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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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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92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4-03-01 신문면수 3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지혜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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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4-03-08 16:01 조회 9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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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화론

미국서 기독교와 결합…동아시아에 전파

식민지배 정당화 활용, 친일파 득세배경


최근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논픽션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저자인 '룰루 밀러'는 피바디상을 수상한 과학 전문 기자로 책의 내용은 생물학자이자 스탠퍼드 대학의 총장을 역임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생을 살피는 과정을 자신의 자전적 내용과 결합하여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있습니다. 저자인 룰루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인생의 의미를 물어봅니다. 아버지의 대답은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는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라고 대답해줍니다. 룰루는 혼돈만이 우리의 유일한 지배자라고 아버지가 알려 주었다고 합니다. “혼돈은 우리의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다. 우리의 꿈, 우리의 의도, 우리의 가장 고결한 행동도. 절대 잊지 마라.”


저자는 성장하면서 우울증을 겪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이성을 사귀어 동거합니다. 그러다 휴가지에서 동성애에 빠지게 되고 이 사실을 안 동거남자는 떠나갑니다. 아마 저자는 젊은 시절 성장통을 겪으면서 자신에게 무언가 모델이 될 사람으로 동물학자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생애를 탐구하게 된 것 같습니다. 조던은 강한 의지를 갖고 어류에 관한 분류를 연구하여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물고기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학문적 업적을 쌓았습니다. 이러한 연구업적이 바탕이 되어 스탠퍼드 대학의 총장을 오랫동안 역임하였습니다. 그런데 그에 대한 조사를 해나가면서 그가 지독한 우생학 신봉자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마도 저자는 조던의 생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데 무언가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계기를 얻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러나 저자인 룰루 밀러는 조던의 삶을 살펴볼수록 그의 어두운 이면을 알게 됩니다.


여기에서 조던이 맹신했던 우생학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책에서는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진화론에 영향을 받은 분야이지만 우생학은 오랫동안 가축을 대상으로 품종개량이라는 이름으로 적용하여 왔습니다. 이것을 19세기에 인간에게도 적용하는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주장은 우월한 인종과 민족이 승리하고 열등한 인종과 민족이 패한다는 우승열패(優勝劣敗)의 사회진화론과 연결되어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확산됩니다. 우생학과 사회진화론은 서구사회에서는 나치즘에 의해 유대인과 집시의 집단 학살의 이론적 근거로 작용하였습니다.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인류를 전쟁과 학살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만드는 데 일조한 사상체계였습니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배경지식에 해당합니다.


한편으로 이 사회진화론은 영국에서 탄생하였지만 미국에 건너와서 널리 펴졌습니다. 다시 기독교와 결합하여 동아시아에 전파됩니다. 조선은 열등한 나라에 속하기 때문에 소위 선진국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야 한다는 개화사상이 널리 퍼지게 됩니다. 나아가 1905년 러일전쟁에서 러시아를 격퇴한 일본에 자극을 받아 선진문물을 수용해서 애국계몽운동을 전개하였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많은 수가 친일파로 변신하게 됩니다. 이들중 일부는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서구화만이 우리 민족이 살길이고 전통적인 사상과 믿음체계는 미신으로 비판하였습니다. 한국사회가 동아시아 국가중 전통을 방기하고 서구화된 대표적인 나라가 된 배경입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우주를 카오스와 코스모스로 구분하였습니다. 저는 혼돈의 우주인 카오스에서 질서의 우주인 코스모스로 변화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수만큼 많은 우주가 있는 셈입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은 현대 과학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것은 단지 과학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삶을 살아가는 개인에게도 새로운 자각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반드시 종교적 주제를 탐구하는 것만이 삶의 의미를 알아가는 길이 아니라, 과학에 의해 우주와 생명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알려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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