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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앞둔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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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94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7-09-01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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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함영옥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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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14 08:21 조회 2,2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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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앞둔 아들에게

가을의 문턱이라는 입추가 지난 지도 여러 날인데 8월의 늦더위가 꽤나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구나.

무엇이라도 녹여 버릴 기세로 달구어져 이글거리는 하늘을 보면 어쩐지 지독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서원당에서 바라보는 하늘 한 자락엔 가을이 묻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단다.

‘세상에 우리가 모르는 사이 시간은 또 저만치로 달아나고 있었구나.’

시간의 빠름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절실히 느끼는 건 불과 80여일 앞으로 다가온 수능 때문이란 걸 너와 같은 수험생을 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하리라 싶다

사실, 우리 아들이 그 힘들다는 ‘대한민국 고3’이 되리라는 사실을 막연하게 짐작만 했었지 이렇게 빨리도 다가 올 줄 어떻게 알았겠니?

우리가 수능 100일 불공의 주인공이 되었다는게 여전히 믿기지 않는 사이, 또 며칠이 지나고 보니 한시도 게을리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렇게 잠 많은 엄마가 새벽이라도 정신이 반짝드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는 ‘고3 엄마’의 무거운 현실을 실감한단다.

그나마 다른 수험생에 비해 조금은 덜 예민하고, 느긋해 보이는 네가 고마우면서도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너의 속마음은 많이도 불안하고 초조하다는 걸 왜 모르겠느니?

어릴 때부터 나이에 비해 항상 어른스럽고 의젓하던 그 속 깊음의 표현이란 걸 말이다.

아들아,

덩치가 유난히 크고 건강해서 어떤 것에도 잘 지친 기색을 하지 않는 네가 요즘 자주 피곤하다며 쓰러지듯 자고 있는 걸 보면 얼마나 마음이 짠〜 한지……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다” 라며 짜증을 내던 날도 기억나는구나.

식구들끼리 식탁에서 이런 저런 대화하고 장난치며 웃어본 지도 기억이 잘 안날 정도로 식사만 끝나면 바로 일어서야 하는 현실이고 보니 마음이 참으로 답답하구나.

그래도 이런 고난의 과정이 결코 헛된 것만은 아니란 걸 엄마는 요즘 불공을 하면서 느낀단다.

너는 공부를 하면서 너의 한계를 시험하고 극복해나갈 수 있어 좋고 엄마는 엄마대로 너가 얼마나 훌륭한 아들이며, 듬직한 기둥인지 새삼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부모라면 누구나 가지는 그런 마음외에 평소 잘 느끼지 못하던 마음이 저절로 생겨 감사의 눈물이 마구 쏟아 지던 날도 있었지.

모든 면에서 잘하고 있는 너를 더 잘 못한다고 달달 볶고 힘들게 한 엄마의 욕심, 좋은 일에 칭찬하기는 인색하고 작은 일에도 성냄이 더 많았던 엄마를 진심으로 참회할 수도 있었으니까.

또한 불공을 하면서 매사에 부정적이기 좋아하던 엄마가 부처님 덕분에 긍정적이고 포용적인 생각으로 마음 바꾸는 공부를 하게 되니 더 좋은 일 이지 않겠니?

너도 비록 지금은 다소 힘들고 지치겠지만 최선을 다한 결과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겠지.

우리 둘 다 시간이 지나 지금을 돌이켜 보면 그래도 그립고, 후회하지 않는다는 마음이 되었음 한다.

지치고 힘들어 하는 너를 위해서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구나.

부족하지만 그저 부처님 앞에서 진심으로 참회하고, 우리 아들이 모두를 위해서 꼭 필요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서원하는 것밖에는


아들아, 길다면 길고 짧다면 너무 짧은 80여일! 

이제 너희에게 주어진 시간이구나.

‘자신을 이기는 자만이 진정한 승리자’ 라는 너무도 많이 들어 봤을 거야

정말이지 남은 기간에 너의 한계를 극복하는 당당한 ‘승리자’ 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조그만 것에도 안달하고 잘 울어대는 엄마에게

“지금은 울지만 마지막에 엄마를 웃게 하면 될 거 아니요!”

당당히 큰 소리 치던 우리 아들을 사랑한단다.

-함영옥(부산 정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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