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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의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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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12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09-03-08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종단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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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1 07:40 조회 2,03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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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의 길에서
그 보살님

정각사에 온지 3년, 이제는 죽비 잡 는 자세와 그리고 법의를 입은 모양새 에서 승직자 티가 제법 난다는 낮 간 지러운 주위의 말 한마디가 싫지만은 않는 느낌이다.

3년이라는 정각사 생활은 나에게 많 은 가르침과 깨우침을 주었다고 생각 이 들면서도 한편으로 가르침과 깨우침을 받았다고 주절거리는 지금 내 모 습을 보면 아상도 같이 받아 키운 것 같아 짧고 미흡한 내 수행력이 부끄럽 기만 하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내 짧고 미흡한 수행력 과는 별 상관이 없는 터라 그 이야기 는 이쯤에서 덮고 넘긴다.

3년 전 처음 내가 정각사에 왔을 때 유독 내 눈에 들어오는 보살님이 한분 계셨다. 차분하고 조용한 움직임에 항 상 웃음을 눈가에 띠며 편안한 음성으 로 자분자분 말씀을 하시던 보살님. 어쩌면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면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절에 나와 열심히 정 진하시던 그 모습에 반해 나도 나중에 나이가 들면 저 보살님처럼 주위사람 들에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혼 자하기도 했다.

특히 항상 웃는 온화한 얼굴은 바로 부처님이 설하신 무재 칠시(떄7%) 중 하나인 화안시(뜌⑯의 실천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밝고 평안한 얼굴 로 남을 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 베풂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그런 보살님 이었다.

사실 말이 쉬워 화안시지 내 감정하 고 상관없이 항상 웃는 얼굴로 상대를 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불교를 공부하여 부처님 법을 조금이 라도 실천 하려고 노력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새해불공이 끝나고 그 보살님 집에 받은 사랑에 비하면 현재 자신이 겪고 방문할 기회가 있어 가보았는데 역시 있는 고생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평소 내가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 다만 각자님의 병세가 전혀 호전될 기 거실의 소파나 벽에 걸린 가족사진, 미가 없어 너무 가슴 아프다는 보살 방안의 가구들과 진열장 그 밖의 모든 님. 그래서 부처님께 더욱 의지하게 것들이 안주인 심성처럼 너무나 편안 우 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열심히 정진하 한 모습으로 어울려 자기 자리를 차지 하고 있어 집안에 들어서는 순간 낯선 집에 대한 어색함이나 거부감을 조금 도 느낄 수가 없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 집에는 7년 전부터 몸이 불편한 각자님이 계셨다. 각자님은 보 살님의 보살핌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이며 병세는 조금도 호전 됨이 없이아주 천천히 진전되고'있는 중이었다. 누구보다 힘들고 마음고생 이 많았으리라 짐작되지만 전혀 내색 없이 여러 해를 집안 살림살이와 각자 님 돌보기를 병행하고 있는 보살님을 나는 새삼 다시 보게 되었다.

결혼하고 시집 어른들과 그리고 지 금은 투병중인 각자님에게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말을 여는 보살님의 표정에는 조금도 힘들거나 고생스럽다 는 느낌을 찾을 수는 없었다.

눈이 많이 내린 어느 추운 겨울날, 친정 나들이를 마치고 귀가하는 보살 님이 혹시 눈길에 넘어질까 걱정스러 워 집 앞 길 위에 하얗게 쌓인 눈을 끓인 물을 부어 녹여 놓으셨던 자상한 시어머니,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속상하게 한 적 없고 큰소리 한 번 낸 적 없던 각자님. 지금까지 그들에게

승직자 모양새가 난다는 어설픈 칭 찬 한마디에 그 보살님 앞에서 으쓱해 했던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창피하다. 오늘 밤에는 정각사 발령을 처음 받고 두려움과 걱정스러움을 달래기 위해 열 번도 넘게 읽었던 종조법설집의 첫 장 ‘스승의 사명’을 다시 새로 소리 내어 크게 한번 읽어 보아야겠다.

-자인행 /부산 정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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