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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말 라 야 를 걸 으 며 본 성 을 만 나 다 < 비 우 니 향 기 롭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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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95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6-02-01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서적에세이/전시·공연 서브카테고리 불교서적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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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3 11:01 조회 1,7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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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말 라 야 를 걸 으 며 본 성 을 만 나 다 < 비 우 니 향 기 롭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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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랜덤하우스중앙/ 9천5백원


한여름에 지리산 천왕봉을 올랐었 습니다. 땀이 빗물처럼 쏟아졌습니다. 짐도 무거웠습니다. 산에서 아주 살림을 차릴 것처럼 쌀이며 감자며 잔득 든 배낭은 어깨를 짓누르고 산은 가파르고 지옥이 있다면 아마도 이것이겠구나 싶었습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습니다. 대책 없이 짐을 꾸린 것도 나 자신이고, 한여름에 천왕봉을 오르기로 결정한 어리석은 인간도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묵묵히 오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괴롭게 오르다가 문득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 습니다. 

내가 괴로운 이유는, 마음은 어서 빨리 올라가 쉬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그 간극 때문이었습니다. 간극을 좁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목적지인 천왕봉까지 까마득하게 멀다는 현실을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마음이었습니다. 빨리 올라가고 싶다는 그 마음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빨리 올라가겠다는 마음에 저항하기 라도 하듯 난 아주 천천히 걷기 시작했습 니다. 위빠사나의 경행처럼 그렇게 느릿느릿 걸었습니다.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마음이 순식간에 평화롭고 고요한 마음으로 바뀌는 것이었습니다. 

이날의 경험을 통해 한 가지 사실을 깨달 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깨달음에 이르는 방법이 8만4천 가지라고 하셨는데 등산도 그 중 하나라는 것을. 박범신 씨의 히말라야 에세이 <비우 니 향기롭다>는 작가가 히말라야 칼 라파타르, 안나푸르나 여행길에서 얻은 깨달음을 편지글 형식으로 쓴 산문집 입니다. 작가는 1993년 절필을 선언하고 처음 히말라야를 찾은 뒤 한 해 걸러 한 번꼴로 히말라야를 여행했습니다. 이번 여행기 <비우니 향기롭다>에서도 그는 2달 보름 동안 히말라야 산군을 여행하면서 그 깨달음을 기록했습니다. 책에는 특히 티베트 불교에서 받은 영향이 엿보입니다. 티베트불교와 히말 라야 트레킹이 물질 문명인을 근본자아로 이끈 듯했습니다. 


나는 지금 내 ‘숨결’을 지켜봅니다. 

히말라야를 여러 날 걷고 있으면 누구나 자신만의 ‘숨결’을 지켜볼 수 있는 은혜로운 기회를 만날 수 있습니다. 숨결은 곧 생명의 소리이며 성령과도 같습니다. 붓다는 산스크리트어로 ‘프라나’라 불리는 숨결을 가리켜 ‘마음을 실어 나르는 수레’라고 했다 합니다. 숨결을 능숙하게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게 쇼갈 린포체의 말입니다. 

나의 숨결 소리가 들립니다. 쇼갈 린포체의 말처럼 나는 나의 ‘숨쉬기’와 나를 일치시키려고 애쓰며 걷습니다, 단 몇 분도 숨쉬기를 하지 않고 산 적이 없었을 텐데 이렇게 정밀하게 나의 숨결을 스스로 느낀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한 시간쯤 걷고 났을 때 나는 어느덧 털모자를 벗고 있습니다. 이차원적인 대립과 분리가 사라지고 나의 숨결이 본래의 나와 일치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그때가 바로 무념무상의 상태입니다. 이런 느낌은 정말 생전 처음입니다. 두 시간이 지나도록 나는 전혀 쉬지 않았고,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발걸음은 저절로 나의 숨결 속도에 맞추어 움직입니다. 언제부턴가 호흡은 이미 깊은 복식호흡 체제로 들어가 있고, 머릿속은 텅 비었습니다. 걷고 숨 쉬는 일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마치 내가 그냥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125p) 


박범신 작가는 살아오면서 주기적으로 ‘혁명’을 꿈꾸었다고 합니다. 그에게서 ‘혁명’이란 환경이나 습관의 축적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느끼는 일상 속의 자신을 통째로 뒤집어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는 혁명의 일환으로, 즉 자신을 변화 시킬 방법으로 히말라야 트레킹 여행을 하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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