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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면 날은 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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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40호 발행인 지성[이기식] 발간일 2011-07-04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문화 Ⅰ 서브카테고리 날마다 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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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박종한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박종한 교무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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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07 12:21 조회 2,13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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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면 날은 갠다

오늘도 비가 내린다. 태풍 ‘메아리’가 북상중이어서 그 영향권에 있어 비가 내린다. 처음 하루 정도는 마음이 가라앉기 도 하고, 어쩌면 아무 생각 없이 거리 에 내리는 비를 쳐다본다. 계속되는 비에‘이제 그만 내릴 때 도 되었을 텐데’하는 생각이 든다. 

비는 바삐 움직이는 일상생활을 잠 시나마 접고 다른 생각을 떠올리게 한 다. 몇 년 전에 TV에서 나온 프로가 생 각난다. ‘비가 오면 무엇이 생각나는가?’를 세대별 100 명에게 물어 조사한 것을 출연진이 순위별로 알아 맞히는 형식이다. 세대별 관계없이 가장 많이 답 변한 것은 막걸리와 빈대떡이었다. 

아마 비가 내 리니까 활동에 제약을 받으므로 쉬겠다는 뜻도 있 고 어른들에게 많이들은 이야기 일 것이다. 세대별 1위를 차지한 답변은 10대 놀기도 하고 학교도 가야 되는데 그냥 성 가시다. 20대 비가와도 그대와 함께라면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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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큰애는 칭얼대고 애기는 울고, 빨래는 밀 려있고 방은 장난감으로 어지럽게 널려있고 신랑 은 늦게 들어오고 결혼은 왜 했을까. 

40대 직장걱정, 자녀학비 걱정 잊고 싶다. 첫사 랑이 생각난다. 

50대 빨래는 걷었나, 창문은 닫고 나왔나, 우산 은 어디 놓았더라. 

60대 손자가 비를 맞지는 않는지, 논둑 물이 넘 치면 자식들한테 큰일인데. 일반인들이 답변해서 수긍이 간다. 어쩌면 인생 의 평범하고 공통적인 면을 보는 듯하다. 어렸을 때에는 놀고 20대에 이성을 사귀고, 30대에 결혼 생활을 하고, 40대에는 어떻게 하나 쌓여진 고민, 50대는 건망증을 비롯한 건강이 생각나고, 60대는 오로지 자식걱정이다. 아마 비를 통해 현재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답변에 30~40대가 가 장 현실에 치우쳐 생활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눈’이 내리면 아이들은 눈싸움을 하고, 20대는 걷고 싶고, 30대 이상은 창가에서 바라보고 싶다 고 했다. 내린 후 흰색이 검은 색으로 변해 거리가 지저분해지고 찻길이 막힌다고 생각한다면 낭만은 졸업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생각은 삶과 나이 에 따라 변해간다. 

사람이 성장하면서‘기’가 몸의 어느 위치에 있 는가에 따라서도 표현된다. 어린아이들을 보면 집안과 집밖에 관계없이 잘 도 뛰어논다. 쇼파에서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는지 무조건 뛴다. 할머니 왈“고만 뛰라. 먼지난다. 의 자 뿌솨진데이. 자는 누굴 닮아 저리 벨나노”가만 히 있는 엄마, 아빠가 갑자기 서로 새침을 띤다. 

집밖에 나간 아이들을 보자. 길을 걸어도 빗물이 고여 있는 위를 지나가거나, 방지턱 위에 올라서 걷거나, 꼭 그냥은 안 간다. ‘기’가 다리에 있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빠 중 누굴 닮아 그런 것은 아 니니 아이로 인해 싸우지 않아도 된다. 다만 다치지 않게 보살피고 주의를 주어야 할 것이다. 

세월이 지나 성년이 되면‘기’는 가 슴에 있다. 그래서 뜨거운 열정으로 생활하고 젊은 혈기로 도전 하는 것이 다. 

특히 이성을 찾아 사랑을 하게 되 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심장에‘기’ 가 있으니 힘도 좋고 박력도 있다. 젊 음 그 자체이다. 장년이 되면‘기’는 머리에 있다. 링컨은 40이 넘으면 얼굴에 책임을 지라고 했다. 공자도‘불혹’이라고 하 여 유혹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만큼 겪었다는 것이다. 

일에 대하여 말로서 해결한다. 그동안의 인생에 대하여 풍부한 경험은 주름살이 대변하고 있다. 경험은 존중되어야 하며, 생각의 차이가 다른 세대와 비교 되는 것이다. 그 래서 어른이라고 대접을 받고 젊은이들에게 가르 침을 주는 것이다. ‘기’가 머리를 떠나면 천상병 시인의 시‘귀천’ 에서 나온 소풍은 끝나게 된다. 

비가 내리니까 달리는 기관차가 잠시 간이역에 정차한 느낌. 잠깐 이나마 다른 생각이 날 수 있지 만 삶의 인생은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삶은 세대별로 다르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열심 히 살고 최선을 다하는 것은 같다고 본다. 비가 그 치면 날이 개고 해가 뜬다. 

그러면 다시 사람들은 비가 내릴 때의 생각은 잊어버리고 또 바쁘게 생 활 한다. 어렸을 때 부른 동요가 생각난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파란우산 깜장우산 찢어진우산 

좁다란 학교길에 우산 세 개가 

이마를 마주대고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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