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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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05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08-08-04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기고 / 신행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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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0 06:23 조회 2,642회본문
죽음과 애별리고
얼마 전의 큰 충격에서 난 아직 헤 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와 가깝게 지 내면서 전시관에서 도슨트 봉사를 같 이 하고 있는 친구의 남편이 갑자기 작고 하셨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 다. 비보를 듣는 순간 마구 떨리면서 온 몸의 힘이 빠져 그 자리에 주저 앉 았다. 그 동안 남편이 아프다는 말 한 마디 없었고 그는 늘 행복한 모습이었 다.
그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을까? 내 가 어찌할 바를 몰라 이렇게 허둥대고 있는데 당사자인 친구는 아마 하늘이 무너지는 것 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 으리라. 배우자를 잃는 것 보다 더 큰 스트레스는 없다고 하지 않는가?
정신을 차리고 다른 친구들에게 연 락해서 다 같이 문상을 갔다. 친구와 마주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말
을 한들 지금의 그에게 무슨 위로가 되겠는가? 우리들을 본 그는 울음을 터트렸다. 말없이 그냥 안아 주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친구 남편이 작고 하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친구 못 지않게 우리들의 가슴도 미어지는 것 같았다. 그 후 종종 위로의 문자도 넣 어주며 빨리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바 라고 있다. 그는 참담한 심정일 텐데 도 항상 고맙다는 답을 보내고 있다. 흐트러짐 없는 그의 바른 의지가 감동 적이다. 그는 지금도 남편을 위해 절 에서 남편의 49재를 잘 지내고 있을 것이다. 그가 이렇게나마 버티고 있는 것은 부처님의 힘이 아닐까 한다. 어 려울 때 중심을 잡고 극복 할 수 있게 해 주는 부처님을 만난 나는 돌아가신 시어머님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
지금 창밖에는 비가 모든 것을 쓸어 버리기라도 할 듯 세차게 내리고 있
서울까? 아니 불공 열심히 하며 잘 이 겨 내고 있겠지. 비 오는 것을 좋아하 는 나도 오늘은 비가 원망스러워진다. 지금 오는 이 비가 우리 친구의 가슴 을 마구 휘저어 놓을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아마 자녀들이 엄마를 잘 위로해 주고 있겠지. 평소에도 자 녀들과 각별하게 지내고 여행도 같이 다니며 늘 다정한 자매 같은 모습을 보여주던 딸들이었으니 그에게 큰 위 로가 되고 살아가는 힘을 가지게 되겠 지. 곧 위대한 엄마의 힘을 보여줄 날 이 앞당겨 지겠지. 친구에게 전화 하 는 것도 겁이 난다. 혹시 너무 좌절하 고 있지나 않을까. 너무 힘들고 지쳐 쓰러지지 않았을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그의 아들과 딸들이 옆에 있 는데. 걱정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친구의 일을 겪으며 다시 내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 보게 된다. 우리들이 멀게만 느껴지고 내 일이 아닌 것 같 이 생각되던, 아니 바쁘게 살다 보니 생각 하지도 않았던 인생의 종착역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너무 세월만 쫓 다가 여기까지 온 내 인생, 남는 것이 무엇일까? 체로 걸러 봐도 남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나이 든 후에는 봉 사하는 삶을 살리라 마음 다짐하고 현 재 이곳 저곳에서 봉사하고 있지만 그 것도 생각해 보면 타인 보다 내게 더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 누구는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 내 인생에 후회 는 없었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지만 난 그렇게 할 자신은 없고 내 인생에서 다른 사람에 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그들에게 필요한 사람이었다고 한다면 난 더 이 상 바라지 않겠다. 내가 인생의 목표 를 너무 작게 잡은 것은 아닐까? 나의 이 작은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차분한. 마음으로 지나온 인생 돌아보고 반성하고 다시 남은 인생의 설계를 알차게 해야겠다.
우리 친구는 아직도 혼람 처럼 초점 없는 눈으로 어딘가를 응시 하고 있을 때도 있다고 한다. 빨리 예 전대로 돌아 온 그의 웃는 모습을 보 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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