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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재봉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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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26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10-05-13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신행/설화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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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박묘정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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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2 12:33 조회 1,03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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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재봉틀
재봉틀 앞에서 갖가지 상상 I 사라져 가는 것들에 아쉬움

요즈음우리 ‘여성사 전시관’에서 는 새로운 기획전을 하기 위해 유 물을 교체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 지는 1950년대 여성들이 일상생활 에서 늘 쓰던 생활용품이나 책 등, 그 당시의 여성들의 살아가는 모든 모습을 짐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를 전시했었다.

다음 전시는 ‘서울로 올라간 순 이’라는 주제로 1960년대 여성들의 일과 직업 등에 관한 것과 생활 모 습을 전시하고 있다.

지난 전시물 중에' 유난히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아주 낡고 볼품없는 재봉틀이다. 우리가 늘 가 까이 하는 생활 필수품이었던 재봉 틀이 1950년대 유물전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니 세월의 흐름과 빠르게 변하고 발전하는 모 습을 이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요즈음은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 하기 때문에 잘 따라 가지 못하는 나는 때때로 심한 어지러움을 느낀다.

난 가끔 유물로 전시된 재봉틀 앞 에 서서 여러 가지 상상을 해 본다. 이 재봉틀은 누가 쓰던 것일까? 바 느질을 아주 잘 하는 어머니일까, 아니면 할머니일까? 과거에는 우리 할머니들이 손바느질로 가족들의 옷을 일일이 만들어 입혔다. 이때 할머니들은 여러 가지 힘든 노동으 로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이로 인 해 사회참여는 꿈도‘꿀 수가 없었 다;.과거와 비교 해 보면 지금 시대 에 태어난 우리는 축복 받은 존재 라는 생각이 든다.

재봉틀은 우리들의 할머니, 어머 니들에게는 경이로움의 대상이었다. 너무 귀해서 감히 가질 엄두도 내 지 못했다. 유물전에 전시 된 재봉 틀은 1952년 일본에서 제작 된 것이 다. 당시 6.25 전쟁 중이었던 우리 나라에서는 제작할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했다.

이 곳에 전시된 이 재봉틀을 썼던 실제 주인공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 재봉틀로 그는 무엇을 만들었을 까? 예쁘고 멋진 옷을 만들어 가족 들에게 입히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한편으로 삯

바느질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진 고단한 삶을 살던 어머니가 아디었 을까? 그는 고단한 삶이었지만 재 봉틀 하나로 가정을 잘 이끌어 준 고마움과 뿌듯한 마음으로 재봉틀 을 열심히 닦고 있는 자랑스러운 모습도 보이는 듯 하다. 그들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오랜 시간이 흐른뒤 전쟁의 상처 가 치유될 무렵 우리나라에서도 재 봉틀이 만들어 지기 시작해 시중에 서 판매가 되었다.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께서는 그 렇게 가지고 싶었던 재봉틀을 장만 할 수가 있었다. 그것도 소수의 가 정에만 주어진 혜택이었다. 재봉틀 을 장만 할 수 없었던 우리의 할머 니 어머니들은 ‘계’를 모집해서 한 대씩 장만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재봉틀은 결혼하는 신부 들의 혼수품으로도 인기가 좋았다. 내가 결혼 하기 전 우리 집에 재봉 틀이 있어 직접 동생들의 옷을 만 들어 입혔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옷이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젠 혼수품 으로 재봉틀을 장만하는 신부는 없 을 것이다. 재봉틀이 집에 있는 가 정도 드물 것이다. 핵가족화 되고 탈가족화 되어 많은 것이 밖에서 이루어 지고 있는 이 시대에 재봉 틀은 이제 전시관에 유물로만 존재 하는 날이 온 것이다.

여성사 전시관에 관람 하러 온 어 린이들도 유물전에 전시 된 재봉틀 을 처음 본 어린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전시 설명을 듣고 매우 신 기하게 생각하고 있다. 때로는 알고 있는 어린이도 한 두 명은 있다.

재봉틀이 또 하나의 유물로만 존 재하고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사 라져 가는 것이 아쉬운 것은 왜 일 까? 우리 주위에서 멸종되어 자취 조차 찾을 수 없는 여러 동 식물들 을 생각 하게 한다.

이렇게 아쉬워하는 내가 너무 시 대에 뒤떨어지는 것일까? 다음엔 어떤 새로운 것이 유물전의 자리를 차지하고 관람객을 맞이 할지 궁금 하다.

-박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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