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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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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16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09-07-05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문화2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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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1 11:14 조회 1,6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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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에

이른 새벽의 기운을 마음껏 들이켜 본다.

날이 밝아오기에는 아직 이른 새벽 시간이다. 지난 삶에 비추어 보아 내 가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건 드문 일 이었지 싶다.

이렇게 아무도 없는 이른 새벽의 서원당이 언제부터인가 나만의 시간 을 만끽할 수 있는 참 모습이 있어서 그것도 한가닥 행복이다.

한 알 한 알 염주알 부딪히는 소리 가 아득히 들리고 쉽게 자리잡지 못 하는 번뇌 망상들이 내 간절한 서원 들을 더디게 하지만 그래도 이런 시 간에 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비를 맞고 서있는 가로수. 짙은 녹 음과 그 향기에 취해 있는 길 사이로 긴 터널같은 길을 걷다 문득 내 지나 온 길을 되돌아 본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 며 차라리 만나지 말았으면 좋았을 것 같은 사람, 또는 그 만남에 마음 절절이 눈물 묻어나는 고마운 사람 들. 그 모든 것이 운명처럼 내 곁을 스쳐 지나가듯 내가 저 길을 걷는다. 지나온 길 위에서 내 식대로 저울질 하며 내 맘대로 생각하고, 만나고, 보내고, 후회하고, 아쉬워하고, 그리 워하고 싶다.

그들의 기억속에 나는 어떤 색깔로 자리잡고 있는지 그리운 사람인지 아픔만 주는 사람이었는지. 나에겐 좋은 사람이 그들에겐 아픔일 수가 있고 내 시련과 아픔이 그들에겐 안 식처일수 있듯 인연은 그런건가 보 다.

어디로든 기분전환 삼아 가슴속에 신선한 공기 쐬면서 자연을 벗 삼아 근심, 걱정 다 떨쳐버리고 살고 싶다지만 웬만한 사람은 그리 쉽지 않은 일 아닌가?

물질과 마음의 여유가 허락 된다면 일상의 고달픔과 쫓김을 뒤로 한 채 어디론가 잠시 떠났다가 다시금 지 난 생들을 뒤돌아 보겠지만 현실에 매인 몸이라 쉽지가 않다. 전생에 간 직했던 기억과 지식과 경험은 묻어 버리고 다시 이생에서 배워 자기의 영적 성숙을 이루어야 하는 자기만 의 천명이 있을 터인데... 결혼이라는 울타리 속으로 정각사와의 인연을 뒤로 한 채 우리 곁을 떠난 정 교무 님 10년의 세월을 훌쩍 넘기고 다시 정각사로 되돌아 오신 박보살님 그 래서 인연되어 돌고 돌아 다시 만나 게 되는 사람들. 그 인연이 비 내리 는 이 거리를 아름답고 슬프게 한다. 진리는 하나이고 인생의 길도 하나 인데 나는 왜 보고도 알지 못하고 알고도 보지 못하는 건지. 살아가는 일 에 그 인연의 만남과 헤어짐에 답을 알면서도 내 손으로 눈 가리고, 귀를 막고, 들으려고도 보려고도 하지 않 았다. 아집으로, 고집으로 그것을 끝 내 자존심이라 착각하며 번뇌하며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눈물 짓고 웃음 짓고 살아가는 일 은 어쩌면 텅빈 허공에 기러기 날아 가듯 지나면 흔적도 없는 바람인데 그 바람앞에 있는 인간의 삶을 알고 나 있는 이들은 얼마나 될런지.

천년도 아니 백년도 채 못사는 인 생을 하루 한달 일년을 그 인연에 울 고 웃고 산다. 잡지도 말고 머무르지 도 말고 멈추지도 말고, 돌고 돌아가 는 팽이처럼 그렇게 바람처럼 구름 처럼 강물처럼 흘러 보낸다. 비 젖은 거리의 가로수가 젖은 채로 아름답 다. 내 삶처럼 그대들의 삶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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