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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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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27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10-06-12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신행/설화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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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박묘정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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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3 03:38 조회 1,10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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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나만의 여행길

난 일주일에 서너 차례씩 서울과 시골을 오가며 여행을 한다.

서울에서 시골로, 시골에서 서울 로, 나만의 여행을 즐긴다. 시골로 이사 오지 않았으면 꿈도 꿀 수 없 는 일이다. 신도시인 관계로 시골 느낌은 나지 않지만 전철을 타고 오가는 길에서 보는 모습은 시골과 닮았다

슈음 이사 왔을 때는 일이 있어서 서울 가려면 늘 짜증스러웠었는데 정이 들어서인지 익숙해서인지 전 철에서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는 길 도 점점 재미있어지고 있다. 서울로 갈 때와 집으로 올 때의 차창 밖의 경치는 같은 날이 하나도 없다.

차창밖에 펼쳐지는 풍경은 어느 먼 시골로 여행을 떠났을 때의 느 낌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지상 으로 다니는 전철 덕분에 난 시간 과 돈을 들이지 않고 자연을 마음 껏 감상 하고 마치 흘로 여행을 다 녀 오는 사람처럼 마음이 들뜬다.,

요즈음 논에서는 모내기가 한창 이고 밭에는 온갖 채소들이 쑥쑥 잘 자라고 있다. 비닐 하우스에서는 과일이 익어가고 있을 것이다. 양지 바른 언덕에는 포근한 잔디를 덮고 있는 무덤들도 있다. 이 무덤의 주 인들도 따스한 봄볕을 쪼이며 옹기 종기 모여 옛날 이야기라도 나누고 있는 것 같다.

산에는 온갖 나무들이 초록의 축 제를 펼치고 있다. 초록색 잎으로 옷을 입고 있는 나무들은 어쩌면 그렇게 모두 조금씩 다른 저마다의 초록색깔을 선택해서 개성 있는 차 림을 하고 있을까? 초록색 옷이지 만 같은 색깔은 하나도 없다. 인간 의 재주로는 불가능 한 일이다.

전철을 타고 즐기는 여행도 좋지 만 내가 더욱 좋아하는 것은 전철 에서 내려서 우리 집까지 오는 하 천길이다. 난 이 길을 걸으면서 깊 은 상념에 잠기기도 한다. 온갖 생 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생 각의 세계로 빠지게 한다.

가로수가 벚꽃인 이 길은 얼마 전 활짝 핀 벚꽃이 꽃 길을 만들어주 어 꽃구경을 하기 위해 먼 곳으로 갈 필요가 없었다.

날마다 활짝 핀 꽃 나라에 초대 받은 귀빈이라도 된 것 같은 착각 속에 꿈꾸듯 걸었다. 밤이면 불빛 아래 더욱 빛을 발해 환상적인 밤 을 만들어 주더나 지금은 열매를 가득 안고 있다. 성급한 열매는 벌써 익어가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이팝나무가 나무 하 나 가득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마 치 큰 가마솥에 한 솥 가득 하얀 쌀 밥을 해서 큰 그릇에 담아 놓은 듯 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 같아 서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것 같다.

철새들이 고향으로 돌아간 하천 은 텅 비었지만 대신 하천 가의 녹 지대에는 온갖 야생화가 피어 집으 로 가는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 는다.

이름 모를 생화가 조금씩 피더 니 민들레가 하나 가득 피어 노란 세상을 만들었다. 어느순간 민들레 는 홀씨 되어 모두 자기 갈 곳을 찾 아 갔다. 자세히 보면 민들레 홀씨 는 혼자만 키가 커 바람을 잘 받아 서 멀리 날아가고 있다. 자손을 멀 리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한 민들 레의 노력은 위대하다.

민들레가 지나간 자리에 이젠 이 름 모를 풀꽃이 가득 피었고 토끼 풀과 자운영이 군락을 이루어 피어 있다. 특히 자운영은 시골에서나 많 이 볼 수 있는데 이 곳에서 이렇게 많이 모여 피어 있는 것이 신기하 다. 연분흥 꽃으로 시골 새색시 같 이 소박 하게 피어 더 정이 가는 꽃 이다.

야생화들은 자기 혼자 살겠다고 다투지 않고 다 같이 곱게 피어 있 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어느 것 하나 예쁘지 않은 꽃이 없다. 나름대로 하나하나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이 곳에는 산책코스도 있다. 며칠 전 산책길을 걷다가 돌 조각 작품 을 보았다. 하나는 허리가 조금 구 부정하고 배도 약간 나온 노년의 할아버지 모습이다. 주름진 할아버 지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있어 인자하고 정겹다. 무거운 짐을 다 놓아버리고 편안한 모습으로 어딘 가를 바라 보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온갖 것에 집착해 서 모든 것을 쥐고 있으려 한다. 쥐 고 있으면 있을수록 고통인 것을 모르고 있다. 이 조각품 앞에서 집 착을 털어 버리려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조금 더 걸어가니 할 아버지가 열반에 든 모습의 조각작 품이 있다. 역시 다 놓아 버린 할아 버지는 너무 편한 모습이다. 조각작 품 앞에서 숙연한 마음으로 짐시 나를 돌아본다.

-박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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