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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와 등류법신(等流法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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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07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7-02-01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밀교연재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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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 필자법명 법경 필자소속 - 필자호칭 정사 필자정보 불교총지종 밀교연구소장 법천사 주교 법경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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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4 13:29 조회 2,10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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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법경 정사가 전하는『밀교문화와 생활』 (2회)

블랙리스트와 등류법신(等流法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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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블랙리스트’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 리고 있다. 블랙리스트는 영어로 blacklist라 한다. 경계를 요하는 사람들의 목록이다. 이와 반대되 는 것으로 화이트리스트도 있다. 화이트리스트는 광범위하게 허용되고 누구에게나 식별되는 실체 들을 모아놓은 목록이다. 그런 점에서 블랙리스 트는 나쁜 의미를 지니고 있고, 화이트리스트는 좋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블랙리스트는 일반적으로 ‘요주의 인물명 부’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특히 미국에서는 노 동관계의 은어로 사용되어 왔다. 미국의 노동조 합은 미조직사업소를 조직할 때 조합의 전임 조 직책을 파견한다. 이때 조직책은 대상 사업소에 취직하여 내부 에서 조직하거나 대상 사업소 종업원과의 접촉을 통하여 외부로부터 조직화하는 방법으로 사업소 의 조합을 조직하는 데 일을 돕는다. 

이와 같은 노 동조합의 조직활동과 개입에 대항하여 사용자는 조합 조직책의 인물명부 작성을 흥신소 등에 의 뢰하고 그 명부를 이용하여 조직화에 대응하였는 데, 이 인물명부가 블랙리스트이다. 반대로 노동 조합도 조합에 대한 부당노동행위가 두드러진 기 업을 밝혀내 요주의 기업의 명부를 작성하였는데 이 같은 기업명부도 블랙리스트에 해당한다. 블랙(black)은 검은 색을 뜻하며, 대체로 어두 움·암흑·불명예·불길함 등으로 쓰인다. 나쁜 의미를 주로 담고 있다. 여기에 리스트(list)라는 단어가 붙어 ‘요주의 인물’을 뜻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미국 경찰이 용의자의 리스트로 썼던 말이었는데, 이후 전과자나 특정인물, 수상한 사 람, 요주의 고객 등을 나타내는 말로 확장되었다. 블랙리스트는 공식적일 수도, 비공식적일 수도 있는데, 공식적인 경우는 성범죄자나 상습적인 범법 행위자나 단체를 식별하기 위해 작성되고, 비공식적인 경우는 공개를 지극히 꺼려서 비밀스 럽게 작성된다. 또 블랙리스트는 개인이 작성하는 경우가 있 고, 조직적으로 감시와 관리 차원에서 지속적으 로 작성되는 경우도 있다. 개인이 작성한 경우는 한 개인으로만 그치지만 조직적으로 작성된 경우 는 대상자 다수에게 오랫동안 커다란 고통을 준 다는 데 문제가 심각하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이유와 목적은 무엇 일까? 그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미리 사고 를 예방하고 대중의 선의의 피해를 줄이고 안전 을 위한다는 측면에서 작성되는 경우가 있고, 반 대로 불이익을 주기 위해서 작성되는 경우가 있 다. 둘 다 ‘대상을 관리하고 감시한다’는 측면 은 동일하다. 

