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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자! 이탈리아 거장 '난니 모레티'의 <아들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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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69호 발행인 법등[구창회] 발간일 2013-12-05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영화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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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은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김은주〈자유기고가〉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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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5-26 13:17 조회 2,60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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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영화에서 불교보기 (31회)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자! 이탈리아 거장 '난니 모레티'의 <아들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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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문에서 크게 성공한사람이- 쓴.칼럼 한 편을 읽었다. 그는칼럼에서 햇 빛과 바람에서 삶의 의욕을 되찾는다고 특별한 고백을 했다. 아침마다 차를 탈 때 시동을 걸어놓고 엔진이 충분히 돌 때를 기다리는 동안 창문을 열어놓으면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고, 부드러운 바람이 들어오는데 그들을 느끼는 동안 불편하던 마음 이 잠시 가라앉는 경험을 한다고 말했다.

좀 충격이었다. 크게 성공한 만큼 큰 기쁨들이 도처에 널려있을 것 같은데 기껏 바람과 햇빛에서 행복을 얻는다니…. 그런데 이 영화〈아들의 방〉의 조반니를 보면 서 성공한 사람의 고백을 이해하게 됐다. 성공한 사람 또한 사회적 자아로 살아왔 고, 또 살아가고 있는데 사회적 자아는 결코 인간에게 제대로 된 행복감을 주지 못 한다는 근원적 이유 때문이었다.

영화〈아들의 방〉(이탈리아, 2001)은, 인간은 죽음이라는 걸 가진 존재라는 걸 의 식하면서 오히려 삶을 되찾아가는 영화다. 사회적 가치관과 타인의 시선에 집착하 던 남자가 인간은 죽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아들의 죽음을 통해서 절실하게 깨 달으면서 삶에 대한 가치관을 전면 수정하고, 자유롭고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삶을 찾아간다는 그런 내용의 영화다.

20이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 영화〈아들의 방〉은 로베르토 베니니 와 함께 이탈리아의 대표적 감독인 난니 모레티가 만든 작품으로 또한 그가 주인공 ‘조반니’ 역을 맡았다. 처음엔 주인공이 감독 자신인줄 모르고, ‘정말 지적인 느낌의 배우’라고만 생각했다.

주인공 조반니는 사는 게 몹시 지겨운 남자다. 그래서 그는 지겨운 삶을 극복하기 위해 운동에 매달린다. 그의 신발장은 여러 종류의 운동화로 가득 차 있다. 테니스 화, 조깅화, 농구화, 축구화 등. 그는 운동을 하면서 지겹고 재미없는 일상을 이겨내 는것이다.

정신상담의인 그는 자기 일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즉 환자들과의 상담 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성취감이나 만족감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일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왜냐면 그는 사회의 시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신상담의 라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장을 버리고 직업도 없는 남자라는 다소 냉소적인 대 우를 선택할 그런 용기는 없었다.

영화는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진다. 전반부는 주로 조 반니의 직장생활과 단란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즉, 조반니의 사회적 페르소나 를 보여준다. 그런 모습 속에서 지겨움을 낙서로 달래고, 권태에 시달리고, 감정 없 이 기계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조반니를 보면서 사회적 페르소나에 억눌린 개인적 자아의 모습을 엿볼 수가 있다. 그러나 후반부는, 사회적 자아가 무참하게 깨지면서 개인적 자아가 전면으로 드러난다.

아들이 죽던 날 조반니는 아들과 조깅을 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갑자기 출장 진 료 요청이 들어왔다.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자신을더 중요시 하는 조반니는 아들과 의 약속을 접고 출장 진료를 가버린다. 물론 그의 내면은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자 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즐기길 바랐지만 그가 더 중요시하는 건 사회적 자아기에 행 복보다는 일을 선택했던 것이다.

공교롭게 그날, 아들과의 약속을 배신하고 일하러 간 그날 아들은 친구들과 스쿠 버다이빙을 갔다가 목숨을 잃는다. 아들의 죽음후 조반니는 심한 자책감에 시달린 다. 자신이 아들과의 약속을 지켰으면 아들이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자책감. 그리고 모든 게 완벽했던 아들이 죽기 전의 그달로 돌아가고 싶다는 깊은 상실감 때문에 자 신이 중요하게 여기던 일조차 제대로 못하게 된다.

이렇게 아들이 죽고 나자 모든 게 변한다. 그는 직장 일을 할 수 없을 만큼 아들 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직장을 그만둔다. 지혜롭고 현명하던 아내도 아 들의 과거 여자 친구에게 병적으로 집착하고, 딸도 운동경기중 상대편 선수와 씨워 퇴장당한다.

그러나 행복은 결여의 순간에 찾아온다. 아들이 죽은 후 그는 인간이 죽을 수 았 는 존재고, 누구든 죽게 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삶에서 정말 중 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누가 뭐래도 자기가 좋으면 된다는 아주 간단 한 진리를 통렬하게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간 그를 고통스럽게 했던 직장을 그만두 고 겉치레로부터 해방된다. 그러면서 그는 서서히 자유로워지고 약간씩 행복한 느 낌, 살아있는 느낌을 되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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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에서 조반니는 아들의 여자친구를 국경까지 차로 태어다 준다. 아들 의 여자 친구가 새로 사귄 남자 친구와 여행을 떠나는데 배웅을 나온 것이다. 이전

의 그라면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처녀가 집을 나와 그것도 남자와 여행을 떠나 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보수적인 어른의 사고에 길들여진 예전의 그에게 용납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죽음을 경험하면서 그에제는새로운가치관이 정립됐고, 더 자유로워졌기에 이런 배웅까지 나올 수가 있는 것이었다.

다른 남자와 여행을 떠나는 아들의 여자친구를 배웅하면서 그는 아침 바다를 바 라보며 영화에서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사회적 자아로부 터 독립한 현재에서야 비로소 진정한 자아와 마주쳤고, 그러면서 행복을 얻게 된 것 이었다. 남들 눈에 좋아 보이는 삶을 지향하다가 자신의 영혼이 만족을 느끼는 삶으 로 방향을 선회했는데, 그게 바로 행복의 열쇠였던 것이다.

〈아들의 방〉에서 조반니는, 근본자아로 살아갈 때 영혼이 만족감을 느낀다는 사 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예전에 여기서 다뤘던 영화〈체리향기〉에서 노인이 했던 말, 맛있는 체리를 먹을 때, 무더운 여름에 차가운 옹달샘을 맛볼 때, 아름다운 달빛을 구경할 때, 이런 경우 나타나는 자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근본자아는 사회적 자 아와 다른 원리로 존재한다. 사회적 자아가 타인을 의식하고, 보다 많은 것을 축적 해가면서 얻어지는 자아라면, 근본자아는 현재를 받아들이고, 순간에 머물면서 얻 어지는 자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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