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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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총지종은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표방하고 자리이타의 대승불교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 종단입니다.

나누고 비워서 지구를 여행하는 순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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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00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08-03-01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문화 III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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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19 05:42 조회 1,77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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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비워서 지구를 여행하는 순례자
무위의 세계로 돌아가신 우리 절 노보살님께

엊그제 입춘은 지났지만 아직도 바 람은 차갑고 매서운 겨울입니다. 마치 봄이 오는 것을 시샘이라도 하듯 추위 가 몇 차례 대지를 흔들어 지나가고 나면 비로소 언 땅이 녹아 개울물 소 리로 흘러 내려 새싹을 틔우고 쑥이며 달래, 냉이, 씀바귀는 부지런한 아낙들 의 손놀림을 바쁘게 할 겁니다. 벌써 부터 상상만 해도 향긋한 내음에 취하 여 빙그레 봄의 미각에 빠져듭니다.

마른 나무 가지에 물이 오르고 움이 터서 새 잎이 나고 꽃을 피우고 열매 를 맺어 땅에 떨어져 흙 속에 묻히기 를 수없이 반복하며, 어김없이 올봄도 순환하는 우주의 질서속에 또 다시 찾 아 옵니다.

우리도 우주속에 작은 존재로 잠시 여행을 왔다가 어느 날 흘연히 머나 먼 길을 갑니다. 마주보며 정들었던 가족과 이웃들의 준비없는 이별을 반 복하며 가슴 아픈 상실감에 빠져버리 지만 매번 또 준비를 못한 채 맞이하 게 되었지요.

공양처서 20년간 봉사

불교는 49재를 통해 이세상과 저 세 상을 건너는 다리를 놓아 주어서 떠나 보낸 이의 마음도 위로하고 정리하여 다스려 주고 떠난이도 생전 지은 업장 을 녹이고 달래어서 극락세계로 인도 하며 7.7재를 올리어 얽히었던 감정과 아쉬움을 조절하여 풀어서 참회하고 감사하게 해 주는 다리를 놓아 건너게 합니다.

지난 2월 7일은 우리 민족의 명절인 설날이자 평소에 사랑하고 존경하던 분의 7.7재 였습니다. 49일간의 기도로 그분을 떠나보내면서 아름답게 살다간 생애를 조금이라도 소개하고 싶어졌습 니다. 항상 무위와 무상에 머무른다고 생전에 늘 말씀하시던 그 분께는 결례 가 될 지 모르겠습니다.

보살님께서는 원정대성사님과 총지 종의 밀알이 되셨던 창종시기 정각사 에 입교하셨습니다. 일심으로 정사님, 전수님께서 밀교 중흥과 중생제도를 위한 기치를 높이 들고, 정진기도와 서릿발 같은 계율로 몸을 던지시며 밀 교의 생활화를 설파 한 결과, 각 사원 마다 요원의 불길처럼 타오르는 초창 기 은혜로운 기적을 이루던 시기입니 다. 열반에 드실 때까지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절에 나오셔서 계행과 계율 을 철저히 지키시며 자신에게는 엄격 하시고 타인에게는 덕의를 베푸시며 그야말로 육행을 실천하시어서 몸소 본보기가 되시며 대중을 말없이 이끌 어 가던 분이셨습니다.

언제나 긍정적이며 마음에 노여움이 없이 태연하시고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는 말씀과 걸음걸이며 묵묵하게 일 하시고 어떤 어려움도 늠름히 견뎌내 시던 거인이셨습니다.

정각사 공양처에서 20여년간을 자원 봉사 하시면서 그 분의 손끝에서 간맞 추어 만들어진 맛있는 음식들이 셀 수 없는 수많은 대중의 공양으로 회향되 었지요.

철따라 담그는 절간의 기본 살림(젓갈, 김장, 고추장, 동지팥죽, 직접 콩을 삶아서 메주를 만들어 장 담그시고)과 모든 승공양물도 손수 만드셔서 시시 때때로 올리시고 그 뿐 아니라 큰 절 행사는 잦고 쉴 틈없이 일이 많고 바 쁜 날을 보내셨습니다.