단지 이유와 목적, 과정과 방법에 있 어서는 크게 차이가 난다. 항공기 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람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것은 대중의 안전과 사고예방을 위한 조치라 볼 수 있어 당연 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고분고분하지 않는 노동 자의 명단을 작성하는 블랙리스트는 다른 의도가 있어 문제가 된다. 바로 불이익을 주기 위해서 작 성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블랙리스트가 공공성을 띤 경우라 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오로지 자신들과 반대되 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나쁜 의도로 작성되는 경 우라면 문제는 다르다. 보복이 행해질 수 있기 때 문이다. 실제로 예산 삭감이나 지원을 중단하고 인사에 불이익을 주어 한직으로 보내지거나 사직과 사퇴 의 압력이 가해진 경우도 많다. 앞서 말한 바와 같 이 블랙리스트가 선의(善意)와 공의(公義)로 작성 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악의적으로 작 성된다면 문제가 심각한데, 우리 사회에 블랙리 스트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감독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그 바탕에는 바 른 사고방식과 선의(善意)의 마음을 지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높은 시민의식, 민주적인 사고방 식이 필요한 이유다. 열린 마음, 열린 사고가 필요 한 것이다. 블랙리스트는 상대를 대립적으로 보는 데서 만 들어지고 있다. 함께 더불어 사는 존재가 아니라 없어져야 할 대상이고 견제와 감시를 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감정에 의해 시기와 질투에서 빚어지는 경우도 있고, 조직의 차원에서 이권과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행되 는 경우도 있다. 공통점은 동기와 목적이 불순하 다는 점이다. 시기와 반목, 대립과 갈등에 의해서 작성되며, 불이익과 보복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또다른 대립과 갈등을 야기한 다. 대립과 갈등의 근본적인 이유는 열린 마음과 더불어 함께 살아간다는 동체대비심이 크게 부족 하기 때문이다. 


◆ 불교에서는 열린 마음, 열린 사고와 관련된 수행교설을 여러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굳이 확 장하여 말한다면, 사성제(四聖諦)의 가르침이 있 고, 팔정도(八正道), 십선업(十善業)의 실천교설이 있다. 부처님의 교설이 열린 마음, 열린 사고의 바 탕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바다. 그 가운데 사무 량심(四無量心)의 가르침은 열린 마음, 열린 사고 의 좋은 예로 꼽을 수 있다. 사무량심은 불교의 보 살이 가지는 네 가지의 커다란 마음이다. 모든 중 생에게 즐거움을 주고 괴로움과 미혹을 없애주는 자(慈)·비(悲)·희(喜)·사(捨)의 네 가지의 무량 심(無量心)이다. 우리 사회의 블랙리스트는 불교의 가르침과는 거리가 멀다. 부당(不當)한 처사일 뿐만 아니라 공 직사회, 공정한 사회를 저해하는 악행이다. 

블랙 리스트는 친소에 따라 달리 적용하겠다는 뜻과 반대세력에 대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저의를 담고 있어 대립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옛말에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 다. 밉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지만, 밉 기는 해도,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그래도 ‘베푼 다’는 의미는 다행히 들어 있다. 여기에는 선의 가 아니라 억지로 베푼다는 의미가 들어 있지만 베푸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어 있다. 미운 놈에 게 떡 하나를 더 주기는 사실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운 놈에게 떡 하나를 더 주는 마음은 그래도 가상하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대신에 떡 하나를 더 줄 수 있는 선심(善心)을 가졌더라면 우 리 사회는 좀더 밝았으리라. 미운 상대를 블랙리 스트에 올리는 데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밉지만 떡 하나를 더 주는 마음을 갖는 데 노력했으면 좋 겠다. 여기에 대자비심을 더할 수 있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억지춘향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떡 하나를 더 주는 마음은 우리 사회를 좀더 밝게 해 주는 한 줄기의 빛이라 할 수 있다. 미약한 빛이지 만 절실하다. 미운 상대를 부처님이라 여기는 마 음이 필요하다. 


◆ 미운 상대를 부처님으로 바라 보는 마음을 밀교에서 비유한다면, 등류법신(等流法身)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등류법신은 밀교의 사종법신 가운데 한 분을 가리키는데, 부처의 몸이 변화하 여 인천(人天)이나 축생(畜生) 등의 모습으로 현 신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는 중생의 근기와 필요 에 따라 현신하여 법을 설하고 가르침을 주는 법 신이지만, 이를 외연으로 확장하면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바로 관세음보살이오, 미운 상대가 곧 나 의 부처님으로 보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부처가 중생의 근기에 따라 현신하여 법을 설한다고 볼 때, 그 법은 당체설법이오 당체법설·당체법문이 며, 옆에 있는 상대는 곧 내게 가르침을 전하는 부 처님이오, 법을 주는 당체법설이므로 그 상대는 곧 나의 등류법신이 된다. 

