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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보살님의 중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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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26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10-05-13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신행/설화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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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2 12:32 조회 1,0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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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불교설화 (43회)

관세음보살님의 중매
홍은동 옥천암

근세 조선 순조 7년(1819)때의 일이다. 경기도 고 양군 신도면에 몹시 가난한 집이 있었다. 이 집에는 나이 서른이 넘도록 장가를 가지 못한 윤덕삼(% 즈) 이라는 노총각이 있었는데 칠십을 넘은 부모를 모시고 나무장사를 하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매일 첫 닭이 울면 나무짐을 짊어지고 나섰다. 나무장사를 할지라도 촌 사람보다는 서울장안에 들 어가 도시사람을 상대로 하여야만 팔기가 쉬웠다.

서울을 왕래하자면 구파발을 거쳐 서대문으로 들 어가는 것이 편리하나 서대문 거리는 경쟁이 서로 심하여 발 붙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의 서대문 밖 무악재 너머에 있는 홍제동에서 왼편으 로 개천을 끼고 세검정쪽으로 넘어가기가 어려운 자하문으로 들어가야만 쉽게 팔고 돌아오게 된다. 매일같이 이 길을 택하여 다녔다. 농사 한마지기도 없이 춘하추동에 나무장사로 살아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러다가는 만년 총각으로 장가를 들지 못하고 늙을 일을 생각하면 괜히 마음이 슬퍼졌다. 더욱이 그는 3대 독자 외아들이었다..만일 정말 로 장가를 못가게 된다면 자손이 끊기게 되므로 부모님께 참으로 죄 송한 일이었다. 윤덕삼은 이것이 항 상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그는 안 간힘을 쓰고 있었:으나 별도리가 없 었다. 어느날 그는 나무짐을 지고 세검정을 향하여 가는데 귀에 서툰 목소리가 들려 왔다 다리도 아프고 해서 나무지게를 내려놓고 바라보 니 옥천암이라는 절에서 들려오는 것있었다. 그런데 그 절 아래 개천 옆에는 높이 수십척이 되는 바위가 문도 없는 편각속에 있는데 큰 부 처님의 형상을 조각한 것이 있었 다. 그리고 그 부처님 앞에서 수십 명의 여자신도들이 스님들과 함께 향불을 피우고 제사지내듯 메를 올리고 절을 하고 있었다. 그 전에 도 이를 보지 못한 것은 아니었으나 으레 스님들이 하는 것이거니 하며 무심히 지났으나 이날은 이상 하게도 의심이 생겼다.

“저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저런 것을 할까? 저렇 게 하면 돌부처가 무슨 소원이라도 들어 주는 것인 가? 사방으로 돌아!》니는 똑똑한 사람도 마음데로 못하는 일을 한 걸음도 걷지 못하는 바윗돌이 무슨 재주가 있어 사람들을 도와준단 말인가?”

이렇게 생각과 회의에 잠겨있는 동안에 할머니들 이 불공을 마치고 건너왔다. 덕삼은 한 노인을 향해 물었다

“저 바위에 새겨놓은 부처님은 누구며 할머니들 은 무엇 때문에 거기에 대고 절을 하고 빕니까?”

“이 총각 나이는 많이 먹었어도 무식해서 아무것 도 모르는 구먼. 저 바위에 새긴 것은 해수관음이라 는 관세음보살이신데 이 어른은 동해, 서해, 남해할 것 없이 모든 바다 언덕 위에 계시다는 보살님일세. 이곳은 바다는 아니지만 개천가인 까닭으로 멀리 바다에 가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인연을 맺으라고 해수관음불상을 새겨 놓았지. 그런데 영험이 대단하 여 저 보살님께 정성을 드리면 틀림없이 소망을 다 

이룬다네.”

덕삼은. 이 말을 듣고 다시 물었다.

“그렇지만 돌부처가 무슨 신통이 있어 사람의 소 원을 이루어 주겠습니까?”

“그것은 모르는 말일세. 돌부처라도 그냥 바위가 아니고, 부처를 새겨 모신 바위이기 때문에 사람이 이름을 부르고, 지성으로 마음을 모아 빌면, 부처의 신령이 천리 만리라도 걸림없이 오셔서 정성을 받 고는 소원을 이루어 주는 것일세. 그러기에 지성이 면 감천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정성이 부족하고 믿는 마음이 부족하면 그런 사람에겐 그저 돌 바위 만 보이지만, 마음이 참되고 정성이 지극하면 모든 것이 모두 부처이고, 듣는 것이 모두 불경소리인지 라 무정한 돌도 살아있는 부처님으로 변신해 나타 나는 것일세. 그러므로 소원을 이루고 이루지 못하 는 것은 그 돌부처께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믿는 사람의 정성과 신심 여하에 달려 있는 것일세”

“참으로 그럴까요?”

