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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힐부득과 달달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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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05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08-08-04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교리/설화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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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0 05:58 조회 1,77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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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불교설화 (25회)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관세음보살 친견으로 무상보리 얻어

옛날 신라의 진산으로 알려진 백월산 (지금의 경남 창원 소재)아래 자리한 어느 마을에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이란 두 청년 선비가 살고 있었다. 풍채가 좋고 골격이 범상치 않은 두 청년은 속 세를 초월한 높은 이상을 지닌 좋은 친 구였다.

이들이 20세가 되던 어느 가을날. 두 사람은 백월산에 올라 먼 산에 곱게 물 든 단풍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 있었 다. 이때 부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보게, 우리가 이렇게 평범한 생활 에 만족하여 지낼 수가 없지 않은가.』

『자네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군. 나도 동감일세.』

두 청년은 그날 함께 출가할 것을 결 심, 그 길로 마을 밖 법적방(창원에 있 던 절)에 가서 머리 깎고 스님이 되었 다.

그 후 부득은 회진암에, 박박은 유리 광사에 각각 터를 잡은 뒤 처자를 데리 고 와서 밭을 일구며 정신수양을 했다.

양쪽 집이 서로 왕래하며 오손도손 재미있게 지냈으나 두 사람은 속세를 떠나고 싶은 마음을 잠시도 버리지 않 았다.

『아내와 자식들과 함께 지내며 의식 이 풍족하니 좋기는 하지만, 연화장 세 계에서 여러 부처가 즐기는 것만 못하 네. 더구나 불도를 닦아 참된 것을 얻 기 위해 며리를 깎았으니 마땅히 몸에 얽매인 것을 벗어 버리고 무상의 도를 이루어야 할 것일세.』

추수를 끝낸 어느 날 밤. 두 사람은 장차 깊은 산골짜기에 숨어 공부할 것 을 다짐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꿈을 꾸었다. 백 호의 빛이 서쪽에서 오더니 그 빛 속에 서 금빛 팔이 내려와 두 사람의 이마를 쓰다듬어 주는 상서로운 꿈이었다.

이튿날 아침, 서로 꿈 이야기를 주고 받던 두 사람은 똑같은 꿈을 꾸었음에 감탄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들은 드디어 백월산 무등곡으로 들 어갔다. 박박은 북쪽에 판잣집을 만들 어 살면서 미륵불을 염송했고, 부득은 남쪽 고개에 돌무더기를 쌓아 집을 만 들어 살면서 아미타불을 성심껏 구했 다.

그렇게 3년이 지난 경덕왕 8년(709) 4월 8일. 해가 뉘엿뉘엿 서산에 걸릴 무렵, 20세,안팎의 아름다운 한 낭자가 난초 향기를 풍기면서 박박이 살고 있 는 판잣집으로 찾아들었다. 그녀는 말 없이 글을 지어 박박 스님에게 올렸다. 갈 길 더딘데 해는 져서 먼 산에 어둠 이 내리니 길은 막히고 성은 멀어 인가 도 아득하네 오늘 이 암자에서 자려 하 오니 자비스런 스님은 노하지 마소서. 글을 읽은 박박이 생각할 여지도 없이 한마디로 거절했다.

『절은 깨끗해야 하므로 그대가 머물 곳이 아니오. 지체하지 마시고

어서 다른 곳으로 가 보시오.』

낭자는 다시 부득이 살고 있는 남암 으로 찾아갔다.

『그대는 이 밤중에 어디서 왔는가?』

『맑고 고요하기가 우주의 근본 뜻과 같거늘 어찌 오고감의 경계가 있겠습니 까. 다만 어진 스님의 뜻이 깊고 덕행 이 높다는 풍문을 듣고 보리를 이루는 데 도움을 드릴까해서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답한 낭자는 다음과 같이 게 송을 읊었다.

해 저문 깊은 산길에

가도가도 인가는 보이지 않네/

대나무와 소나무 그늘은

그윽하기만 하고

시내와 골짜기에 물소리

더욱 새로워라/

길 잃어 잘 곳 찾는 게 아니고 존사 를 인도하려 함일세

원컨대 내 청을 들어주시고 길손이 누구인지 묻지 마오.

부득은 이 게송을 듣고 내심 몹시 놀 랐다.

『이곳은 여자와 함께 있을 곳은 아니 나, 이 깊은 산골짜기에서 날이 어두웠 으니 어찌 모른 척할 수 있겠습니까.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밤이 깊자 부득은 자세를 바르게 하 고 희미한 등불이 비치는 벽을 마주한 채 고요히 염불삼매에 들었다.

새벽녘이 되자 낭자는 부득을 불렀 다.

『스님, 제가 산고가 있으니 스님께서 짚자리를 준비해 주십시오.』

부득이 불쌍히 여겨 자리를 마련해 준 뒤 등불을 비추니 낭자는 이미 해산 을 끝내고 다시 목욕하기를 청했다. 부 득은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일었으나 어쩔 수 없이 물을 덥히고 낭자를 통안에 앉혀 목욕을 시키기 시작했다.

『아니!』

부득이 놀라 크게 소리치니 낭자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스님께서도 이 물에 목욕을 하 시지요.』

마지못해 낭자의 말에 따라 목욕을 한 부득은 또다시 크게 놀랐다. 갑자기 정신이 상쾌해지더니 자신의 살결이 금빛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옆에는 연화좌대가 하나 마련되어 있 었다. 낭자가 부득에게 앉기를 권했다.

『나는 관음보살이오. 대사를 도와 대 보리를 이루게 한 것입니다.』

말을 마친 낭자는 흘연히 자취를 감 췄다.

한편 북암의 박박은 날이 밝자

『부득이 지난밤 필시 계를 범했겠지. 가서 비웃어 줘야지.』

하면서 남암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부득은 미륵존상이 되어 연화좌 위에 앉아 빛 을 발하고 있지 않은가.

박박은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하며 물었다.

『어떻게 해서 이리 되셨습니까?』

부득이 그간의 사정을 말하자 박박은 자신의 미혹함을 탄식했다.

『나는 마음에 가린 것이 있어 부처님 을 뵙고도 만나지를 못했구료.

먼저 이룬 그대는 부디 옛 정을 잊지 말아 주시오.』

『통 속에 아직 금물이 남았으니 목욕 을 하시지요.』

박박도 목욕을 하고 무량수를 이루었 다.

이 소문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다투 어 모여 법을 청하자 두 부처는 그들에 게 불법의 요지를 설한 뒤 구름을 타고 올라갔다

훗날 경덕왕이 즉위하여 이 말을 듣 고는 백월산에 큰절 남사를 세워 금당 에 미륵불상을 모시고 아미타불상을 강당에 모셨는데 아미타불상에는 박박 이 목욕시 금물이 모자라 얼룩진 흔적 이 그대로 있었다 한다.

“한 생각 벗어 던지고 경계를 풀면 무 념, 무상의 도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넌지시 깨닫게 해 주는 내용이다.”

으심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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