제가 3년간 총무로 재직 시절에 그 분을 더욱 가까이서 뵙게 되었는데 공 양처에 부탁드릴 일이 많아서 송구스 런 맘으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면 언 제나 첫마디에 밝게 ‘오케이’하시며 걱정을 한 방에 날려 버리시던 참으로 시원하고 호탕한 분이셨습니다. 상대 를 먼저 배려하시고 편안하게 해 주시 던 푸근하고 더 넓은 아량을 저의 부 족한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 다. 바느질 솜씨 또한 좋으셔서 스승 님 옷과 주위분들의 필요한 옷까지 자 주 만들어 주시고, 여름이면 일일이 풀 먹이고 다리미질 하시느라 땀을 뻘 뻘 흘리며 공들여서 손질하시어 정사 님 전수님 법의를 갖다 드리던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모든 일에 노련하시고 정확해서 실 수가 없으시고 서두르지도 재촉하지도 않으며 원만히 일처리를 잘 하시던 분 인데, 작년 여름 어쩌다가 뜨거운 국 물에 발을 데었는데 그 상처가 꽤 깊 어서 오래 치료를 하셔야 했습니다.

“나도 이제 나이 들었나 보다. 그만 둘 때가 된 거지?”

당황하지도 찡그리지도 걱정하지도 않으시며 말씀하셨죠.

저는 그 상처가 신경이 쓰였지만 아 무렇지도 않다는 듯 또 대답하셨지요.

“괜찮지 뭐, 곧 나아”

오늘도 공양처는 대중공양 시간에 맞춰 바쁘게 돌아가며 한바탕 소란합니다. 그 속에서 그 분의 모습은 어디 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일이 끝나 고 조용히 아무에게도 말하지도 내색 하지도 않으시고 한의원으로 향해 침 맞고 물리치료하고 살며시 오시던 그 모습으로 금방 들어설 것 같은데, 어디로 가신 걸까요?...

 

365일 빠짐없이 절에


이제 어디에도 흔적 남기지 않고 오직 기억속에 남아 먼 길 떠나셨습니다. 병하나 없이 건강하게 사시다가 일주일 입원하시고 깨끗하고 고운 평소의 모습으로 늘 염원하시던 무위와 무상의 세계로 가셨습니다. 마음속에 삼독을 비워버리고 자유롭고 안락하게 안인을 얻어서 구지광겁으로 닦아도 성불하기 힘든 중생의 본보기가 되셨 습니다.

생사와 열반에 모두 평등하시어 분 별없이 안인 바라밀을 성취하셨습니 다. 살아생전 베푸신 몸수고와 쌀보시 와 옷보시와 재보시와 평화로운 마음 의 무상보시로 날마다 쌓아올린 육행 공덕의 사다리를 타고 높이 높이 천상 을 넘어서 성불의 길에 드셨을 것입니 다. 그 분은 기꺼이 떠나가셨지만 한 분의 살아 온 생애를 교훈으로 가슴깊 이 간직하려 합니다. 우리 모두 옷깃 여미고 한 마음 되어서 49일을 정성으 로 동참하여 기도 올렸습니다.

보살님께서 살아오신 공덕의 결과로 억지로 맞추어도 되기 어려운 큰 불공 을 49일 내내 함께 하셨습니다. 동지불 공과 창교절 불공, 정각원 스승님 불공, 새해 정진 불공과 종조탄신불공 그리고 설 불공까지 큰 불공은 다 마 무리하시고 열두부처님 영접을 받으시 고 주교 정사님 좋은 법문과 합창단의 열반가로 구품연화대 에 오르셨습니다.

훌륭하신 보살님을 모시던 자부는 합창단 총무로 봉사하셨고, 따님은 절에 꽃공양을 올리던 꽃꽂이 선생님으 로, 손자는 할머니와 가족들의 기도로 몇해 전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교인 ‘서울대학교’에 입학 하였습니다. 가 정에 모든 걸 성취하시고. 자손들에게 얼을 남기고 가신 그 분의 보시 정신 과 봉사와 희생은 사랑으로 부드럽고 아름답게 살다 가신 생애를 위해 찬사 와 박수를 보냅니다.

봄이 옵니다. 그 분의 숨결처럼 부 드러운 봄바람이 불어 올 것입니다. 그 분이 늘 지니신 희망의 마음으로 새싹이 돋아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에게 다툼이 없이 서로 사랑하기를 우 리의 인생이 부드럽고 향기롭기를 일 러주시는 것 같습니다. 우린 날마다 담고' 모아서 버려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나누고 비워서 이 지구를 잠시 여행 하는 순례자가 되어 합장하고 고요히 자신의 자리를 바라봅시다. 피고지고 나고 죽고 오고 감에 걸림없이 저녁의 해는 서산으로 떨어지고 아침이면 동 녘에서 빛나는 해가 솟아오를 것입니다.

옴마니반메훔. 옴마니반메훔. 옴마니 반메훔


-정각사 연화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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