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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산의 신비- 호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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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89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7-04-02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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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07 05:06 조회 1,95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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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불교설화 (9회)

삼성산의 신비- 호압사

『음, 또 무너졌구나.』

한앙에 궁궐을 건설하기 시작한 태조 이성계는 이제 절망적이었다. 기둥을 세우고 집을 완성해 놓으면 하룻밤 사이에 무너져,버리기 벌써 여러 차례 그러나 태조는 일을 중단치 않았다.

『나라 안에서 이름난 대목들을 모두 뽑아 오너라.』,

태조가 영을 내리자 방방곡곡에서 유명한 장인은 모두 한양 대궐 짓는 곳으로 모였다.

몇 번이나 짓기에 실패한 대궐이기에 장인들은 심혈을 기울여 일했다. 그러나 이들의 정성도 아랑곳없이 대궐은 또 무너졌다. 태조는 울화가 치밀었다.

『저 꾸물거리는 대목장이를 이리 불러오너라.』

왕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대목장이는 태조 앞에 나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네 이놈 듣거라!』

『황공하옵니다, 상감마마.』

『어찌하여 일을 게을리 하는지 연유를 말하라.』 『기둥을 세우고 건물을 완성시키면 밤새에 그만".』 대목은 움츠렸던 목을 간신히 풀며 작은 목소리로 아뢰었다.

『너희들이 빈틈없이 일을 잘해도 이런 일이 일어난단 말이냐?』

『아니옵니다. 아무리 잘해도 번번히 실패이오니 그 곡 절을 알 길이 없사옵니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저희 장 인들과 일꾼들은이 궁궐 일을 두려워하고 있사옵니다.』

『뭐라고! 두려워한다고? 어서 그 연유를 일러라.』

태조의 노한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스쳤다.

『저희 장인들과 일꾼들이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 잠자리에 들면 한결같이 꿈에 사나운 호랑이가 나타나 잡아머을 듯 으르렁거리며 달려든다 하옵니다. 마마, 통촉하옵소서.』

『고얀지고. 필시 짐을 우롱하려는 수작이지 그럴리가 있느냐?』『아니옵니다. 황송하오나 이 늙은 것두 밤마다 호랑이 때문에 잠을 못 이루고 있사옵니다.』

『뭣이?』

태조는 화가 치밀었으나 세우기만 하면 허물어지는 궁궐을 생각하니 괜한 말이 아닌 듯싶었다. 잠시 시름에 잠겼던 태조는 공사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아니…』 

임금은 그만 말을 잇지 못한 채 말문이 막혀 버렸다.

석주장이 대목장이 몇 명이 짐을 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장인들은 하루빨리이 불안한 공사장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임금이 대노하니 신하와 감독관들은 더욱 난감했다.

『모두들 듣거라. 하루 속히 궁궐이 완성되어야 하는 이 마당에 일을 버리고 도망치려 하디‘니 이는 필시 상감마마에  한 불충일진대 오늘 우두머리 몇 놈을 처단할 것이니라.』

신하의 고함소리에 장인들은 숨소리조차 크게 내쉬지 못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우두머리 장인 하나가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저희들은 절대 불충이 아니옵니다. 우리가 애써지은 건물이 이 밤마다 무너지는 이유를 알고자 저희들은 간밤부터 이 궐 일터를 지키고 있었사옵니다.』

『그래? 그럼 무얼 알아냈느냐?』

『지난밤 부엉이가 우는 깊은 시각이었습니다. 반은 호랑이요, 반은 형체를 알 수 없는 상상도 못할 만큼 큰 괴물이 나타나 벽과 기둥을 모조리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태조가 소리쳤다.

『그래 너희들은 보고만 있었느냐?』

『아니옵니다. 모두 덤벼들려 했사오나 호랑이가 내는 바람이 어찌나 거세었던지 몸이 날아갈 듯해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틀림없으렷다.』

『믿기 어려우시면 몸소 확인하셔도 좋을 줄 아뢰옵니다.』 이날 밤 태조는 몸소 용장을 거느리고 궁궐 터로 나왔다. 휘영청 달빛이 어둠 속 공사장을 비추고 둘레는 쥐죽은 듯 고 요했다. 밤이 깊어 졌을 때 어디선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소리가 귀를 울렸다. 순간 다가오던 괴수가 불쑥 형체를 나타 냈다. 눈을 휘번쩍거리는 호랑이 모습의 괴물은 건축 중인 궁궐로 향했다. 대궐 문 앞에 다다르더니「어흥」천지가 떠나갈 듯 포효했다.

『활을 당겨라.』

태조의 명령이 떨어지자 화살이 빗발치듯 괴수에게 퍼부 어졌다. 하지만 괴수는 늠름했다. 태조는 발을 구르며 다시 벽력같이 명을 내렸다.

『뭣들 하고 있느냐.』 그러나 벌써 궁궐은 다 헐리고 괴수는 의젓한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담력과 기개를 자랑하는 태조도 그리고 그 휘하의 용장들도 괴수 앞에서맥을 못추고 말았다.

『아, 분하다. 한양은 내가 도읍할 곳이 아닌가 보구나.』

처소로 돌아온 태조는 침통해 했다.

『아닙니다. 전하, 한양은 왕도로서 더없이 좋은 지세입니다. 실망하지 마옵소서.』

비통에 빠져 있던 태조의 귀에 들려온 뜻밖의 소리. 태조는 재빨리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흰 수염을 가슴까지 드리운 노인은 교교한 달빛 속에 성자처럼 서 있었다.

『아니, 노인은 뉘시온지요?』

『그걸 알 필요없소. 다만 전하의 걱정을 좀 덜어 주려는 것 뿐이오.』노인의 음성은 낭랑했다.

『고맙소이다. 노인장, 무슨 묘책이라도 있느지요?』

『저기 한강 남쪽.』산봉우리강, 보이지요?』,

『아니, 저 모습은 산봉우리가 아니라 거대한 호랑이….』

노인의 손끝을 바라본 태조는 어안이 벙벙해 말을 맺지 못 했다. 아까 본 괴물과 똑같은 모습의 산. 달빛 속에 선명히 모습을 드러낸 그 산은 시흥에서 동쪽에 위치한 관악산 줄기의 삼성산이었다.

『노인, 저 산봉우리가 한양 도읍지를 성난 자태로 바라보는 것 같군요. 저 호랑이 산봉우리의 기를 누를 수 없을까요?』

『허허… 겁낼 것 없소. 호랑이란 꼬리를 밟히면 꼼짝 못하는 짐승이니까.』

노인은 껄껄 웃으며 호랑이 형체의 산꼬리 부분에다 절을 세우라고 일러주고는 사라졌다. 이튿날 태조는 당장 절을 지으라고 분부했다. 절이 다 지어지자 궁궐 공사는 희한할 정도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 후 삼성산의 억센 기운을 눌러 궁궐 공사를 무사히 마쳤다 하여 이 절 이름을 호압사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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