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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행 무궁화 열차는 역사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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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34호 발행인 지성[이기식] 발간일 2011-01-01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신행/설화 서브카테고리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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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박묘정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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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3 09:54 조회 1,87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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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행 무궁화 열차는 역사속으로

춘천행 무궁화 열차는 역사의 뒤안길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우리들의 꿈과 추 억을 간직한 채 조용히 사라져 갔다. 춘천 행 열차는 이제 편리하고 빠른 전철에 그 의 자리를 내어 주고 많은 사람들의 아쉬 움을 간직한 채 영영 떠나가 버렸다. 경춘선은 1939년 개통되어 71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싣고 힘차게 달렸다. 때로는 같이 슬퍼해 주고 기쁜 일이 있는 사람들과는 같이 기뻐해 주고 외로운 사람들에게는 친구가 되어 주 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갖가지 사연을 가 득 싣고 2010년 12월 20일 멈출 때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다. 춘천행 열차는 일제 강점기에 있었던 일 본 사람들의 만행도 지켜 보았고 우리나라 의 해방된 벅찬 모습도 보았다. 우리나라 의 많은 부분을 파괴 시키고 많은 사상자 를 냈던 6. 25 전쟁도 말없이 지켜 보았다. 열차는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묵묵히 지켜 본 역사의 산 증인이다. 이제 그의 일을 잘 마무리 하고 사람들의 안타까움과 아쉬 움을 넓은 가슴으로 안고 말없이 그대로 멈춰 섰다. 

내게도 갖가지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주 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렇게 가버렸다. 다시 한번 그때의 추억을 더듬으며 여행 하려 했는데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가 보 지 못하고 그냥 보냈다. 먼먼 옛날 풋풋한 대학생이었을 때 처음 기차를 타고 춘천에 갔었다. 다른 학교 학 생들과 함께한 미팅이라 더욱 기억에 남는 다. 당일치기 여행이어서 많은 추억은 없 었지만 기차를 타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설레었다. 같이 갔던 사람들은 기억의 저 편에도 남아 있지 않지만 내 모습은 생각 이 난다. 기타에 맞춰 노래도 부르고 단체 게임도 하고 음식도 맛있게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밋밋하고 어린 아이들 같이 놀았지만 한껏 멋을 내고 모두 참석 했던 것 같다. 난 그때는 왜 그리 새침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그 후로도 여러 번 갔다. 

갈 때마다 느 끼는 감정은 늘 달랐다. 한번은 열차 안에 서 각자 가져온 간식을 꺼내어 나누어 먹으려는데 친구 가 커다란 보온병을 꺼내고 있다. 보온병 에는 군고구마가 있었다. 방금 구운 고구 마 같이 따끈따끈 했다. 친구는 따뜻한 군 고구마를 우리들에게 먹이기 위해 새벽부 터 일어나 고구마를 굽고 무거운 보온병에 넣어서 가져 왔다고 한다. 그때 받은 감동 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지금도 난 친구들을 위해 그렇게 하지 못 한다. 어느 늦은 봄날 춘천에서 서울로 오는 기차에 몸을 싣고 오는데 갑자기 안개비가 오기 시작했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차창으로 보이는 바깥 경치는 점점 제 색 깔을 잃어 가고 있었다. 마치 수묵화를 보 는 듯했다. 아주 잘 그린 수묵화다. 난 점 점 수묵화의 뒤편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깊은 골짜기와 높은 산을 훨훨 날 듯이 가볍게 날아 올랐다. 마치 옛 선비들 이 시를 읊으며 노닐 것 같은 정자도 보이 고 신선들이 모여 있을 것 같은 멋진 골짜 기도 보인다. 

옆에 있던 친구가 갑자기 날 흔든다. “얘, 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니?”“아니 야, 바깥 경치를 보고 있었어.”난 혼자 얼 굴을 돌리고 살짝 웃었다. 여성 선구자의 한 분인 윤희순의 발자취 를 찾아 가기 위해 춘천에 갔을 때 일도 생각 난다. 춘천 역에 내리니 할머니들이 옥수수 삶은 것을 팔고 있었다. 강원도 하 면 옥수수가 유명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 는 사실. 우리는 주저 할 것도 없이 옥수 수를 사서 길에 가면서 먹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맛있는 옥수수는 없었던 것 같다. 윤희순이 살던 집과 우물 터와 여성의병장 으로 훈련하던 곳 등을 찾아 다녔다. 그 분의 발자취를 찾아 사진도 찍고 잘 아는 할머니를 우연히 만나 그분의 이야기도 녹 음하고 여러 가지 유익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어 정말 보람된 여행이었다. 

일을 마치고 윤희순 기념 사업 회에 계 시는 분의 배려로 춘천에서 유명한 닭갈비 와 막국수를 먹었다. 본고장에서의 맛은 역시 다르다. 잠시 옛 추억에 잠겨 보았다. 아직도 아 쉬움이 남는다. 며칠 전 어느 날 우리 몇 사람은 옛 추 억을 찾아 춘천행 무궁화 호를 타기로 했 다. 약속한 날 영하 15도를 넘고 바람이 너 무 심하게 불어 체감 온도는 영하 20도를 훨씬 넘는다고 했다. 올해 들어 제일 추운 날이었다. 모두들 겁을 내어 가지 말자고 해서 나의 계획은 무산 됐다. 이제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우리들은 좋은 날을 정해서 전철이라도 타고 가서 추억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그날을 기다리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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