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조사의 사제 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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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03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08-06-02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교리/설화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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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19 12:08 조회 1,841회본문
영원조사의 사제 간 인연
탐심으로 구렁이 보를 받은 스승
조선 중기,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많은 한 스님이 있 었습니다. 명학동지 라는 이름의 그는 금정산 범어사에 있었 습니다. 그가 한 마을을 지나 산길을 들어서는데, 남루한 초가집을 주변으 로 서기 가 어리는 게 보였습니 다. 곡두에 홀린 듯 그 집에 들어서 니 갓난애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명학스님은 방 안의 산모가 자신의 인기척을 들을 수 있도록 헛기침을 했 습니다.
“태어난 아기가 불연 이 깊은 듯 하니 부디 잘 길 러주시면 몇 년 후 소승이 데려가겠습 니다.”
아기를 낳느라 지 칠 대로 지친 산모 였지만, 명학스님께 아기를 부처님 전에 바치겠다고 약속했 습니다. 10년 후 명 학스님은 약속을 잊 지 않고 아이를 데 려와 상좌로 삼았 다. 어린 상좌는 매 우 명민해 제법 좋 은 법기 카 될 싹을 보였습니다. 하루는 스님이 상좌 에게 땔감을 해오라 고 시켰습니다. 그 런데 어찌된 영문인 지 동자승은 저물녘 빈 지게로 돌아왔습 니다.
“온종일 빈둥빈둥 놀다가 빈 지게로 돌아왔느냐?”
동자승의 태연하
게 대꾸했습니다.
“저는 놀다온 것이 아닙니다. 제가 나뭇가지를 베었더니 나무에서 시뻘 건 피가 흐르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도저히 더 이상 나무를 벨 수가 없었 습니다.”
스님은 상좌에게 거짓말을 한다며 역정을 냈습니다. 동자승은 그 길로 범어사를 떠나 홀로 금강산 영원동 으로 들어가 정진한 끝에 깨 달음을 얻었습니다. 이 동자승이 바 로 조선 중기 때 선지식으로 이름날 린 영원조사(퐤%서입니다. 조사가 어느 날 선정삼매에 들었 는데, 옛 스승의 사후 죄를 묻는 소 리가 들려왔습니다. 조사가 신통력으 로 명부 에 이르니, 생전에 탐 심 으로 재물을 모으는 데만 열 을 올린 스승이 구렁이가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조사가 곧바로 범어사에 도착하니, 큰 구렁이 한 마리가 전고(표, 재 물을 모아둔 창고)에서 똬리를 틀고 팥죽을 먹고 있었습니다. 조사가 재 물창고 앞에 이르러 스승의 옛 이름 을 세 번 부르니 구렁이가 밖으로 나 왔습니다. 조사는 구렁이를 향해 큰 절을 올린 뒤 독경 을 하고 절 밖으로 나오니, 구렁이도 조사를 뒤 따라왔습니다.
시냇가에 이른 조사는 구렁이를 향해 법문을 설했다.
“스승께서 이렇게 업보를 받은 것 은 전생에 탐심으로 재물을 모았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라도 모든 집착 을 버리십시오.”
법문을 마친 조사는 곧바로 큰 돌 을 들어'구렁이를 내리쳤습니다. 바 로 그때 죽어가는 구렁이의 몸에서 새 한 마리가 나와 조사의 품으로 날 아들었습니다.
조사는 금강산으로 가던 중 젊은 부부가 살고 있는 집에서 하룻밤 묵 게 되었습니다. 부부에게는 아직 아 이가 없었습니다. 이튿날 조사는 품 안의 새를 젊은 부부에게 건네며 열 달 후에 옥동자를 분만하게 될 것이라 고 일러줬습니다. 그리고 10년 후 그 아기를 데려가겠노 라고 덧붙였습니다.
조사는 약속대로 아이를,데리고 와서 키웠습니다. 아이가 동자승이 되자 조사 는 전생의 일화를 들려줬습니다. 며칠 후 동자승은 손에 도끼를 들고 조사의 방으로 들어왔습니 다. 전생의 숙업을 잊지 않았던 것이 죠. 바로 그 때 벽 창문이 열리는가 싶 더니, 조사가 나타 나며 한마디 일렀 다.
“스승님, 이제 숙 업은 다 소멸되었습 니다.”
동자승은 힘없이
도끼를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주저앉 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숙업을 모두 소멸한 동자승은 그때부터 더욱 용 맹정진하여 비로소 바른 깨달음을 얻었다. 동자승이 바로 우운조사 입니다.
스승과 제자의 일화는 방하착의 가르침을 일깨워줍니다. 살다보면, 더러는 맘이 아프다 못해 사무치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아릿 한 상흔이 가슴에 남는다 해도 이는 미움이나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니 내려놓아야 합니다. -심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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