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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각사를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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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23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10-02-21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문화2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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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2 09:26 조회 1,1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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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각사를 떠나며

문득 눈에 들어온 겨울의 꼬리가 드리워진 창밖 풍경에 이사 준비를 위해 짐을 정리하던 손을 잠시 멈추 었다. 3년 전 정각사에 이사 온 그 겨울이 생각난다. 불안과 두려움 가 득한 시선으로 쳐다본 정각사는 낯 설기만 했다. 전임 승직자와 종단과 의 갈등으로 분위기는 썰렁했고 한 편으로는 팽팽한 긴장감마저 도는 사원은 이제 갓 소임을 맡아 내려온 신출내기 초보 승직자를 더욱 움츠 러들게 만들었다.

그런 속에서도 새벽부터 저녁 늦게 까지 정신없이 보낸 시간들이 다시 새로운 소임을 맡아 정각사를 나가 

는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하나가 소 중하고 아쉽기만 하다.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후회도 많지만 그 보다도 매일매일 얼굴 맞대고 보던 보살님들과의 헤어짐을 생각하면 정 말 섭섭하고 마음이 아프다.

비록 많이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지나간 삶속에는 무수한 만남과 헤어짐이 연속되어왔다. 나름 대로 헤어짐에는 이제 익숙해질때도 됐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또 다시 내 앞에 펼쳐진 헤어짐 앞에서 나는 서 운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아쉬움 에 내손을 붙잡는 보살님들의 손을 놓기가 정말 어려울 것 같다.

정각사를 떠난다고는 하지만 나의 새 부임지는 정각사와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지척인지라 오고 싶으면 언 제든지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헤어짐이라는 감정이 공간적인 간격의 격차로 섭 섭함이 더하고 덜 하는 것이 아니라 는 사실만 확실하게 깨달을 뿐이다.

예년 보다 조금은 늦게 발표된 종 단 승직자들의 인사이동 명단 속에 들어있는 내 이름을 보고 나는 새로 운 곳으로 간다는 설레임보다 정각 사 보살님들과 이제는 헤어져야 한 다는 생각에 눈물부터 핑 돌았다. 결 코 길지 않은 3년이라는 시간을 정각사에서 보내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 다.

때로는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에 승 직자의 길에 들어선 내 자신을 원망 하면서, 때로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 하고 부처님께 감사해 하는 보살님 을 보면서 마치 그 일이. 내 일인 듯 같이 기뻐하면서 보낸 지난 시간들 이 새삼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동안 모자라도 한참을 모자라는 나를 자비로운 마음으로 이끌어 주 시고 가르쳐 주신 정각사 보살님들 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모두가 항 상 건강하고 부처님 자비광명이 함 께 하기를 기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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