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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고통과 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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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23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10-02-21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신행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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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은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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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2 09:48 조회 1,1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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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영화에서 불교보기 (9회)

인간의 조건, 고통과 해탈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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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꽤 비관적 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까뮈나 샤르트르가 속한 실존주의 사상가들입니 다. 까뮈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시 지프스의 신화〉에서 인간의 처지에 대한 그의 생각을 꽤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시지프스의 신화〉는 그리스신화에 까 뮈의 사상이 가미된 평론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시지프스는 신들을 무시했다는 죄목으로 무거운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 어 올리는 벌을 받게 됩니다. 그러냐 바 위는 산 정상까지 올라가면 바로 아래로 굴러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시지프스 는 다시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고요. 무 의미한 노동이 그에게 주어진 형벌이었 습니다. 까뮈는 시지프스가 받고 있는 이 형벌을 우리 인간이 처한 현실로 인 식했습니다. 그리니까 인간의 생존 조건 이 바로 이런 식의 무의미한, 허무한 고 통이라고 이해한 것입니다. 그들은 이렇 게 인간의 상황을 매우 비관적으로 바라 봤습니다.

왜 이렇게 서두에 장황하게 실존주의 에 대해서 늘어놓느냐면 이번에 다룰 영 화가그칠존추의의 비관론을 주요 '사상으 로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흥샹수 감 독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작가주 의 감독인 김기덕 감독의〈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얼 핏 보면 불교영화처럼 보입니다. 불교에 서 소재를 구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스님이고, 배경은 사찰입니다. 또한 다비 식이나 반야심경 등 불교적 소재가 영화 전편을 채우고 있습니다. 또한 첫 장면 인〈봄〉에서는, 어린 동자승이 개구리와 물고기에게 돌을 끈으로 매달아놓는데 이를 본 노승이 장난삼아 하는 행동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고, 그렇게 . 하다가 업을 받게 된다고 타이릅니다. 그래서 불교의 업 사상에 바탕한 영화라고 기대 느

감독의 아홉 번째 작품인〈봄

김기덕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모두 5개 의 챕터로 구분돼 있으며 영화는 사계절 을 인간의 성장과정과 대비시키고 있습 니다. 첫 시작을 의미하는〈봄〉은 동자 승이 물고와 개구리에게 돌을 묶으며 노

젊음의 달콤함을 영원히 붙잡으려고 했 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시련의 계절이 온 것이지요.

소녀가 요양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자 한동안 마음을 잡지 못한 채 방황하 던 젊은 스님은 여자를 찾아 절을 나가 버립니다. 환속한 것이지요. 그리고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그는 살인자의 신 분이 돼서 다시 절로 돌아옵니다. 여자 를 찾아서 결혼도 하고 행복하게 살았는 데 마음은 언제든 변하는 것이라고 여자 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거기에 분노해서 남자는 여자를 살해하고 절로 숨어들어온 것입니다.

죄인이 돼 돌아온 제자에게 노스님은 나무 바닥에 반야심경을 새기게 했습니 다. 반야심경을 가득 채우고 있 는 분노를 가라 앉히게 했습니

사실 겨울 장면은 감독 자신이 직접 출 연해서 꽤 긴 시간 공을 들여서 촬영했 습니다. 불운한 업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꽤 진지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이 영화는 소재도 그렇 지만 불교영화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겨 울이 마지막 장면이라면 누구도 이 영화 가 불교영화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못 할 것입니다. 한 남자가 업을 씻고 오랜 고행을 통해 영혼의 자유를 얻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 서 끝을 내지 않았습니다.〈그리고 봄〉 이라는 장면을 하나 더 준비해서 그의 사상이 불교적이 아니라 실존주의에 깝다는 걸 입증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수행했건만 그래서 아졌으리라고 기대했는데 다음 봄에

로운 한 동자는 또 개구리와 물고기에게 돌을 매답니다. 그 동자의 운명 또한 앞 의 남자의 전철을 밟으리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나뭇 잎이 떨어지고 겨울이면 만물은 자취를 감추지만 다시 봄이 오면 또 꽃이 피는 것처럼 인간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 비극적인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논

으) 세상사는 이야기

우리 선수들 파이팅!

는 장면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런 - 다. 그렇게 해 것처럼 동자승은 죄의식 없이 악행을 저 지릅니다. 인간의 원래 의식에는 연민이 나 다른 생명에 대한 배려 같은 건 애시 당초 없는 모양입니다. 이런 의식 때문 인지 아이의 운명은 그리 평탄치가 못합 니다.

이어지는〈여름〉에서 어린 동자승은 혈기왕성한 청년으로 자랐습니다. 청년 이 된 주인공 앞에 어느 날 17세 소녀가 찾아옵니다. 소녀는 요양 차 절에 오고 청춘 남녀는 밀폐된 공간에서 사랑에 빠 집니다.

젊은 스님과 여고생의 사랑에 대해서 사실 젊음의 한 특징으로, 여름의 녹음 처럼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부처님께서도 이 자체를 나쁘게 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집착하는 것입나다, 나무나 꽃처럼 ..그. 한때를 즐기고 마음을 두지 않으면 아무 런 문제도 생기지 않는 데 젊은 스님 은 그

서 마음을 진정 시킨 제자는 그 를 붙잡으러 온 경찰과 함께 감 옥으로 갑니다.

그리고 배경 은 이제 겨울이 됐습니다. 하얀 눈이 덮인 겨울 은 모든 걸 덮

파면서 아직도 마음을

쵸버립:]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지요. 감 옥에서 죄를 갚고 돌아온 남자는 까뮈의 시지% 신화에서처럼 무거운 돌 대신 타이어를 매달고 산을 오릅니다. 이 행 동에 대해서 새로운 탄생을 위한 준비과 정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개구리나 물고 기에 돌을 매달았던 본성을 개조하고 뽀 집착을 끊기 위해서, 그래서 나쁜 업으 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으로 태어 나기 위한 작업으로 이 해했습니다.

그리고

리인 것 같습니다. 시지프스가 열심히 바위를 산 정상에 밀어 올리지만 바위는 정상에서 다시 굴러 떨어지고 다시 그 노동을 반복해야 항는 것처럼 인간의 처 지라는 게 자신이 갖고 있는 악업에서 결코 벗어날 수'허하느'것이지요. 참 비 극적이고'^망적인 결론입니다.

%단며 불교에서는 인간의 좋젛을 어떻게 널까요? 영화에서처럼 절망적으 로 바라볼까요? 불교에서는 인간을 구원 이 가능한 존재로 바라보았습니다. 세상 의 모든 물질은 ‘제행무상’이고 또한 ‘제법무아’ 이므로 물질이 공한 줄을 알 아서 집착하지 않고, 또 나라는 허상에 집착하지 않으면 자유로워진다고 했습니 다. 그렇게 되면 업을 바탕으로 한 윤회 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았지요.

그러니까 불교는 인간의 조건을〈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마찬가지 로 현실을 어둡게 본 데는 동일하지만 불교는 그 어둠 속에서도 빛이 들어오는 출구가 있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습니다.

-김은주(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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