이와 같이 모든 중생을 나의 부처로 보는 것이 등류법신에 대한 폭넓은 이해이며, 당체법문으로 써 법을 전해주는 모든 중생을 등류법신으로 보 는 것이 진정한 법신불 사상이다. 미물마저도 등류법신으로 보아야 한다. 모든 것을 등류법신으로 보는 마음을 갖는다면 세상은 대립과 갈등이 없고, 내 마음의 번뇌와 고통은 저 절로 소멸된다. 등류법신은 상대의 허물을 곧 나의 허물로 보 는 마음, 자식의 허물을 부모 자신의 허물의 그림 자로 이해하는 마음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등류 법신은 모든 것을 품어 안는 마음이라 할 수 있다. 미운 사람, 좋은 사람 모두를 부처님으로 보는 마 음, 걸림과 장애가 없는 마음이므로, 다른 말로 동 체대비심(同體大悲心)이라 설명할 수 있다. 같은 몸이라고 여기는 대자비심의 마음이 곧 상대를 부처로 보는 등류법신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 밀교의 주불(主佛)은 비로자나불(毘盧遮那 佛)이며 이를 법신불(法身佛)이라 부른다. 법신은 우주 삼라만상과 일체의 진리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법신을 이법신(理法身)과 지법신(智 法身)으로 분류하고, 또 네 종류의 법신으로 나누 어 설명하기도 한다. 자성법신(自性法身)·수용 법신(受用法身)· 변화법신(變化法身)· 등류법신 (等流法身)이 네 종류의 법신이다. 자성법신(自性法身)은 온갖 법의 본체(本體)로 서 삼세(三世)에 상주하는 불신(佛身)이며, 이를 이(理)와 지(智)의 두 방면으로 보아서 이법신(理 法身)·지법신(智法身)으로 나눈다. 

이법신(理法 身)은 6대(六大) 중의 앞에 오대(五大)를 내용으로 하는 불(佛)로서 태장계(胎藏界) 만다라(曼茶羅) 의 대일여래(大日如來)이고, 지법신(智法身)은 제 육(第六)의 식대(識大)를 내용으로 하는 불(佛)로 서 금강계(金剛界)의 대일여래(大日如來)를 가리 킨다. 수용법신(受用法身)은 온갖 법의 자성인 절대 계(絶對界)로부터 상대계(相對界)에 나타난 4불 (四佛)의 세계로 여기에는 2종이 있다. 첫째 자수 용법신(自受用法身)은 스스로 증득한 경지를 스 스로 맛보는 불신(佛身)이고, 둘째 타수용법신(他 受用法身)은 십지(十地) 보살(菩薩)을 위하여 법을 말하는 불신(佛身)이다. 변화법신(變化法身)은 십지(十地) 이전의 보살 (菩薩)과 이승(二乘)과 범부를 위하여 설법하는 법신이니, 석존(釋尊)과 같이 기류(機類)를 따르 고, 국토에 나타나는 불(佛)을 가리킨다. 다음의 등류법신과 유사한 법신이다. 등류법신(等流法身)은 불계(佛界)를 제외한 다 른 세계에 응하여 여러 가지 형체를 나타내 설법 하는 불신(佛身)이니, 관세음보살의 32응신(應身) 과 같은 것을 가리킨다. 

여기서 내 옆의 사람, 미 운 상대 마저도 부처님으로 여기는 것이 추가된 다. 미움과 증오, 시기와 질투, 조복(調伏)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도반으로 여기는 마음, 중생을 평등하게 보아 원친(怨親)을 구별하 지 않는 마음이라면 블랙리스트가 없는 세상, 등 류법신의 법신불 세상, 불국정토를 실현할 수 있 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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