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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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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87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7-02-01 신문면수 2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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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박묘정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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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05 07:06 조회 1,95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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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느린 것의 아름다움

바쁜 연말을 잘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

시댁이 양력설을 지내기 때문에 새해도 역시 바쁘게 맞이 했다. 온 가족이 모여 함께 2007년 새해를 맞이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 후 우리 종단과 교도들의 가장 중요 한 연중 행사인 신년 불공에 들어 갔다. 새 해의 다짐과 희망과 기대와 꿈을 저슴에 안고 시작했다.

마치 등산가들이 세계의 최고봉을 정복 하기 위해 출정하듯이, 유명한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 위해 지휘봉을 잡고 무대에 오르듯이 우리들은 결의에 찬 모습 으로 불공을 시작했다. 나도 여기에 동참해 서 매일 새벽 6시 조금 넘는 시간에 집을 나섰다. 내가 이렇게 할수 있었던 것은 가 족들의 이해와 도움이 지금까지 계속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나 혼자 절에서 신년불공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온 가족이 도움을 주기 때문에 가족 전체가 불공 하는 것 이라 생각된다.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이번 불공에는 특히 너와 나 구분없이 모두 진지하게 정말 열심히 불공하는 모습이 감동적이고 마음 뿌듯했다.

철야 정진 후 방생까지 잘 마쳤다. 이렇게 연말부터 연초가 모두 바쁜 나날이었다. 며칠 후 조금은 한가한 마음으로 평소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의 모임을 가졌다. 시청 지하철역에서 만나 한가하게 정동길을 걸었다. 오늘 따라 이 길은 조용하고 고즈넉하기까지 했다. 같은 생각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어서 같이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우리들은 모처럼 느리게 느리게 걷고 있었다. 

저녁 전이어서 어느 곳에서 저녁을 먹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이때 눈에 띄는 간판이 보였다. ‘느리게 걷기’ 참 독특한 이름의 음식점이었다. 우리들은 다 같이 이곳을 택해서 들어갔다. 너무 바쁘게 현대를 살아 가는 우리들에게 마음에 와 닿는 곳이다. 이곳의 특징이 미리 만들어 놓지 않고 주문을 받은 후 천천히 준비한다. 진정한 웰빙이다. 누구 하나 음식이 빨리 나오지 않는다고 재촉하는 사람이 없었다. 실내는 녹 색식물, 넝쿨식물들을 많이 키워서 마치 실외의 정원에 온 느낌이었다. 테이블도 통나무를 툭툭 잘라놓은 것 같은 자연스러움이 었다. 정말 몸과 마음이 느긋하고 편안한 곳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한 가지 바램을 가지고 있다. 일주일만이라도 자연인으로 돌아가 자연 속에서 세상사 잊고 쫓기지 않고 한가하게 살아보고 싶다. 이 소박한 내 바램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마 우리 사는 세상이 너무 바쁘게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진정 느리게 살도록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이들에게도 빨리 빨리 재촉한다. 자기의 생각을 깊이해서 창조적인 생각을 하도록 해야 하는데 엄마들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해서 정답만을, 즉 결과만을 기다린다. 결과가 중요한 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특히 학생들을 너무 일찍 조급하게 공부를 시켜서 막상 공부의 꽃을 피워야 하는 대학에 들어가서는 자기 분야의 연구에 소홀하고 즐기는 데에 시간을 보내다가 입사 시험 준비를 하는 상황이니 어떻게 학문에 매진할 수 있겠는가?

어른들은 무조건 일등만 하라고 하며 학생들이 원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 인지 스스로 찾을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우리 주위에는 초등학교 입학 전 그 어린 나이에 벌써 6~7가지 학원에 다니는 아기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아기들이 과연 학원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과연 커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중요한 시기가 왔을 때 어린 나이에 공부에 질려서 빨리 포기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우리들의 조급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횡단보도에서의 사고도 운전자와 보행자의  조급증 때문이고 어린들의 비만 원인도 주문후 바로 나오는 인스턴트 음식과 가정에서도 전자렌지에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간편 음식 탓이다.

어른들의 음주 문화에서도 조급증은 찾을 수 있다. 상대방과의 아름답고 훈훈한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천천히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언제부터 인가 원샷이 유행된 것도 조급증때문이 아닐까?

초겨울에 개나리가 활짝 핀 것도 조급증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너무 지나친 것인기?‘'너무 바쁘게 쫓기듯이 살아온 세월, 이젠 뒤돌아 보며 여유있게 느리게 천천히 살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박묘정(총지사 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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