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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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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01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08-04-01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종단 II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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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박묘정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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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19 09:23 조회 1,1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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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봄은 어디에 있는가

새로운 희망과 각오로 새해를 맞이 한 날이 며칠 전 일인 듯 한데 벌써 봄은 찾아왔다. 내가 미처 느끼기도 전에 바로 내 앞에까지 다가왔다.

춘삼월이 지나가려 한다. 내 앞에 찾아 온 봄을 난 아직 환영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아직도 내겐 봄 이 오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새로운 계절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난 아직 추워서 겨울 옷 을 그냥 입고 있다. 마음까지 추운 것 같다.

계절의 봄은 일찍 찾아 왔는데 내 마음의 봄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늘 있는 일상에 젖어 봄을 느낄 마음의 여유가 없는 탓일까? 아니면 감정이 메말라서 일까?

나 혼자 지난 계절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어느 분이 보내 주신 ‘사립문 밖에서

서성이던 봄이 툇마루에서 졸고 있 는 고양이 수염에 앉았습니다.’ 라는 핸드폰 문자에서 난

처음으로 ‘아! 봄이구나’' 하고 내주위를 둘러 보았다.

아파트 화단에 있는 산수유의 꽃망 울도 곧 터질 듯 부풀어 있고 땅에서 는 새싹이 앞다투어 고개를 내밀고 있 다. 산수유 꽃은 꽃망울을세 번 터트 린다고 한다. 제일 겉의 큰 꽃망울을 터트린 후 속의 각각의 작은 꽃망울을 터트리고 마지막에 꽃술이 펴지며 드 디어 꽃을 활짝 피운다고 한다.

다른 나무들 보다 일찍 꽃피우기 위해 이들은 추운 겨울날 그들 나름대로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을까? 그들은 춥다고 그냥 웅크리고만 있었 던 것이 아니었다. 아직도 춥다고 겨 울 코트 속에서  네 활개를 접고 웅크 리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해 진다.

모든 나무들이 새봄을 맞이해 저마 다의 자태를 뽐내기 위해 열심히 준비 하고 있겠지.

새롭다는 것은 역시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이런 새로운 희망이 없으면 우리 사는 인생 너무 힘들고 삭막하지 않을까? 희망이란 단어는 그 단어 자 체만으로도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희 망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나와 늘 같이 있고 늘 내게 다가와 자기를 사 랑하고 보듬어 주기를 바라며 눈을 맞 추고 있다, 우리가 그들을 몰라보고 조그만 일에도 실망하고 원망하는 마 음까지 가질 때도 있다.

인간은 강하고 위대한 존재인 것 같 이 보이지만 한없이 나약한 존재일 때 도 있다.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

고 새잎을 돋아나게 하는 나무들의 힘,언 땅을 뚫고 연하디 연한 어린 새 싹을 돋아나게 하는 힘. 조그만 몸에 서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꽃을 곱게 피우는 힘. 이 얼마나 위대함인 가? 인간은 이런 위대한 힘 앞에 한없 이 작은 존재로 보일 때도 있다. 작은 어려운 일에 무너지고 작은 장애물에 막혀 앞으로 나아가길 멈출 때도 있 다.

창문을 활짝 열고 밖을 내다 보았다. 밝은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온 세상이 봄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나도 이제 나의 봄을 맞이 해야겠다. 두 팔 활짝 벌려 이 찬란한 봄을 내 가슴에 가득 채워야겠다. 눈부신 봄 햇살이 내 마음을 활짝 열어 주었다.

아! 나도 드디어 봄과 하나가 되었 구나. 내 마음이 마치 봄 나비라도 된 듯 이리 저리 봄 여행을 떠나고 싶다. 아니, 친구들과 같이 가까운 산에라도 가고 싶다.

지금 당장 우리 동네 가까이 살고 있는 친구와 함께 뒷산에라도 가자고 전화를 해야겠다.

왜 이리 마음이 콩닥콩닥 뛸까? 마 치 어린 시절 김밥 싸서 나들이 갈 때 의 그런 설렘이 오랜 세월이 지난 지 금 다시 찾아왔다. 마치 내 몸 속에서 온갖 새싹이 움틀 준비를 하는 것 같 다. 드디어 내게 새 희망이 막 밀려 오 고 있다. 행복과 함께. 오늘 뒷산에 가 서 봄나물이라도 캐어야겠다. 저녁 상 에 봄 내음이 향긋한 된장국과 봄나물 을 올려 봄 향기에 흠뻑 젖어 봐야겠 다.

- 박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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