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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으기와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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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24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10-03-25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문화2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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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자인행 필자법명 - 필자소속 천운사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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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2 10:12 조회 1,11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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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으기와 버리기

상반기 49일 불공이 시작되기 전에 발령지로 이사해야 한다고 한다. 틈 나는대로 작은 물건들은 따로 박스 에 담아 조금씩 포장을 하고 버리고 갈 것들은 따로 모으느라 4층 계단을 수없이 오르락 내리락 거렸다. 우리 집에 이렇게 버려야할 물건이 많은 줄은 미처 몰랐다. 3년 전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 오면서 안 쓰는 물건 들은 대부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거나 버리고 왔다. 겨우 3 년 만에 필요하지도 않은’물건들이 집안을 채우고 있을 줄은 이렇게 집 안을 뒤집어 놓으니 알 것 같았다. 이것은 다음에 또 쓰일 것 같아서 못 버리고, 저것은 어렵게 구한 것이라 못 버리고 또 그것은 이런저런 이유 로 못 버리고 해서 집안 구석구석에 쌓아 두었던 것들을 이번에 모두 버렸다. 그리고 새 발령지인 운천사로 이사를 했다. 사택 부엌공사가 미처 마무리 되지 않아서 부엌에 들어갈 짐들을 자성학교 마룻바닥에 내려놓 았다. 우리 집 부엌에 들어갈 그릇이 며 솥이며 주전자, 냄비 등등 부엌살 림이 그렇게 많은 줄이야.... 나름대 로 많이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결코 많이 버린 것이 아니었다.

나는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제자리 에 앉아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욕심 을 버리고 집착을 끊으라는 부처님 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승직자의 길을 선택한 내 마음속에 이렇듯 색 (브)에 대한 욕심과 애착이 웅크리고 있을 줄 내 자신도 미처 몰랐다.

나는 다시 옷장과 장롱 그리고 신 발장 속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끄집 어 내어 풀었다. 그리고 다시 정리를 시작했다. 3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안 입은 옷은 모조리 필요한 곳에 주 거나 버리기로 했다, 부엌살림도 마 찬가지. 버리기 조금은 아까운 것도 내게 필요한 것이 아니면 모두 다 버 리거나 필요한곳에 줄 수 있도록 정 리했다,

새벽녘에서야 겨우 정리를 마치고 헐렁해진 장롱과 옷장 그리고 신발 장 바라보며 그동안 버리기보다 모 으기에만 열중하고 살아온 내 자신 이 참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들의 삶은 모으기와 버리기의 연속이고, 모으기보다 버리기가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이번 이사로 깨달 았다. ‘아직은’ 이라는 이유와 ‘나중 에’ 라는 핑계로 버리지 못해서 주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런 것들 때문에 진정 주위에 두어야 할 것들을 두지 못하는 어리석음 을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소유는 필요한 만큼 해야 한다. 소 유가 욕심에 의해서 이루어 질 때 그 때부터 그것은 짐스러움으로 변해 내 어깨를 짓누른다.

얼마 전 열반에 드신 어느 스님은 무소유를 평생의 화두로 삼고 철저 하게 무소유를 실천하셨다고 한다. 세속의 삶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우리들은 어떤 것을 가지 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를, 얼마만 큼 버리고 얼마만큼 가져야 하는지 를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모으기와 버리기의 조화롭고 적절 한 선택에 의해서 우리들의 삶은 욕 심과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 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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