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시절 추억 어린 보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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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16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09-07-05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문화3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박묘정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1 11:29 조회 2,678회본문
아파트 재건축으로 무상감
기다리던 재건축이 드디어 시작 되었다.
참 오랫동안 우린 이곳에서 살았다. 우리 아이들 어릴 때 이 아파트에 이 사와 지금까지 그냥 이곳에 뿌리 내리 고 특별한 어려움 없이 살았다. 이곳 에 남편과 함께 아이들 셋을 데리고 이사 온 것이 오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다.
이곳이 내 젊음과 우리 아이들 인생 에서 가장 푸릇푸릇하고 싱그러운 시 절을 보낸 곳이다. 우린 이곳에서 이 웃과 함께 외롭지 않게 살았다. 만나 면 서로 따뜻하게 인사도 하고 서로를 감싸 주고 맛있는 먹을 거리가 있으면 나누어 먹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상의 해 가며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이곳
에서 보냈다. 아이들도 아무 탈없이 잘 자라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다.
이곳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많이 변 했다. 우리가 이 곳에 처음 이사 왔을 때에는 개발이 되지 않아 큰 길 하나 만 건너면 논이 펼쳐져 있고 아파트 뒤로 조금만 가면 산이 있어 농촌 풍 경이 그대로 펼쳐졌던 곳이다.
8살, 6살, 4살이었던 우리 아이들은 물 만난 고기들처럼 아주 잘 뛰어 놀 았다. 뒷산에 올라 각종 들꽃을 꺾어 ;하화관과 팔찌도 만돌어.'치짱하고 몇송 ,,,이 따 .온 아카시아 꽃으로,튀김도 ;해 까호먹스으며 자연:톼 함께-쌀았다. 논에 나 가 올챙이를 잡다가 빠져 온 몸이 흙 투성이가 되어 들어 온 일도 아주 여 러 번 있었다.
산딸기가 익을 무렵이면 산에서 산 딸기를 따 먹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 랐다. 해가 넘어가 서쪽 하늘이 붉은 색으로 물들 무렵에야 집에 들어 왔 다. 아이들의 작은 손엔 늘 몇 알의 산 딸기가 쥐어져 있었다. 엄마 입에 털 어 넣어준 산딸기의 달콤새콤한 맛은 -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겨울이면 눈 쌓인 뒷산에 올라 문제 의 썰매를 지칠 때까지 타고서야 온 몸이 젖은 상태로 친구들과 함께 집에 돌아오곤 했다. 문제의 썰매는 절에 다녀 오느라 아이들만 있을 때 일어난 일이다. 아들이 동생들을 데리고 근처 목공소에서 얻어온 나무로 썰매를 만 드느라 집안에서 못질을 얼마나 세게 했는지 아래 윗집에서 아파트에 사고 가 난 줄 알고 모두 뛰쳐나오게 한 썰 매다.
어느 날은 아파트 마당에 뱀이 지나 가서 입주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 도 있었다. 다행히 경비아저씨께서 잘 붙잡아 주어 가슴을 쓸어 내린 적도 있었다. 비가 올 때면 아파트 하수구 에서 귀여운 물방개들이 앞 다투어 퐁 퐁 올라와 우리들을 신기한 곤충들의 세계로 이끌었다.
비 오는 날 밤엔 잠에 빠져들 수가 없었다. 개구리, 두꺼비들의 합창소리 가 온 아파트에 울려 퍼지기 때문이 다. 지금은 이 모든 것이 한낱 추억으 로만 남아있고 아파트로 둘러 싸여 산 도 조금 밖에 보이지 않고 논들도 많 이 사라졌다.
이렇게 즐거운 추억으로 가득한 아 파트를 떠나 어딘가로 이사를 가야 한 다니 마음이 심란해 진다. 공연히 가 슴에 큰 돌을 안고 있는 느낌이다. 사
시사철 창가에서 예쁜 모습으로 우리 의 눈과 마음까지도 즐겁게 해 주고 때로는 많은 위로도 해 주던 나무들과 도 이별이라니,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 나무들도 우리가 다 이주 한 후 전 부 베어져 생을 마감할 것을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아프다. 앙증맞고 새빨간 예쁜 열매를 조롱조롱 달고 우리에게 애교로 다가오던 앵두와 달콤하고 아 삭한 단감, 자두와 살구나무, 모두 모 두
’‘미안하다 얘들아.”
우라..아파트의 모든 나무와 풀들, 잘 살고 있는 너희들에겐 이게 천재지변 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외출 했다 돌아온 나는 깜짝 놀랐다. 오늘 5층에서 이사를 갔다. 앞의 큰 나 무가 베어지고 그 옆의 나무는 뿌리가 뽑히려 하고 있다.
베어진 나무는 이리저리 널브러져 아무도 치우는 사람이 없다. 난 나무 의 죽은 잔해를 보는 것 같아 차마 자 세히 볼 수가 없었다. 난 5층에서 이사 가며 그렇게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아마도 이삿짐센터 아저씨들이 사다리 놓기가 불편해서 그랬으리라 생각된 다. 그렇지만 다른 아파트라도 그랬을 까? 아직 떠나지 않고 뒤에 남아 있는 타인을 생각했을 때 그건 아니라고 생 각한다. 그걸 보며 아파하는 남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조금은 하고 가 야 하지 않을까?
우리들은 같이 있을 때 보다 헤어 질 때 더 잘 해야 할 것 같다.
-박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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