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총지소식

불교총지종은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표방하고 자리이타의 대승불교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 종단입니다.

금줄과 결계(結界)의 문화

페이지 정보

호수 206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7-01-01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밀교연재 서브카테고리 -

페이지 정보

필자명 -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4 12:56 조회 2,704회

본문

연재글: 법경 정사가 전하는『밀교문화와 생활』 (1회)

금줄과 결계(結界)의 문화

02772180a6d25ec8d69d29e244790bc4_1528948597_271.jpg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70년대 까지만 해도 애기가 태어난 집의 대문에는 반드시 새끼를 매달 곤 했다. 흔히 ‘금줄’, ‘검줄’ 혹은 ‘인줄’로 불리는 새 끼줄이다. 깨끗한 볏짚으로 꼬아 내걸었던 새끼줄은 단순한 볏짚이 아닌 생명탄생의 신호이며 신성함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왜 새끼줄을 ‘금줄’이라 했을까? 금줄에는 분명 구분과 경계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거 기에는 액운을 없앤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금 줄의 안쪽, 즉 산모와 아기가 있는 곳은 외부인의 출 입을 금하는 경계의 구역으로서 신성한 곳이며, 그 바깥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새끼줄로써 경계를 표시 하여 부정(不淨)을 없애고 산모와 아기를 보호한다 는 의미가 담겨 있다. 글자 그대로 ‘금지(禁止)의 줄’ 이다. 이 금줄은 애기가 태어난 곳 뿐만 아니라 당산제 나 마을굿을 올리는 동네의 입구나 제관(祭官)의 집 과 당집에도 내걸렸다. 이 금줄은 잡신의 침입을 막 음과 동시에 신성(神聖)과 부정(不淨)을 구분하는 경 계선이었다. 이러한 금줄치기는 우리 일상에서 늘 행해져 왔 던 일이다. 장을 담근 후에 장독대나 부엌, 뒷간 등 집안 곳곳에 금줄을 쳤다. 금줄로 부정(不淨)을 막고 이를 통해 장맛을 더욱 낸다고 믿었다. 

금줄의 문화는 놀이문화에서도 빼놓을 수 없었다. 어릴 적 동네 아이들과 함께 넓은 마당에 줄을 긋고 두 편으로 나누어 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 의 놀이에서 금줄은 또래들에겐 신성불가침이요, 어 느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강력한 규칙이었다. 금을 밟거나 금 밖으로 나간 사람은 놀이에서 상대방에 게 잡히거나 죽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굳이 약속하 지 않아도 이미 약속된 규칙이었다. 이 금줄은 경계 (境界)와 금지(禁止), 규율의 상징이고 표시였다. 밀교의례에서도 우리의 금줄문화와 유사한 예 를 보게 된다. 

밀교의 만다라작법에서 찾아볼 수 있 다. 작만다라법(作曼茶羅法)에서 금줄문화와 유사한 ‘경계·금기’ 나아가서 ‘성역공간’의 의미를 보게 된 다. ‘금강궐(金剛橛)’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금강궐은 만다라를 건립하기 전에 도량이나 토단(土壇)의 네 구석에 세우는 기다란 막대 기둥이다. 이를 사방궐 (四方橛)이라고도 한다. 금강궐의 기능은 당연히 악 마의 침입을 막고, 단(壇)과 도량(道場)을 견고히 하 여 여하한 악마도 도량의 지계(地界)를 동요치 못하 도록 하는 데 있다. 

금강궐은 단순한 막대가 아니라 ‘성스러움의 상징’이요, ‘중대한 임무를 띤 막대’이다. 금강궐 외에도 팔방계(八方界)를 결(結)하기 위해 두르는 금강장(金剛牆), 상하 허공의 상방계(上方界) 를 망으로 펼쳐서 결(結)하는 금강망(金剛網) 등의 밀교 결계법(結界法)은 우리의 금줄 문화와 많이 닮 아 있다. 금줄과 마찬가지로 구획(區劃)·결계(結界)· 성역(聖域)을 표시하며, 마중(魔衆)과 악귀의 침입을 막고 부정(不淨)으로부터 보호하며 액운을 없애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밀교에서 만다라 토단이나 도량 주위에 구마 이를 바르는데, 이것은 우리네 조상님들이 마을의 수호신(守護神)인 당산이나 당수나무에 동제(洞祭) 나 당산제(堂山祭)를 지내기 위해 금줄을 치고 그 주 위에 붉은 흙을 뿌리는 의식과도 흡사하다. 이 붉은 흙은 액운과 부정, 악귀를 물리치는 효과를 지닌다. 밀교의 구마이와 닮았다. 


02772180a6d25ec8d69d29e244790bc4_1528948583_3784.jpg
 


구마이는 땅에 닿지 않은 소똥으로, 단(壇)의 치지(治地)·견고(堅固), 도량의 청정을 위하여 바른다. 밀교의 구마이를 당산제의 붉은 흙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밀교에서 금줄문화는 당산제와 동제 보다 그 이상의 종교적 의미를 지닌다. 금강궐을 세우고 구마이를 바른 뒤에 금강보(金剛寶)로 도량을 장엄 하고 도량 바깥에 먹줄을 치고 굵은 밧줄로 엮어 매 고 팔방(八方)에 큰 보당(寶幢)을 두르고 오보(五寶) 의 영락(瓔珞)을 달아 놓기 때문이다. 이것은 금기· 결계의 차원을 넘어 불보살의 도량으로 장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금줄문화가 액운을 없애고 풍요를 기원하 는 제재초복(除災招福)에 있다면, 밀교의 결계문화 는 재난을 없애고 복을 구하는 것은 물론이오 궁극 적으로 불신(佛身)의 성취에 있다. 밀교의 작법이 성 불을 위한 과정이자 현세이익(現世利益)의 방편인 것이다. 요즘에는 신성한 의미로서의 종교적 금줄을 찾아 보기 힘들다. 세상이 많이 변한 탓이다. 

조금 남아 있 다면, 아주 고약한 곳에서나 목격할 수 있다. 쓰임새 나 의미에 있어서도 썩 좋지 않다. 통제와 억압의 수 단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 사고현장의 「조사중 · 수사중 · 출입금지」나「통제구역」정 도의 표식줄이나 팻말에서나 찾아 볼 수 있다. 금줄 의 신성함이나 청정은 없고 접근금지와 통제수단의 살벌함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