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괴의 구술 - 악인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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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95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7-10-01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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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18 07:12 조회 1,924회본문
인괴의 구술 - 악인악과
왜정 때의 일이니 평안도 어느 시골에서 있었던 사건이다. 당시 이 지방에서 검사직을 맡고 있었던 이의산 경험담이다. 그는 지금 동국대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하고 있으니, 이 사건은 하도 신기해서 수긍키 어려운 데가 있으나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한 촌사람이 장날에 돼지를 팔고 돈을 받았는데 75원이었다. 그때의 75원은 적은 돈이 아니었다. 이 거금을 주머니에 넣어서 허리띠에 단단히 매어달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날씨도 몹시 춥고해서 마침 외딴 주막을 찾아가서 소주 한잔을 청하였다
방안에서는 사람들이 지껄이고 있는 듯 싶은데 대답이 없다. 재차 청하되「소주 한 잔만 주시오.」하였다.
「네, 나갑니다.」하는 소리만 내던지고 냉큼 나오지를 않는다.
방안에서는 젊은 미녀의 정담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헌데 때마침 이 사람은 대변이 마려워서 그 주막 울타리 뒤 허술한 뒷간에 가 서 허리띠를 풀어 울타리에 걸어놓고 용변을 보았다.
그런데 별안간 쪽제비 한 마리가 스쳐가는 것을 보았는데, 용변을 다 마치고 허리띠를 챙겨보니 돈주머니 가 없어져 있는 것 이 아닌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이 사람은 황급 히 쪽제비가 사라진 쪽으로 쫓아가 보았으나 그 집 울타리 근처에서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쪽제비에 돈주머니를 빼앗긴 촌사람은 화가 치밀어 술청으로 찾아가자마자 「무엇들을 하고 있는거야. 당신네가 얼른 나와서 술을 주었 던들 내가 쪽제비에게 큰 돈을 빼앗기지 않았을 터인데…」 하고 항의하였다.
결국 돈을 변제해달라고 요청하면서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하기야 이 돈은 혼숫감을 마련하기 위해 집에서 기르던 돼지를 팔았던 것이니 그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때 방안에 있던 젊은 남녀가 튀어나오면서
「이 사람이 미쳤는가, 터무니없이 거짓말을 늘어놓으면서 돈을 내라니, 미쳐도 이만저만 미친게 아니로구먼. 아무도 오고 간 사람이 없는데 무슨 돈타령이야"」
하면서〈이 화적떼 같은 놈〉이라고 마구 덤벼드는 것이었다.
「사람 도둑이 아니라 당신네 집 쪽제비가 훔쳐갔단 말이야"」
이렇게 말하니
「이 사람이 참으로 정신이 돌았군. 쪽제비가 어떻게 돈주머니를 훔친단 말인가. 그런 엉터리없는 수작 말고 어서 돌아가 라.」고 윽박지른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서로 멱살을 잡고 싸움이 벌어졌다. 서로 치고받고 하는 격투가 벌어진 것이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여자는 겁이 나서 그곳에서 멀지 아니한 경찰 주재소에 달려가서 고발을 하기에 이르렀다.
곧 경찰관 두 사람이 들이닥치니 싸움은 일단 끝이 났으나 어쨌든 분을 참을 수 없는 것은 촌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초지종을 소상히 설명하였는데 경찰관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른 말을 하라고 추궁을 하면서 도리어 우락부락 소리를 내지른다.
그러나 이 사람은 절대로 사실과 다름없다는 것을 재삼 강조하니 경찰관은 이 촌사람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의 허리춤을 보니 과연 새끼로서 허리띠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경찰관이 「그렇다면 그 쪽제비가 어느 쪽으로 갔느냐.」 고 물었다. 촌사람의 말대로 굴뚝 뒤를 살펴보니 쪽제비가 드나들 만한 구멍 하나가 있었다.
경찰관은 주인 여자를 불러내어 괭이로 파보게 하였다.
여자는 표정을 달리하면서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고 서 있을 뿐 좀처럼 움직 이려 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이때에 눈치 챈 경찰관은 같이 왔던 동료에게 젊은 남녀를 잘 감시하도록 이르고 촌사 람으로 하여금 파 보게 하였다. 구덩이 속에서 돈주머 니가 나오니 가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돈주머니가 나 오는가 했더니 무엇이 썩는 것 같은 고약한 냄새가 풍기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더욱 괴이하게 여긴 경찰은 빨리 파보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재촉하고 촌사람 도 신기한 듯이 구멍을 크게 파헤쳤다.
그런데 웬일인가? 사람의 시체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시체 목에는 예리한 칼로 찌른 듯한 자국이 있고 머리 위에는 큰 왜못(이 무렵에는 흔히 쓰고 있는 못을 속칭 왜못이라 했다.) 이박혀있었다.
이것은 다름 아닌 이 젊은 남녀의 짓이었으니 여자는 간부와 부동하여 본부 남편을 살해해서 굴뚝 뒤에 파묻었던 것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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