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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에서 솟아난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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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08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08-11-03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기고/설화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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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0 10:12 조회 1,5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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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에서 솟아난 절

눈발이 희끗희끗 날리며 바람마저 세차게 부는 추운 겨울 점심 무렵.

아름드리 소나무가 무성한 얕은 산에 화려 한 상여 하나가 다다랐다. 관이 내려지자 상 주들의 곡성이 더욱 구슬퍼졌다. 땅을 치고 우는 사람, 관을 잡고 우는 사람 등 각양 각 색으로 슬픔을 못이겨 하는데 오직 맏상주만 은 전혀 슬픈 기색조차 보이질 않았다.

40세쯤 되어 보이는 그는 울기는 커녕 뭘 감시하는 듯 연신 사방을 둘러보며 두 눈을 번득였다. 마을- 사람들과 일꾼들은 그를 이 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죄송합니다. 오늘 장례식에서는 떡 한 쪽, 술 한 잔도 드릴 수가 없습니다. 또 새끼 한 뼘, 거적 한 장도 가져서는 안됩니다. 그 대 신 일꾼 여러분에게는 장례식이 끝난 뒤 마 을에 내려가 품삯을 곱으로 드리겠습니다.』

곡도 하지 않고 두리번거리기만 하던 맏상 주가 당연히 나눠 먹어야 할 음식을 줄 수 없다는 까닭 모를 말을 하자 사람들은 술렁 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만하 사연이 있었다. ,

간밤이었다. 돌아가신 부친 옆에서 꼬 박 이틀밤을 새운 그는 몹시 고단해 잠시 졸았다. 그때 그에게 선조인 듯 한 백발의 노인 한 분이 다가와 산 을 가리키며 말했다.

『맏상주는 명심해서 듣거라. 그대 부친의 묘자리는 길흉이 함께 앉았으니 잘하면 복을 누리고 잘못하면 패가망신 할 것이니라.』

깜짝 놀란 그는 노인에

게 매달렸다.

『어떻게 하면 길함을 얻을 수 있을까요?』

『내 말을 잘 듣고 명심해서 실천하면 되느 니라. 좀 어렵겠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장례 남에게 줘서는 안되느니라. 만약 새끼줄 한 토막이라도 적선하게 되면 가세가 기울고 대 가 끊길 것이며 이르는 대로 잘 지키면 가세 가 번창할 것이다.』

단단히 일러주고 노인은 사라졌다. 맏상주 는 아무에게도 이 사연을 공개할 수가 없었 다. 행여 누가 음식을 먹을까 아니면 새끼 한 토막이라도 집어갈까 열심히 주위를 살피 기만 할 뿐이었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부지 런히 삽질을 하는 일꾼들은 아무래도 무슨 곡절이 있나 보다며 수군거렸다. 이때 걸인 들 한 패가 몰려왔다. 그러나 떡 한 쪽 얻지 못한 패거리들은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세상에 막걸리 한 잔 안주도 없는 초상집 은 생전 처음이구만. 어디 요놈의 집구석 잘 사나 봐라. 에이 툇.』

그러나 맏상주는 못들은 척했다. 혹시 걸 

인들이 행패라도 놓으며 음식을 먹을까 염려 된 그는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음식을 모두 집으로 가져가게 하고는 머슴에 게 다시 단단히 일렀다. 아무도 음식에 손을 대서는 안된다고. 그 광경을 본 걸인들은 상 소리를 퍼부으며 돌아갔다. 맏상주는 한결 마음이 놓였다. 허나 그는 다시 걱정이 시작 됐다. ‘집으로 보낸 음식을 누가 남은 음식 인 줄 알고 퍼가거나 먹으면 어쩌나.’ 그는

『내 품삯을 세곱 네곱, 아니 그 이상이라 도 줄 테니 묘를 다 쓰거든 거적과 새끼줄, 지푸라카-하나 남자오게 모조라태워 주시 우 이 —-X —'’,-. 스 — ( 우. 자 으. 우 - ''스 - 흐- --(

『아무래도 말 못할 깊은 사연이 있으신가 본데, 염려 마십시오. 이왕 물 한 모금 안 먹 고 시작한 일 부탁대로 잘해 드리리다.』

두번 세번 다짐받은 맏상주는 황급히 집으 로 달려갔다. 막 대문안으로 들어서는데 아 낙들과 걸인들이 시비를 하고 있었다. 맏상 주는 미친 듯 두 팔을 내저으며 사람들을 내 몰았다.

한편 산에서는 묘가 다 되자 썩은 새끼 하 나 남기지 않고 흩어진 새끼줄을 긁어모아 태우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어디서 나 타났는지 깡마른 거지 소년 하나가 달달 떨 며 모닥불 곁으로 다가왔다.

『이 녀석아, 저리 비켜라.』

『에이 아저씨, 거지는 모닥불에 살이 찌는 걸 모르시는군요.』

 


칠곡 송림사

『잔소리 말고 어서 저리 비켜!』

일꾼 한 사람이 맏상주 부탁이 생각나 거 지아이를 떠밀었다/아이는 맥없이 땅바닥에 나가 뒹굴었다. 소년은 앙앙 울어댔다.

『불쌍한 아이를 말로 쫓을 것이지 밀기는 왜 미나?』

『글쎄, 가엾군.』

거지 소년은 일꾼들이 달래주자 더 소리 높여 울더니 막 불이 붙으려는 거적 하나만 『추워 죽겠어요. 그 거적 태우지 말고 나 주세요, 아저씨.』 『안된다.』

『태우는 것보다 내가 덮으 면 좋잖아요. 네? 아저씨』

마치 사시나무 떨 듯 몸을 움츠리며 사정하는 거지아이 를 보다 못해 일꾼들은 맏상 주와 약속을 저버린 채 인정 을 베풀고 말았다.

『얘야, 이걸 갖고 사람들이 보지 않게 저 소나무 숲으로 빠져나가거라. 누가 보면 우 린 큰일난다. 알았지?』-

『네, 이 은혜 죽어도 잊지 않겠습니다.』

거적을 뒤집어 쓴 거지 소년은 쏜살같이 소나무 숲 으로 달아났다. 일군들은 적선을 했다는 기분에서 흐 뭇한 얼굴로 연장을 챙기 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 꽈 하고 천지가 진동하는 폭음이 들려왔다. 바로 거 지 소년이 사라진 소나무 사화 - 저유지 숲에서 난 소리였다. 놀란 터화'01“ 일꾼들이 소나무 숲으로 달려가 보니 참으로 묘한 정경이 생겼다. 거 지아이는 간 곳이 없고 숲속에는 보지 못한 절 한 채가 솟아나:있는 겻히 하뼌큐. 이꾼 들은겁을 먹고’마을로'내'려옷(디〒… ‘ 으

그 후 묘를 쓴 집안은 날로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거지에게 거적을 준 일꾼들은 차차 형편이 피면서 큰 부자가 됐다.

마을 사람들은 소나무 숲에서 솟아난 절을 송림사라 불렀고 가난한 이웃에게 적선을 베 풀 때 복을 받는다는 교훈을 되새겨 서로 도 우면서 화목하게 살았다.

지금도 대구에서 안동으로 가는 국도를 따 라 30리쯤 가면 경북 칠곡군 동명면에 이르 게 되는데 면소재지서 동쪽으로 5리쯤 가면 신라 내물왕 때 창건됐다는 송림사가 있다.

이 절에는 국보 전탑과 순금의 불감 등 보 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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