“그렇고 말고. 이절에 다니는 신자가' 수백명인데 소원을 이루지 못하는 못하는 사람이 없다는거야. 세상에 무슨 할 일이 없어서 갖은 고생을 해가며 이 험한 산골짜기에 올라와 정성을 드리겠는가 생 각을 해 보게. 그러기에 여자들은 마움이 간절해서 철저히 믿기 때문에 소원을 이루기가 쉽지만 자네 같은 총각은 남자라 마음이 엇갈리어 진실하지 못 하기 때문에 빌어도 건성으로 빌 것이니 어려울 것 일세. 그럼 난 이만 가네”

노인은 이렇게 말하고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온갖 고생을 거듭하고 쪼들릴대로 쪼들린 윤총각은 귀가 번쩍 트이는 것 같았다. 그 다음날부터 그는 이 곳 을 지날 때에는 반드시 길가에 나무짐을 버티어 놓 고 건너가서 해수관음에게 수십 번씩 절을 하고 마 음속으로 죽원하였다.

“대자대비하신 관세음보살님이시여! 어서 제가 장가를 들어 자손을 보고, 부자가 되어서 나무장사 를 면하게 하여 주옵소서. 이것이 저의 소원입니다”

그러나 예배만으론 시원치가 않아 점심밥으로 먹 을 도시락을 나무짐에서 꺼내어 가져다가 올리고 다시 절을 하였다. 도시락이라 하여도 보리밥 아니 면 조밥이요 게다가 된장 덩어리가 끼어 있어 퀴퀴 

한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도 가 난뱅이가 이러는 것은 너그러이 용서하시고 받으실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윤덕삼은 눈이 오나 비가 오 나 나무짐을지고 오갈때마다 그와 같이 하였다. 이 렇게 백일을 하고 나니, 비록 돌부처라고는 하지만 어머니 마냥 친해져 보기만해도 다정함을 느꼈다. 이제는 부끄럼없이 쳐다보고 농도 하고 어리광을 부릴 수 있을것 같았고, 그만하면 자기 소원도 들어 줄 만도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생활에는 조금도 변 화가 없었다. 모두가 허사인듯 야속한 마음도 가끔 들었으나 자기의 정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언젠 가는 자기의 소원을 들어 주리라 믿었다. 그럭 저럭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날이 되었다. 그 날도 나무 를 성안에 팔고 돌아오는 길에 윤덕삼은 해수관음 에게 들렸다. 그런데 마침 비가 쏟아져 나갈 수가 없었다. 덕삼은 문도 없는 관음각에 홀로 앉아 있다 가 심심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여 ‘우물꼬누’를 커다랗게 그려놓고 관세음보살님께 꼬누를 두는 내기를 하자고 말했다.

“관세음보살님, 이제 저와 같이 내기 꼬누를 둡시다. 저는 이길 자 신이 있으니, 만일 제가 이기면 관 세음보살님이 그 댓가로 저의 소원 을 들어 주셔야 합니다”

덕삼은 꼬누를 두기 시작했다. 우 물꼬누란 첫 수에 이기고 지는 것이 결정되는 것이다. 덕삼은 조약돌 두 개를 주어다가 하나는 제 것이라 하 고, 하나는 관세음보살님 것이라 몫 을 정해 놓고, 혼자 천진스럽게 두 었다.

“그럼 제가 먼저 두겠습니다”

첫 수에 관세음보살님을 이겨 버 렸다. 그리고 관세음보살님을 우러 러 보면서 기원드렸다.

“관세음보살님! 분명히 보셨지요? 꼬누는 분명 제가 이겼습니다. 그러니 내일이라도 속히 저의 소 원을 꼭 성취시켜 주셔야 합니다”

덕삼은 이렇게 말을 하고 비가 그치자 지게를 지 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바로 그날 밤 꿈에 거 룩하게 생긴 늙은 부인이 나타나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해수관음을 모시고 있는 옥천암에서 온 보 살이다. 너의 정성이 하도 갸륵하여 너에게 도움이 될 말을 일러 주러 왔다. 너는 내일 첫 새벽 닭이 울 때에 나무짐을 지고 떠나서 밤이 새기 전에 자 하문 밖에 가서 기다리고 있거라. 그리하여 문이 열 리면, 첫번째로 나오는 여자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거 라. ‘남녀가 유별한데 먼저 말하기는 미안합니다. 어디로 가시는 누구이신지는 모르지만 가시는 곳을 가르쳐 주시면, 제가 안내하여 줄테니 저를 따라 오 십시오’ 라고 이야기 하고 그를 너의 집으로 인도하 면 너의 소원을 이루게 될 것이다”

꿈 속일망정 덕삼은 하도 좋아 ‘고맙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고 다짐을 하며 깨어 보니 분명한 꿈이었다.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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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암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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