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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팥죽과 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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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11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7-06-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불교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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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조귀자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설화 : 조귀자 삽화 : 김홍균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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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15 01:48 조회 2,79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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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팥죽과 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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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봐요, 공양주. 오늘이 무슨 날인데 잠만 자고 있습니 까? 어서 일어나요” “무슨 날이긴요, 해뜨는 날이죠.” “허 참 오늘이 동짓날 아닙니까, 동짓날. 팥죽을 쑤어서 공양 올려 야지요.”세상 모르고 늦잠을 자던 공양주 보살은 원주스님의 이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구! 이거 야단났군, 야단났어. 내 정신 좀봐. 동짓날 팥죽 쑤는 것을 잊고 늦잠을 자다니.” 공양주 보살은 놀란 토끼처럼 자리를 차고 일어나 옷을 허 겁지겁 주어 입고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어휴, 이를 어쩌나…” 아궁이 불씨가 꺼져 재만 남은 것이 아닌가. 해는 벌써 앞뜰 소나무 가지에 걸렸는데 언제 불을 지펴 죽을 쑤어야 할지 공 양주보살은 앞이 캄캄했다.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부처 님 벌은 고사하고 주지스님 불호령이 곧 떨어질 것만 같아 안 절부절이었다.

생각다 못해 공양주 보살은 산등성이에 사는 나뭇꾼 김서방집에 가서 불씨를 얻으려고 길을 나섰다. 동짓 날 찬바람이 매서운데다 눈이 발목까지 올라와 걸음이 잘 걸 어지지 않았다. 마음이 급하다 보니 김서방 집이 오늘따라 천리길처럼 멀기 만 했다. “경을 칠… 오늘따라 왜 눈은 와서 속을 썩인담.” 공양주는 허덕이며 산등성이를 내려왔다. 양지바른 언덕 김 서방집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공양주 는 반가웠다. 걸음은 빨라지다 못해 뛰기 시작했다. 사립문을 열고 들어선 공양주는 숨을 몰아쉬며 소리쳤다. “여보슈―김서방. 나예요.” “아니 아침부터 공양주 보살 님이 웬일이세요?” 김서방댁이 의아한 듯 맞는다. “불씨 좀 얻으러 왔어요. 늦잠을 자다가 오늘이 동짓날인 것을 깜박 잊 었지 뭐유. 아궁이에 불씨가 꺼져 버렸어요.”

“아니, 아까 행 자님이 오셔서 불씨를 얻어갔는데 불이 또 꺼졌나요?” “행 자님이요?” 공양주는 무슨 소린가 싶어 놀랬다. “네, 배가 고프다고 해 서 팥 죽 한 그릇 드렸더니 다 잡수시고 가셨어요.” 공양주는 마치 도깨비한테 흘린 듯했다.“우리 절에는 행자 님이 없어요.” “네?” 이번에는 김서방이 놀랬다. “틀림없이 부처님이 다녀가신 겁니다.” 공양주 보살은 이 말을 남기고 다시 바쁜 걸음으로 절로 향 했다. 절에 도착 하자마자 공양주 보살은 원주스님께 여쭈었 다. “스님, 우리 절에 행자님이 있어요?” “행자라니, 갑자기 무슨 소리요?” “아니 있나 없나만 대답하세요.” “그거야 밥그릇 세는 공양주가 나보다 더 잘 알거 아니요?” 공양주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아이쿠, 정말 놀라운 일이었 다. 

아궁이에는 장작불이 훨훨 타고 있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솥을 열어보니 더운물이 끓고 있었다. 공양주는 급히 팥을 삼 기 시작했다. 이때 주지스님이 들어왔다. “공양주, 아직도 공양이 안되었나?” “네, 곧 올리겠습니다.” “어서 올리도록 하게나.”크게 꾸중 듣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긴 공양주 보살은 서둘러 팥죽을 쑤었다. 먼저 한 그릇 퍼서 대웅전으로 갔다. 다시 팥죽을 들고 나한전으로 간 공양주는 나한님 앞에 팥죽을 내려놓다가 그만 까무러치게 놀랬다. “어이구 나한님.” 공양주는 고개를 못 들고 그대로 엎드려 크게 절을 했다.공 양주를 내려다보면서 빙그레 웃고 있는 나한님의 입가에 붉은 팥죽이 묻어 있는 것이 아닌가. 동짓날 늦잠을 잔 공양주의 나 태함을 깨우쳐 주기 위해 김서방집에 가서 팥죽을 먹고 불씨 를 얻어온 행자는 바로 나한님이었던 것이다. 공양주는 황공 해서 절만 하고 있었다. 이때 법당을 진동하는 커다란 음성이 들렸다. “공양주야, 이제 네 과오를 알겠느냐?” “예, 깊이 깨달았 습니다. 

나무아미타불.” 이 일이 있는 후 공양주는 크게 각성 하여 새벽이면 일어나 목욕재계하고 공양 올리기를 게을리 하 지 않았다. 나한전 나한님의 미소어린 입술의 붉은 색이 바로 김서방네 팥죽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산 연산동 마하사에서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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