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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보살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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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1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04-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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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한주영 필자법명 - 필자소속 불교환경연대 필자호칭 사무처장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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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04-07 12:58 조회 1,74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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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생명살림경전이야기 (16회)

문수보살의 경계

송나라 소흥 때(1131~1162) 태위 여혜경이 오대산 중대에 이르렀을 때 동자의 모습으로 나타난 문수보살의 이야기입니다.

 “대감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문수보살을 뵈오려 왔노라.”

 “보살을 보면 무엇 하렵니까?”

 “화엄경을 보니 이치가 너무 어려워서 보살께 여쭈어 알려주시면 소를 지어 해석하고, 세간에 퍼뜨려서 어둠 속의 등불을 삼게 하며, 발심한 이들이 깨닫게 할까 하노라.”

 “부처님의 미묘한 뜻은 사리에 순응하여 매우 분명하고, 예전 스님네가 잘 해석하였으며, 십지품 같은 글도 주석한 것이 몇 장을 지나지 않는데, 요사이 주석한 것은 백 권이 가깝도록 많아서 성인의 뜻이 외려 어렵게 되었으니, 그런 것은 대도(大道)를 깨뜨리는 것이오.”

 “동자의 얼굴은 그렇게 얌전한데, 감히 선배들을 비방하는가?”

동자는 웃으면서 말하였다.

 “대감이 잘못이오. 여기 있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모두 문수보살의 경계로서 당신이 지금 보고 듣는 것이 진정한 문수이거늘, 어찌 범부의 망상으로 소홀하게 생각하시오?”

 혜경은 그제야 깨닫고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였더니, 동자는 보살로 변하여 금사자를 타고 은은하게 구름 사이로 숨어 버렸다.


 문수보살의 경계, 즉 부처님의 경계는 어려운 경전이나 논서에 있지 않고 지금 여기 있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우리가 보고 듣는 것들 가운데 있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봄이 되어 여기저기서 꽃이 피고 싹이 나고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우리를 미소 짖게 합니다. 식물은 우리 생존의 필수조건입니다. 식물은 광합성을 할 때 우리가 내뿜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우리가 필요한 산소를 배출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식물과 숨결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곡식과 채소와 과일들은 모두 나무와 풀입니다. 우리가 먹는 고기도 가축들이 먹은 풀과 곡식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식물은 광합성을 할 때 햇빛과 물이 필요합니다. 또 토양 속에 있는 양분과 미생물의 도움으로 자라납니다. 만일 태양과 대지와 물과 바람이 없다면 우리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매일 식사 때마다 염송하는 공양게송에도 이런 이치가 담겨있습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깊이 생각해보면 한량없는 부처의 경계, 문수보살의 경계를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앞의 여혜경 대감의 이야기는 『문수사리보살 불찰 공덕장엄경』에 수록된 이야기로 1982년 우리나라 자운 성우스님께서 <문수보살의 거룩한 행>으로 편역하여 발행하였습니다. 이 책에는 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순희 4년(1177)에 선계 대사는 항주의 도솔사로 가는 길에 객주집에 들었다. 이때 객주집 왕백공(王伯恭)이 슬프게 통곡하므로 웬일이냐고 물으니, 그의 선고(先考)의 소상(小祥)이라고 하였다.

 선계대사 : 그대는 아버지의 태어난 곳을 아는가?

 백공 : 모릅니다. 바라건대 화상의 자비로 아버지의 태어난 곳을 가르쳐 주십시오.

 선계 대사는 그 집 개를 앞에 불러놓고 말하였다.

 “너의 몸은 사람과 다르지마는, 본래의 성품은 분명하지 않느냐?”

 개는 눈물을 흘리면서 백공에게 말했다.

 “나는 네 아비다 죄업이 두터워서 이런 몸을 받았다. 나는 평생이 불법을 믿지 않고, 착한 사람을 모함하고 보시를 행하지 않았으며, 남이 보시하는 것을 보면 못하도록 방해하였다. 그런 인연으로 지금 이런 과보를 받았느니 너는 부자의 정리를 생각해서 두 스님께 간청하여 나에게 법을 말하여 이 개의 몸을 벗도록 해달라.”


 이어지는 이야기로 순희 6년에 선계대사가 어떤 작은 거리에 갔을 적이었다. 김병이라는 백정이 양 한 마리를 묶어 놓고 칼을 갈고 있었는데 양은 처량하게 울고 있었다.(중략)

 선계대사가 사람이 양이 되고 양이 사람되는 일이 눈깜짝할 사이이니라. 능가경에 말하기를 ‘일체 중생이 끝없는 옛적부터 나고 죽기를 바퀴 돌 듯하면서, 혹은 부모도 되고 형제도 되고 아들도 되고 딸도 되고 권속도 되고 친구되 되고 시중도 되었다가 다시 몸을 바꾸어 새와 짐승이 되는 것이어늘, 어찌하여 잡아 먹겠는가?’하였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같은 중생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몸을 바꾼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육식은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도 육류소비가 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는 축산업의 증가로 현재 지구에 사는 동물의 99%가 사람과 사람이 먹으려고 키우는 가축이라고 합니다. 1만 년 전에는 사람과 가축이 전체 동물의 1%에 불과했다는 사실과 비교해보면 너무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가축에게 먹일 사료작물을 재배하느라 지금 이 순간에도 아마존의 밀림이 1분에 1ha(1만 m²)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과다한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후위기와 생태계파괴 등으로 인한 생물다양성의 위기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가져올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생명존중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불자들이 지나친 육식을 경계하고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되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범시민운동을 전개한다면 기후위기와 생태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채소위주로(채소 소) 적게 먹고(적을 소) 감사하며 웃으면서(미소 소) 먹자는 이웃 종단의 ‘삼소식 운동’에도 관심을 가지고 우리 불자들이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사회적으로도 확산하는데 동참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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