 눈물바람을 보였 는데, 어느 날 법문을 끝내고 나오는 청화스님의 손을 잡고 또 그렇게 했답니다. 청화스님은 보살님의 손을 잡아주면서 자애로운 모습으로 위로를 해주었답니다.

그런데 그 보살님은 청화스님의 위로를 받은 후 정신 이 버쩍 들면서 기적처럼 그 슬픔에서 벗어났고 이후 에는 더 이상 지아비 얘기를 하지 않고, 또 울지도 않게 됐다는 얘기였습니다.

청화스님의 자비심이 관세음보살의 자비심과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하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선지식 한 분을 친견하는 일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 런데 우리 시대를 공유하고 있는 선지식을 두루 만나는 일은 참으로 귀한 인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선지식들이 전하는 귀한 법문과 치열한 일상은 내 삶 을 돌아보게 했으며 삶의 이정표가 돼주었습니다.


박원자/김영사/13000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