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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이 떠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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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24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10-03-25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신행/설화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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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박묘정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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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2 10:11 조회 1,11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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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이 떠난 자리

새로 이사 온 우리 아파느1근처에 는 조금 큰 하천이 흐르고 있다. 흐 르는 물의 양은 많지 않지만 늘 일 정하게 흐르고 있다. 주위에는 녹지 대도 조성되어 있고 산책 길도 있 어 그나마 눈을 즐겁게 해 주고 있 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도 조금은 볼 수 있어 때때로 내려다 보며 산 이 가까이 없는 이쉬움을 달래곤 한다.

외줄했다 돌아올 때에는 늘 하천 길을 따라 집까지 걸어 오며 내 나 름대로 하천의 이곳 저곳을 살피면 서 온다. 하천에는 철새들이 날아와 헤엄도 치고 자맥질도 하며 노는 모습이 참으로 신기하다. 대부분 청 둥오리 종류인데 재두루미들도 날 아와 오리들과 같이 놀고 있다. 떼 를 지어. 날아 다니는 모습이 텔레 비전에서 보는 것 같이 거대한 군 무는 아닐지라도 제법 멋지게 날고 있다. 특히 재두루미들은 그 큰 날 개를 펼치며 날아 오르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날개를 접고 서있는 모 습은 더욱 우아하다.

난 늘 다리 위에서 가던 걸음을 멈추고 철새들의 노는 모습을 쳐다 보는 습관이 생겼다. 모두들 별 관 심 없이 바쁘게 지나가는데 혼자 하천을 내려다 보고 있는 나를 사 람들은 이상하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나의 이 즐거움을 송두리 째 빼앗아 가는 큰 사건이 발생했 다. 철새들이 맛있는 먹이도 먹고 자유롭게 놀고 있는 이 하천에 공 사용 중장비 여러,.대가‘동원되어 하천바닥을 마구 파헤치고 있다. 가 장지리에 있던 수초들도 모조리 파 내고 있었고 양쪽에 있던 큰 돌들 도 파내어 한쪽에 쌓아놓고 있었다.

이 곳에 살고 있던 철새들은 어쩌 란 말인가? 철새들은 이미 어디론 가 다들 떠나버리고 표 헤쳐진 바 닥만 속살을 드러내고‘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이다. 오죽 갈 곳이 없으 면 이 작은 하천을 그들의 삶의 터 전으로 삼았을까?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살만한 곳을 찾았을까? 아 직 찾지 못해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지 않을까?

가슴이 아리도록 아파 온다. 사람 들은 왜 자기 생각만 하는 것일까?

이 추운데 공사를 해야만 하는가? 새들의 작은 삶의 터전은 조금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여러 날 걸려 온통 다 파헤쳐 놓고 중장비들은 철수 하고 지금까지 그대로 방치되 고 있다. 이 겨울에 공사를 끝낼 것 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했는지 원 망스럽다. 철새들이 돌아간 후에 시 작했으면 더 좋았을 것을.

그 후로도 난 철새들이 떠난 자리 를 아쉬운 마음으로 늘 하던 대로 한참씩 보고 지나갔다. 반갑게도 일 부이긴 하지만 오리들이 돌아왔다. 너무 반가웠지만 같이 좋아할 아무 도 없어 혼자 속으로만 좋아했다. 자세히 보니 재두루미들은 오지 않 았다. 재두루미 한 마리만 돌아왔 다. 그것도 오리 무리에서 조금 떨 어진 곳에 홀로 서있는 모습이 석 양빛을 받아 더 쓸쓸해 보였다.

재두루미 친구들은 어디다 버리 고 오리들을 따라 왔을까? 아니면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 당한 것은 아닌지? 더 안 좋은 상황으로 짝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 것은 아닌 지? 온갖 생각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자기들의 무리와 같이 행동해야 그들이 우리나라를 떠날 때 같이 고향으로 갈 수 있을 텐데, 오리들 무리에 같이 있으면 고향으로 갈 수 없어서 어떻게 하 나 걱정이다. 길 잃은 어린아이처럼 혼자 쓸쓸히 보내는 재두루미가 측 은하고 안타깝다. 내가 도울 수 있 는 일이 하나도 없% 것이 더욱 가슴 아프다.

계절도- 아느-틈에 .봄으로 접어들 고 있다. 노란 금잔디 사이로 여리 고 뾰족한 손을 흔들려 손잡아 주 기를 기다리는 새싹과 그 사이로 앞다투어 고개를 내밀고 있는 온갖 어린 풀들도 반갑다고 눈인사를 한 다. 힘차게 날갯짓을 하는 까치들도 제 세상을 만난 듯 마구 짖어대며 열심히 나뭇가지들을 물고 가서 멋 진 집을 짓고 있다. 따뜻해진 날씨 에 철새들은 벌써 그들의 고향으로 다 떠나갔는지 오늘은 보이지 않는 다. 오리들과 함께 재두루미도 고향 을 잘 찾아 가서 헤어 졌던 친구들 과 가족들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 면 좋겠다.

-박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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