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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스승과 느린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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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62호 발행인 법등[구창회] 발간일 2013-05-06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불서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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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은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김은주 <자유기고가>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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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5-31 13:10 조회 1,60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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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스승과 느린 제자...
찰떡궁합 <성철스님 시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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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을 모시기 전 원택스님은 큰스님이라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산신령처럼 굵은 저음에 부드럽고 좋은 말만 골라서 천천히 말하는 그런 모습을 상상했었습니다. 자상하고 인자한 건 당연한 옵션이고요. 그런데 성철스님을 모시면서 그 로망은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성철스님은 성격이 급하고 격하기로 꽤 유명한 스님입니다. 화가 나면 벼락같은 목소리로 '새끼'니 '쌍놈'이니 하는 말은 예사고 뺨도 거침없이 때릴 수 있는 그야말로 불같은 성정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래서 원택스님은 스승을 모신 20여년 동안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반면에 원택스님은 말귀는 잘 못 알아듣고 일은 서툴고, 그러면서 입바른 소리는 잘 하는 그야말로 야단맞기 딱 좋은 스타일의 제자였습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스승과 제자의 만남을 본 적ㅇ 벗습니다. 얼마 전에 입적하신 법정스님은 이 둘을 두고,

"성철스님은 저렇게 성격이 급하고 격하신데, 원택이는 성격이 느리고 느긋하네. 가만 보면 성철스님과 원택은 찰떡궁합 같네." 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대조적인 스승과 제자는 매사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고, 재미있는 얘깃거리를 많이 만들어냈습니다. 아마도 둘의 성격이 비슷했다거나 하면 이 책이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성철스님 시봉이야기>(김영사, 2001)는 중앙일보에 연재됐던 '산은 산, 물은 물-곁에서 본 성철스님'이라는 제목의 시자기를 엮은 단행본입니다. 성철스님을 스승으로 20여년간 모신 제자 원택스님의 시봉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철스님을 모시고 살면서 보고 듣고 배운, 또는 겪은 내용으로 성철스님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원택스님의 수행이야기도 있습니다.

연세대를 졸업한 엘리트스님이지만 약간 어리숙한 면이 있는 원택스님은 일상에서 실수가 많았고, 성철스님에게 야단맞기 일쑤였는데 이런 부분이 솔직하게 표현돼 있는데, 이게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시줏돈과 팁' 이라는 소제목의 에피소드에서 보면 원택스님이 행자생활을 할 때 공양주를 하고 있었는데, 어떤 보살님이 스님에게 고마움을 느꼈는지 원택스님에게 그때 돈으로 500원을 주었습니다. 스님은 솔직히 기분이 별로였다고 합니다. 그 돈을 서비스에 대한 팁 정도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내가 팁이나 받는 신세가 되었구나.'하는 자괴감에 빠져서 그 돈을 들고 가서 원주스님한테 자초지정을 말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철스님한테 불려가서 불호령을 들어야 했습니다. 죄목은 시주 돈을 팁이라고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팁 받는 주제에 꼴좋다. 이놈아. 그 돈은 팁이 아니라 시줏돈이다 시줏돈. 신도가 니한테 수고했다고 팁 준것이 아이라, 스님이 도 닦는데 쓰라고 시주한 돈이란 말이다. 그걸 팁이라고 똑똑한 체하니 저거 언제 속물이 빠질란고...., 허어참."

또 한번은 성철스님이 작은 가위를 상 위에 내놓은 걸 보고는 그걸로 자기 코털을 깎았는데 불행하게도 성철스님이 지나가다가 그걸 보았고, 결과는 뺨을 맞는 참사를 겪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원택스님의 행동은 꾀가 없고, 불같은 성철스님의 밥이 되기 십상이었는데 이런 에피소드를 읽는 재미가 꽤 쏠쏠한 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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